메인화면으로
이해찬 총리는 '삼진아웃'도 없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해찬 총리는 '삼진아웃'도 없나?

[기자의 눈]청와대 '이해찬 살리기' 상황타진 끝?

청와대가 이해찬 국무총리를 눌러 앉힐 모양이다. 지난 5일 이 총리가 사실상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 만에 이런 기류는 청와대를 넘어 열린우리당에까지 확산됐다.

정동영 의장은 8일 "이미 총리가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을 한 만큼 이를 존중하고 대통령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이 상황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해찬 유임론'에 무게를 실으며 "그동안 대통령을 모셔 오면서 느낀 것은 여론뿐만 아니라 국정운영, 정치상황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요컨대 이 실장은 국민여론, 국정운영, 정치상황 등 3대 요소를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가름할 기준으로 요약한 셈이다.

첫 번째 기준이자 청와대가 예의 주시했던 '국민여론' 딜레마는 〈리서치앤리서치〉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어느 정도 풀어줬다. 이 조사에선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52.8%,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가 41.6%로 나타났다.

과반 이상의 여론이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지만, 사건의 정치적 파장에 비해서는 찬반 차이가 크지 않은 결과였다.

조사를 수행한 〈리서치앤리서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차이가 없는 결과"라며 "데이터 상으로는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지만 찬반 분포를 봐서는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지표를 우호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판단 기준인 '국정운영'은 애초부터 청와대가 대국민 메시지로 활용해 온 메뉴다. 분권형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마당에 이 총리를 사퇴시킬 경우 안정적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로, 이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은근히 자극하는 효과를 낸다.

세 번째 요소인 '정치상황'은 사실 이현령비현령이다. 게다가 가장 큰 현안인 지방선거 문제는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중간평가' 등식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을 때부터 청와대의 거리두기가 예상됐었다.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만을 위해 이 총리를 버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여권의 '이해찬 악재'에 버금가는 한나라당의 '최연희 악재'가 서로 상쇄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현재의 '정치상황'을 구성하는 요소다.

***차관 자를 땐 '일벌백계'라더니…**

이렇게 따져보면 청와대가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가운데에도 '이해찬 유임론'으로 자신있게 'U턴'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상의 '정치적인 상황 타진'을 이미 끝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치 유단자'들의 이런 셈법으로 이 총리의 유임이 정당화되기에는 너무 큰 무리가 따른다.

가장 큰 것은 공직 기강의 붕괴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을 주문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4년 당시 김주수 농림부 차관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고교 선배로부터 현금 100만 원을 받은 것이 국무총리실 정부합동단속반에 적발돼 즉각 물러났다.

당시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김 차관이 '돈인 줄 모르고 골프공 12개와 함께 받았으며 돈이 들어 있음을 확인한 뒤 곧바로 돌려주려 했다'고 소명했고, 받은 돈이 소액이긴 하지만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부패척결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고위 공직자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기고 '접대 골프'를 받은 이 총리에게는 이런 부패척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총리는 골프장으로부터 일종의 특혜인 '회원 대우'를 받았다. 또한 골프장 사장이 그날 이 총리 몫의 골프비용을 대신 내줬다.

게다가 공정거래위로부터 과징금 부과를 앞둔 기업인이 골프 파트너로 끼어 있었다. 공정거래위는 국무총리 산하기관이고 그 기업이 과징금 부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만큼 직무관련성은 충분히 입증된다. 로비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만한 정황을 이 총리가 스스로 연출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총리가 유임돼야 국정운영이 안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한나라당 등 야당은 이 총리를 유임시킬 경우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한번 정국이 떠들썩할 것은 불 보듯 훤하다. 이것이 선거공학적으로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또다시 청와대가 '갈등의 진원지'로 각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역으로 이해찬 총리만이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군색해 보인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논리는 마치 읍소 전략으로 비쳐진다. 갑작스런 교체에 따른 혼선은 불가피하겠지만, 국정수행의 영(令)을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적 치명타를 입은 이 총리를 눌러 앉혀야 할 만큼 '시스템'이 미숙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이 총리는 지금까지 자잘한 경우를 빼고서도 세 차례나 '골프 구설'에 올랐다.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난 날도, 남부지방에 큰 비가 내린 날도, 철도 파업이 시작된 날도 필드에 나갔다. 그로 인해 머리를 숙인 것도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주판알을 튕겨 '이해찬 유임'을 잠정 결정했다면, 그리고 만약 노 대통령이 얼마 후 이를 '승인'한다면, 유독 이 총리에게만 '삼진아웃'이 적용되지 않는 너그러움의 이유가 충분해야 할 것 같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