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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Choses Secre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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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Choses Secretes

감독,각본 장 끌로드 브리소ㅣ제작 장 프랑소와 즈넥스 수입 CNS 엔터테인먼트ㅣ배급 프리비전 |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3분 | 2002년 붉은 색 조명이 어스름하게 켜진 고혹적인 공간에서 한 여자가 나체로 자위 행위를 시작한다.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격렬하게 자신의 몸을 탐색하는 나탈리(코랄리 르벨). 알고 보니 이곳은 그녀만의 닫힌 방이 아니라 나이트 클럽의 활짝 열린 무대다. 나탈리의 과감함을 동경하던 종업원 상드린(사브리나 세이베쿠)는 클럽에서 해고당한 뒤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나탈리는 상드린의 내면에 잠재돼 있던 성에 대한 본능을 일깨우면서 남자들을 유혹하는 법을 가르친다. 매력적인 미모를 이용해 대기업에 비서로 취직한 이들은 이제 남자들을 사냥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첫 번째 목표물은 성실한 중년의 가장 들라크루아. 최종 목표물은 냉혹하고 비열한 기업 후계자 크리스토프다.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프레시안무비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은 2002년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로 각광받았다. 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은 그의 대표작 <하얀 면사포>를 넘어서는 도발과 파격을 감행한다. 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천착해온 브리소는 이번에는 더욱 과감하게 나탈리와 상드린의 성적 경험과 감정의 파고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 영화는 두 가지 점에서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 하나는 육체에 대한 집착과 탐색을 상당히 밀도 높게 그리고 있다는 사실. 레즈비언 포르노그래피를 표방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한 상드린과 나탈리의 성적 취향은 '스트레이트'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상드린과 나탈리는 주저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한다. 물론 그녀들의 행위는 사랑보다는 동지애와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들이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들과의 트리플 섹스, 그리고 (국내에서는 1분 가량 삭제된) 클라이맥스의 집단 섹스 장면 역시 웬만한 성인물의 수위를 가볍게 넘어선다. 특히 이 영화는 여성이 성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남성에게 종속되곤 했던 기존 주류 성인물의 태도를 버린다.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는 상드린이 섹슈얼리티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이기도 한데, 그 과정은 <투문정션>이나 <나인 하프 위크> 같은 고전적인 성인물과는 상당히 다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상드린이 들라크루아를 유혹하고 무너뜨리는 장면에 의외의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에서 이처럼 성적으로 주체적이고 대담한 여성이 언제 등장했었나 싶다. 하지만 나탈리와 상드린 사이에 크리스토프가 끼어드는 순간, 이들은 균형 감각을 잃고 자멸의 지옥길로 걸어들어간다.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던 나탈리는 감정 조절에 실패하며, 호기심과 유희를 위해 이 유혹의 블랙홀에 뛰어든 상드린 역시 한계에 부딪힌다. 이 영화의 두 번째 놀라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의 주체성을 파격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사실 장 클로드 브리소는 탐욕과 이기심이 초래하는 인간 지옥도를 가차없이 비웃는다. 잘 생긴 외모와 명석한 두뇌, 남 부럽지 않은 재력을 소유한 크리스토프는 브리소의 냉소적 비전을 가장 극명하게 압축한 인물이다. 주변의 여성들을 성적 노리개로 여기는 브리소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지옥의 사신에게 영혼이라도 팔아 넘길 듯한 인물이다. 상드린과 나탈리는 그를 지배하기 위해 게임을 벌이지만, 승리의 조커는 그녀들이 아니라 크리스토프가 쥐고 있다. 파리 외곽에 위치한 크리스토프의 화려한 저택은 소돔과 고모라에 다름아니며, 크리스토프는 욕망과 쾌락의 전쟁에서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절대군주처럼 보인다. 이들의 관계가 뒤틀리면서 영화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지만, 관음적인 카메라의 움직임과 시종일관 진지하게 냉소적인 브리소의 연출 태도에 다소 마음이 불편해진다. '카이에 뒤 시네마' 선정 1위 영화라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프랑스 영화의 현재라는 사실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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