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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성도 못내고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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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성도 못내고 전전긍긍

영화 '보스 상륙작전'에 얽힌 사연

최근 '병풍'으로 고생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영화 한편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번 주말 전국 22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보스 상륙작전'(감독 김성덕)이라는 코미디영화 때문이다.

'남자 셋 여자 셋' 등 시트콤의 창시자격인 MBC PD 출신 송창의씨가 설립한 조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고, 역시 MBC 시트콤 '세친구'의 작가 출신인 김성덕씨가 첫 감독을 맡았다.

영화 '친구'로 데뷔한 정운택이 주연을 맡았고, 안문숙 이선균 윤기원 등 TV 시트콤 출신의 조연진에 이경실 김국진 등 낯익은 개그맨들이 카메오로 우정출연한다.

'검찰이 기업형 조폭과 비리정치인을 잡기 위해 직접 룸싸롱을 차리고 수사에 나선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골조로 패러디와 슬랩스틱이 중심이 되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다.

***한나라당, "선거법 위반, 제작의도 의문"**

문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조직 '무궁화파'의 행동대장 독사(김보성 분)가 정치입문에 뜻을 두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한 유력 대선후보에게 '탄약'(금전)을 제공하는데, 그 대선후보가 병역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상황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화 전체에서 이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가수 유승준의 사례가 TV 뉴스로 화면에 등장하고, '병역비리 때문에 4%나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대사도 나온다. 게다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치자금 확보과정에서 경제단체장을 납치·협박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병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병역비리 의심을 받는 후보가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의 도움을 받고, 급기야 기업체에 정치자금을 내놓으라는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 매우 신경쓰이는 눈치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번 주말에 개봉되는 '보스 상륙작전'이 사실상 이회창 후보를 비방하고 있어 명백히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반발했다. 또한 '이 영화가 국내 영화사상 최대인 220개 상영관을 확보해 상영되는 점과 영화제작사 대표와 감독이 한나라당과 관계가 불편한 특정 방송사 출신이라는 점 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제작의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내놓고 화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최근 방송사 측에 소위 '신보도지침'을 내려보냈다가 공식 사과하는 등 곤욕을 치른 마당에 코미디영화 내용에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더 큰 반발을 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홍 의원도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도 있어 속만 태우고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속사정을 드러냈다.

***제작사, "기획과 제작은 병풍 터지기 이전부터 해 온 것"**

정가의 의혹제기에 대해 제작사인 조이엔터테인먼트 측은 "정치권에서 의혹을 제기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말을 잘랐다. "기획과 제작은 병풍이 시작되기 전부터 해 온 것"이란 설명이다. 상영관이 많아진 것도 "영화가 재미있다고 평가한 배급사가 극장을 많이 잡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에 참여한 임건중 프로듀서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상황을 풍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대선후보 정치인이 위기에 몰리는 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관객에게 공감이 가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중에 '유승준 병역문제'가 터져서 시나리오에 아이디어로 채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프로듀서는 또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검찰이 직접 룸싸롱을 차려 경영한다는 내용의 광고 때문에 검찰측이 반발,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으나 영화 내용이 가벼운 코미디라 오해가 풀린 상태"라고 덧붙였다.

임 프로듀서는 "관객들이 즐거운 코미디로 봐 주길 바라고 극장을 나가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떡일 만한 한두 가지 암시가 있는 영화 정도로만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김성덕 감독도 6일 '홍준표 의원 발언에 대한 감독의 입장'이란 해명서를 통해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입장을 표해 주기 바란다"며 홍 의원의 문제제기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특정인을 비방할 생각은 전혀 없음을 다시한번 밝혀둔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 정당이 나서서 우리 영화를 적극 홍보해 주고..."**

제작사 측은 "한나라당의 문제제기 때문에 제작사와 홍보사에 전화가 자꾸 와서 업무가 차질을 빚을 정도"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영화 홍보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모 정당이 나서서 우리 영화를 적극 홍보해 주고 언론도 같이 관심을 기울여 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맙긴 한데 이 영화는 그냥 코미디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래저래 더 속이 탈 형편이다.

