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는 22일 밤(한국시간) 펼쳐진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예선전을 끝으로 지난 6주간 계속됐던 지옥훈련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 가운데에는 박주영도 포함돼 있다.
박주영은 시리아 전에 선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그라운드에는 포지션 경쟁자인 정경호가 먼저 나섰다. 정경호는 왼쪽 윙포워드로 뛰며 전반전 내내 계속된 한국의 파상공세를 이끌었다. 정경호는 전반 4분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김두현의 선취골을 어시스트 했다. 그 뒤에도 빠른 측면돌파에 이어지는 크로스를 통해 중앙에 포진한 공격수들에게 끊임없이 실탄을 공급했다. 왼쪽 허벅지 근육 부상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정경호가 선발 출장해 제 몫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반면 후반 8분 정경호와 교체됐던 박주영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측면돌파도 시원치 않았고, 상대 선수와의 볼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군더더기 없는 패스와 순간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를 얼어붙게 했던 과거 박주영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박주영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늘 강조하는 수비 가담에 있어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뒤 "그는 내게 조금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포지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주영을 자극했다. 지난 멕시코 전에서도 후반 인저리 타임에 교체 투입돼 자존심을 구긴 박주영에게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이나 다름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어 "지난 코스타리카와 멕시코 전에서 정경호가 아주 잘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부상 중이던 정경호를 이날 경기에 선발로 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박주영은 A매치 데뷔전이던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 영웅이 됐다. 그 때 박주영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해준 선수는 다름 아닌 정경호. 당시에는 박주영이 주연이었지만 8개월 뒤 주연이 정경호로 바뀐 셈이다.
박주영의 부진은 이천수의 상승세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시리아 전을 앞두고 감기몸살 때문에 링거를 맞고 뛰었던 이천수는 1대1 상황에서 통렬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전 들어 경기흐름이 시리아로 넘어간 상황에서 터진 이천수의 골은 의미가 깊었다. 전지훈련기간 동안 이천수는 모두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리그 MVP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제 유럽파가 복귀해도 대표팀에서 이천수의 자리는 확고하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자칫하면 독일행이 좌절될 수 있는 박주영에게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한두 번의 기회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어야 한다.오는 3월 1일 펼쳐지는 앙골라 전에는 박주영의 포지션 경쟁자인 유럽파 설기현도 참가할 예정이라 박주영이 출장 기회를 잡을지도 미지수다.
박주영은 측면돌파와 크로스를 전문으로 하는 전형적인 윙 플레이어는 아니다. 측면에서 공을 잡아도 자주 중앙으로 끌고 와서 플레이를 전개한다. 이 때문에 박주영이 윙 플레이어가 아닌 중앙 공격수로 뛰어야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동국과 안정환이 버티고 있는 중앙 공격수 자리도 경쟁이 만만치 않다. 박주영이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내고 독일행의 기회를 움켜 쥘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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