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4000만 권의 판매실적을 올린 <다빈치 코드>의 표절시비를 가리기 위한 재판이 지난 2월 27일부터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시작됐다. 작가 댄 브라운도 이날 법정에 출두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지난 3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다빈치 코드> 표절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재판인 만큼 그 결과에 출판계는 물론 문화계의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원고측이 승소하게 될 경우, 올 여름 초특급 흥행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주연의 동명 영화가 상영연기 또는 중지될 것으로 예상돼 불똥은 영화계로까지 튈 가능성도 있다. 배급사인 소니 픽쳐스 측은 "이번 재판과 영화는 무관하다"며 오는 5월 19일 유럽 개봉일자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태연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고측은 뉴질랜드와 미국 출신의 역사학자인 마이클 베이전트와 리처드 리. 두 사람은 브라운이 지난 1982년 자신들이 출간한 연구저서 <성혈과 성배>의 핵심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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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프레시안무비 |
. <다빈치 코드>는 과연 <성혈과 성배>를 베꼈는가 <다빈치 코드>보다 20년 일찍 출간된 이 책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사망하지 않고 살아 남아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사라라는 딸을 낳았고, 그 후손들이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왕조를 형성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남부지역 가톨릭 교회에 유독 '검은 마리아' 상이 많이 산재돼 있는 것은 '검은 그늘' 뒤에 숨어 예수의 가르침과 혈통을 지킨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숭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성혈과 성배>는 출간 당시 기독교사에서 의도적으로 삭제됐던 예수의 후손과 여성주의를 주장해 큰 파장과 관심을 불러 모았으며, <다빈치 코드>의 히트를 계기로 지난해 화려한 일러스트판으로 재출간 돼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베이전트와 리는 <다빈치 코드>가 단순히 아이디어 일부를 차용한 수준을 넘어 기본골격부터 구체적인 사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사실상 도용했다면서 분노를 나타내고 있는 전해졌다. 두 사람은 재판 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논쟁을 독점하거나 작가의 창작성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브라운은 10년에 걸친 우리의 연구결과를 사실상 도용했다. 그는 창작을 위해 스스로 연구를 하기보다는 남의 것을 이용하는 쉬운 지름길을 택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를 쓰기 전 자료 조사를 담당했던 그의 부인이 <성혈과 성배>를 꼼꼼하게 밑줄까지 쳐가며 분석했던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피고 측인 랜덤하우스 출판사 측은 이같은 주장을 단호히 일축하고 있다. 소설과 비소설은 전혀 별개의 창작물이며, 작가가 연구서나 다른 작품으로부터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 것은 문학계의 오랜 관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후대의 많은 작가들에 의해 수없이 변형됐으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엠마>는 각각 헬렌 필딩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에이미 해커링의 <클루리스>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특히 출판사는 "<성혈과 성배>가 다른 작품이나 저서에도 이용된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다빈치 코드>가 표절시비에 휘말리게 된 것은 엄청나게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두 저자들이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영국 옵저버지는 "좋은 작가는 (아이디어를) 빌어오지만 위대한 작가는 훔쳐온다는 것이 문학계의 통설"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픽션과 논픽션의 상호간 아이디어 차용 문제에 중대한 판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판결은 빠르면 2주 안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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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프레시안무비 |
한편, 영화 <다빈치 코드>의 개봉이 석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톨릭 교계의 반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책 속에서 극단적 가톨릭 비밀조직으로 등장하는 '오푸스 데이'가 영화 개봉에 앞서 최근 소속 성직자들의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제작진은 기독교 전문 홍보회사와 계약을 맺고 전문가들로부터 시나리오 감수를 받는 등 기독교인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오푸스 데이'로부터 영화 속에서 자신들의 단체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은 거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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