영화내용은 껄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불만을 털어놓자니 문화계의 반발이 우려된다. 한 마디 내뱉은 불평만으로도 거꾸로 영화 홍보만 해준 꼴이 되고 만 상황이다.

다음은 김성덕 감독의 해명서 전문.

***홍준표 의원 발언에 대한 감독의 입장**

최근 언론을 통해 한나라당이 이번 주말에 개봉되는 영화 '보스 상륙작전'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입장을 밝힌다.

1) 한나라당은 이 영화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방송에서 시트콤을 만들다가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지 시사를 본 영화관련 기자마다 시트콤 냄새가 난다며 <시트콤영화>라고 하기도 하고 조폭이 나오니까 <조폭영화>라고 하기도 하고 웃기니까 <코미디영화>라고 하기도 하는 등 나의 영화를 보는 각도마다 장르를 다르게 평하는데 이번엔 정치권에서 정치의도가 있는 <정치영화>로 까지 봐주니 내가 만든 영화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무슨 장르의 영화지? 하고 물으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2) 야당의 대선후보를 음해하는 내용이며 병풍에 이어 영풍이라고 하는데...

한나라당에서는 대선후보의 아들 병역비리로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내용부터 정확히 파악해 주기 바란다.

내가 이 시나리오를 만들 당시 가수 유승준이 병역파동으로 이슈가 되어 비록 내가 개인적으로는 유승준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공인으로서는 사회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그의 병역문제를 영화에 패러디 한 것이다(이번 영화의 음악감독 신철씨가 유승준의 과거 매니저로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며 패러디를 했다).

그래서 유상준(유승준)의 병역파동으로 후보 중에 병역문제가 석연치 않는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연결해나갔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 감정상 병역문제는 예민하며 사회지도층에 대한 병역 불신이 많아 영화의 관심집중을 위해 소재로 삼았을 뿐이다.

3) 감독이 한나라당과 불편한 방송사 출신이다.

16년간 문화방송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 프로덕션을 차려 나왔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이는 방송구조를 전혀 모르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한나라당이 불편해하는 문화방송의 파트는 뉴스를 보도하는 보도국과의 관계이지 정치색이 전혀 없는 오락파트는 해당사항이 없다. 방송구조를 모르는 데서 오는 오해인 것 같다.

4) 일급배우가 출연하지도 않는데 한국영화사상 최대스크린 220개 상영관에서 개봉되는 점이 의심스럽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참으로 불쾌하다. 내가 한나라당보고 일급정치인이 한명도 없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은가? 우리 영화는 코미디영화다. 코미디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안문숙, 김보성, 정운택, 윤기원이 어느 배우보다 훌륭한 일급배우이며 이지현 성현아도 귀엽고 섹시한 면에서는 일급배우로 본다. 그래서 그들을 캐스팅했고 1년동안 40억이나 들여 만들었다.

그런데 남의 영화를 그렇게 쉽게 비하 평가하는데는 자질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스크린 수가 역대 최고로 잡힌 것은 그동안 홍보비 부족으로 제대로 홍보를 못했는데 극장주 시사후 반응이 너무 좋아 그렇게 된 것이다. 근데 의혹이 간다니 무슨 의혹 말인가.

민주당에서 극장주에게 압력 또는 매수하여 스크린수를 늘였다는 얘긴가? 진짜 코미디적인 발상이다. 한번 더 반문해본다. 한나라당에는 일급정치인이 있는가?

5) 후보자비방을 금지한 선거법을 정면 위반하고 있다...

나는 정치인의 불신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꼬집을 생각을 하고 그런 대사는 의도적으로 넣었지만 특정인을 비방할 생각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심의에서도 18세 이상으로 통과되었고 초반에 당사자인 검찰에서도 잠깐의 오해가 있었으나 직접 시사회를 참관 후 이 정도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이나 홍준표의원도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입장을 표해주기 바란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그 동안 모든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놓고 기도하는 기분으로 기다리는 상황에서 홍준표 의원의 발언으로 이 영화의 이미지가 어떻게 관객에게 비칠까 하는 염려도 되며 홍보에서도 사실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역시 한나라당의 조치에 당당히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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