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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고교 현장실습 '인권 침해' 소지 크다"

국가인권위, 교육부에 관련 규정 '시정권고' 방침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현장실습'이 과연 교육적 효과가 있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장실습제도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교육자원부가 지난 6월 26일 각 시·도 교육청에 하달했던 '교내생활규정' 중 일부가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내주 중 교육부에 시정권고를 할 방침이다.

***현장실습에 대한 것을 포함해서 몇 가지 조항에 시정을 권고 할 것**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4일 "교육부 문서에 대한 실무진의 검토는 이미 끝난 단계"라면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현장실습 기간 중 기업체(관공서)의 기물파손 등 물적 손실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배상 책임진다'는 규정과 '현장실습 중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는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등의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어린 학생이고 미성년자인 실습생에게 일할 의무만 지우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하고 "교육부에 교내생활규정 중 현장실습에 대한 것을 포함해서 몇 가지 조항에 시정을 권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에 검토한 것은 교육부의 관련규정뿐이며 인권위의 시정권고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면서 "여력이 없어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취지는 간데없고 저임금 단순기능인력 수급의 한 방편으로 전락**

한편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사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현장실습제도'가 교육적 효과를 갖기보다는 기업들에게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공업계 등 전국의 7백50여 실업계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2학기부터 학교추천을 받아 각 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다. 흔히 2+1로 불리는 이 제도는 지난 60년대초부터 학교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산업현장의 실제기술을 학생들에게 습득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이른바'산학협동'의 개념으로 독일의 도제제도를 참고로 한 것이다.

일부 학생의 경우 1학기부터 공장이나 기업체 등 산업현장에 나가서 1년 가까이 일하기도 하는데 이 기간동안 학생들은 보통 일반 근로자의 70% 정도의 급료를 받으며 일하게 된다.

문제는 이 기간이 학생들에게 현장학습이나 직장체험의 경험이 되기보다는 학교의 보호나 기업 내 노조의 관심에서 벗어난 '근무기간이 안정적인 저임금 단순노동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선화여상 하인호 교사는 "학생들이 안전교육이나 산재보험 등 작업을 위한 안전망도 없이 일터로 나가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에서 학교측은 '가서 말 잘 듣고 지내라'는 정도의 말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하고 "현장실습은 교육취지는 간데없고 저임금 단순기능인력 수급의 한 방편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거진종합고등학교 유영창 교사는 "3학년 학생 중에는 만18세가 안돼 법적으로 '아동'인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고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학기 중에 현장실습 이라는 명목으로 취업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이 제도의 문제점을 말했다.

문성여상 이승철 교사는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취업을 하고 나서 학습과정 없이 중간,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는 교육상의 폐단이 있다"고 말하고 "실업계 여학생들의 경우 실습 나가서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나 본인이 수치심에 신고도 못하고 회사도 못 나가고 학교로 돌아오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경우 오히려 회사 측은 '회사에도 결근하고 말도 잘 듣지 않는다'고 항의하거나 '내년에 이 학교 학생을 뽑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뻔뻔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현장견학 형식의 새로운 현장실습 방식이 필요**

이 문제를 연구해 온 교육관련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실습학생이 원하는 직장의 만족도를 100이라고 한다면 실제현장의 상황은 40 정도에 머물러 매년 40%의 현장실습생이나 실업계 취업자가 직장을 3개월 내에 그만 둔다"고 밝히고 "취업할 직장을 1주일정도 단위로 여러 곳 둘러보는 현장견학 형식의 새로운 현장실습 방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영창 교사도 "학생들도 실습을 나갔다가 힘들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교과과정에 따라 11월 말까지는 학습을 마치고 12월에 탐구하는 과정 정도로 견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이승철교사도 "현재의 현장실습은 사실상 조기취업이고 노동착취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제도는 이제 지양하고 11월 말까지 교과를 마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직접체험하고 나서 취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교사는 이 문제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장실습제도가 개선되기 힘든 이유는 학교는 공납금 받고도 가르치거나 '관리'를 하지 않아서 좋고, 회사들은 싼 임금으로 아이들을 부려먹어서 좋기 때문이다. 학생 본인도 처음에는 학교 밖으로 나간다고 좋아하지만 후회하게 된다. 결국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모두 만족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내생활 규정안 중 실업계고교의현장실습 관련조항 전문-

제30조【현장실습 준수사항】

①기업체나 행정관서에서 현장실습을 수행한 때에는 사규나 관서의 규칙 등 제반 사항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②다음 각 호의 사항을 위반할 경우 학교생활규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1. 기업체(관서)의 복무규정을 엄수한다
2. 현장실습의 장을 학교수업의 연장으로 여기고 무단이탈, 무단결근 등 학생의 본분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3. 현장실습 기간중 기업체(관서)의 기물파손 등 물적 손실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배상 책임진다.
4.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중 학교의 허가 없이 타 기업체로 이동하지 못하며 실습일지 및 근무상황 보고서를
학교장이 요구하는 시기에 제출해야 한다.
5. 공납금은 징수규정에 의하여 납입기일 내에 반드시 납입한다.
6. 현장실습중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는 본인이 책임을 진다.
7. 각종 자격시험 등을 응시하고자 할 때에는 기업체의 장에게 허가를 얻어 참여한다.
8. 현장실습 기간중 출근은 학교 출석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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