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토고와의 경기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한국은 3월 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이며 1대0의 승리를 따냈다. 앙골라와의 경기가 토고 전의 '모의고사'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승리는 의미가 깊었다.
한국은 전반전 심판 휘슬소리와 함께 앙골라를 거세게 몰아 붙이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동국의 기습적인 슈팅이 앙골라 골키퍼에 맞고 튀어 나오자 박주영이 다시 슛을 시도했다. 박주영의 슛 타이밍이 다소 늦어 상대 수비에 걸렸지만 뒤에 있던 박지성에게 슛 기회가 이어졌다. 하지만 박지성의 슛도 골대를 지키던 앙골라 수비수가 막아내 아쉬움을 남겼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한국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공격적인 수비에 앙골라는 중앙선을 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수비의 목표는 상대가 중앙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네덜란드 토털축구 정신을 계승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의도가 경기장에서 실현된 셈이다.
이와 같은 공격적 수비는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이 지적한 토고 전 해법 중의 하나다. 이용수 교수(KBS 해설위원)도 "토고가 월드컵 처녀 출전국이기 때문에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쳐 상대를 당황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라운드를 지배한 한국은 전반 8분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다. 박지성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박주영이 회심의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오른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하지만 해외 전지훈련 막바지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왼쪽 윙 포워드 포지션 경쟁에서 정경호에게 밀렸던 박주영은 전반 22분 확실하게 부활했다. 김남일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박주영에게 살짝 공을 내주자 박주영은 몸을 180도 돌려 왼발 터닝슛으로 상대 골 네트를 흔들었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골키퍼와 수비수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박주영 특유의 감각적인 슈팅이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박주영은 바로 전날 대표팀 합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 처럼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기 보다 원터치 패스를 위주로 한 '쉬운 플레이'를 자주 선보였다. 여기에다 공격 촉매제 박지성과의 효과적인 컴비 플레이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한국은 후반 27분 오른쪽 날개인 이천수를 빼고 미드필더 김두현을 투입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은 자연스럽게 오른쪽 윙 포워드로 위치를 바꿨고, 김두현이 박지성의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과감한 개인 돌파와 절묘한 패스로 한국 공격의 숨통을 열었던 박지성은 포지션을 바꾼 뒤에도 안정된 플레이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오늘 경기는 좋았다. 추가골을 넣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라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맹활약을 펼친 박주영과 박지성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박주영은 전반에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그 동안 출장 횟수가 부족한 탓에 피로한 것 같아 후반에 (정경호와) 교체해줬다. 박지성의 포지션 변경을 통해 팀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앙골라의 곤살베스 감독은 "한국의 팀 워크가 훌륭했다. 한국 축구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컨디션이 같다면 한국이 토고에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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