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저녁 전ㆍ현직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몇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화제는 인사(人事)였다.
잦은 장관 교체로 장관 이름도 잘 모르겠다는 얘기, 교육 좀 시켜 놓으면 또 바뀌곤 하니 '장관 교육 전담 국장'이 필요할 정도란 얘기 등등이 오고 갔다.
하지만 업무공백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실무 국ㆍ과장들이 모든 업무를 틀어쥐고 있고, 장관이야 그저 잠시잠깐 왔다 가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장대환 총리지명자 문제로 넘어갔다.
전원이 반대였다. 다들 재산 관련 각종 의혹들을 거론했다. 하지만 나이와 경력면에서 국장급인 자신들보다도 못하다는 비아냥 섞인 속내를 감추고 있는 듯 했다.
그때 누군가 '농담 반 진담 반' 제안을 했다.
"내부 승진시키면 되지."
다들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그럼 간단하네." 이구동성이었다.
수석 부총리인 경제부총리를 국무총리로, 경제부처 장관 가운데 한 명을 경제부총리로, 그리고 해당 경제부처 장관은 차관을 승진시키면 된다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총리가 해야 할 일이라곤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뿐인데 애써 밖에서 구할 것 뭐 있느냐"는 요지다. "현직 부총리로 각종 검증이 끝난 사람을 쓰면 가장 무난하다"는 주장이다.
원래 공직자들은 개각 때마다 내부 승진을 원한다. 그래야 자신들도 승진길이 트이고, 기회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나온 '내부승진안'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씩이나 청와대의 '억지 깜짝쑈' 때문에 온통 난리법석을 치르고 난 지금 이들의 농담 섞인 제안이 다시 떠오른다.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덜컥 지명해 놓고, "국정공백이 우려된다"며 인준을 바라는 청와대. 사실 국정공백과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청와대 아닌가?
제발 '깜짝쑈'는 그만둬 달라.
이번만큼은 가장 조용하게 총리 임명이 이뤄지기 바란다. '내부승진안'도 유력한 검토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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