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한국의 첫 상대인 토고가 월드컵을 불과 4개월여 남겨 놓은 상황에서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프랑스의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14일(한국시간) "토고 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인 스티븐 케시를 경질했다. 케시 감독은 이달 펼쳐졌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토고가 거둔 부진(3전 전패)의 값을 치른 셈이다"라고 보도했다.
토고 축구협회가 케시 감독의 경질을 결정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의 부진이다. 하지만 토고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와 케시 감독 간의 불화가 토고 축구협회의 결정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 신문은 "토고 축구협회장인 록 냐싱베는 독일 출신의 감독을 영입할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레퀴프〉는 몇몇 프랑스 출신 지도자들이 토고의 차기 감독으로 유력한 것으로 보도했다. 〈레퀴프〉가 거론한 감독 후보는 필립 트루시에, 브뤼노 메추, 알랭 지레세와 노엘 토시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아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토고가 프랑스 감독을 선임해야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한 셈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토고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월드컵 경험이 있는 필립 트루시에나 브뤼노 메추를 택할 가능성은 크다. 트루시에 감독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일본을 16강에 올려 놓았다. 약 4년간 일본 감독을 지낸 트루시에가 아시아 축구를 잘 안다는 점은 한국을 상대해야 하는 토고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트루시에 감독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1998년 월드컵 본선 무대로 이끈 경험도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세네갈의 8강 신화를 만든 브뤼노 메추 감독도 토고의 차기 사령탑 후보 중의 하나다. 당시 세네갈 8강 신화의 출발점은 프랑스와의 개막전에서 승리한 것. 프랑스 출신의 메추 감독이 토고 지휘봉을 잡게 될 경우, 메추 감독은 2006년 월드컵에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월드컵에서 토고와 같은 G조에 속한 프랑스는 2002년 월드컵에서 세네갈에 당했던 아픔을 깨끗이 씻겠다는 각오이기 때문이다.
메추 감독은 한국과도 인연이 생길 뻔 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경질된 뒤 메추를 차기 감독으로 낙점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위약금 문제로 메추 영입을 포기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알 아인 클럽을 지휘했던 메추 감독은 계약기간 중 다른 팀으로 옮길 때는 '위약금'을 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인구 540만여 명의 서아프리카의 소국 토고는 지난 38년 간 계속됐던 냐싱베 에야데마 장군의 철권 통치를 제외하면 서방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국가다. 현재 토고의 대통령은 냐싱베 장군의 아들인 포레 냐싱베가 맡고 있다. 포레 냐싱베 대통령의 동생들은 토고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직에 두루 포진돼 있다. 토고 축구협회장인 록 냐싱베도 포레 냐싱베 대통령의 동생이다. 록 냐싱베 토고 축구협회장은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상여금 문제로 최근 대표팀과 마찰을 빚었다.
토고 축구협회가 스티븐 케시 감독을 경질함에 따라 2006년 월드컵을 통해 '제2의 세네갈' 이 되겠다는 토고의 원대한 꿈은 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사무치는 가난의 아픔을 경험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선수들은 일생일대의 기회인 월드컵에서 '죽기 살기로' 뛴다. 토고도 예외일 리가 없다.
감독교체라는 극약처방을 한 토고 축구협회의 결정이 독일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