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를 압박할 또 다른 뇌관이 터졌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시극장협회는 각 배급사와 영화사,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앞으로 외화의 부율을 5대5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율이란? 부율은 입장권 수익을 극장과 영화사(투자사 및 배급사, 제작사를 합한 개념)가 나누어 갖는 비율을 말한다. 지금까지 외화의 경우 극장 대 외화수입사는 수익을 4:6의 비율로, 한국영화의 경우는 극장 대 한국영화사가 5:5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이 부율은 1968년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바뀌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국내 영화인들은 "과거에 우리영화가 외화에 비해 수익을 덜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시장점유율이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라면 현재와 같이 오히려 한국영화와 외화의 시장점유율이 역전된 상황이라면 한국영화의 부율 역시 5:5가 아니라 4:6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서울시극장협회 최백순 상무는 "현재 한국영화는 영화 배급사와 극장의 수익 배분율인 부율이 배급사 대 극장이 5:5다."라며 "현재 배급사 대 극장의 수익 배분율이 6:4인 외화의 경우도 한국영화와 마찬가지로 5:5로 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외화의 부율 역시 한국영화와 마찬가지로 5:5로 유지해 왔다"고 설명한 최백순 상무는 "서울 시내 극장에서만 외화 부율을 6:4로 유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서울시극장협회 측의 입장은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한국영화의 부율 역시 외화와 마찬가지로 6:4로 조정하자고 주장한 뒤에 나온 대응조치. 이는 서울시극장협회가 제작가협회 측의 요구를 오히려 역공으로 맞받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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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장협회는 외화의 부율을 한국영화와 마찬가지로 5:5의 비율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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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율 문제, 쿼터에 이어 충무로를 궁지로 몰 가능성 높아 서울시극장협회와 전국극장협회는 2년 전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부율 문제를 제기하며 조정을 요구했을 때도 '극장은 스크린쿼터 제도로 인해 운영상의 자율권을 제약 받고 있다'며 부율 조정을 거부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역시 서울시극장협회가 외화 부율을 5대5로 조정하자고 요구한 것은 스크린쿼터 문제에 발목이 잡힌 충무로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정동채 문화부장관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율 문제를 합리화해서 한국영화와 외화의 부율을 공정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극장협회 측은 "정부가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인 부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은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극장협회가 현 시점에서 이러한 대응을 시도한 데에는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을 계속할 경우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협상 카드 중에 부율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쿼터 축소 투쟁은 결국 일정 정도 정부가 영화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고, 그 뒤에 극장의 부율 조정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산이다. 최백순 상무는 "극장의 입장에서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는 게 좋다. 물론 스크린쿼터가 축소된다고 해서 극장에 큰 이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극장의 운영권을 극장이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며 조심스레 스크린쿼터 축소 의견에 찬성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극장협회의 발표는 스크린쿼터와 부율에 얽힌 영화계 내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멀티플렉스들을 포함한 극장측에서는 스크린쿼터에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스크린쿼터와 부율이 얽힌 영화계의 난맥상이 표면으로 부상할 경우 자칫 스크린쿼터 투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스크린쿼터 논란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해득실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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