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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 욕실 찬물 더운 물 자주 갈아달라"

인기종목 특혜 집중이 낳은 태릉선수촌 훈련거부 파동

9일 오전 부산 아시안 게임을 50여일 앞두고 복지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사상초유의 '훈련거부 파동'을 일으켰던 국가대표 코치들과 선수들이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처우개선 약속에 따라 오후 3시부터 훈련을 재개했다.

체육계에서는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들이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집단행동을 한 원인은 월드컵 축구대표팀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표선수들은 최고급호텔에 투숙하며 하루 15만원의 훈련수당, 4강 성적에 따른 포상금 3억원,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50일 앞두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선수들은 현재 하루 수당이 5천원에 머물고 있고, 코치들의 급여도 상여금이나 퇴직금 없이 수당명목으로 전임은 180만원, 실업팀 등의 코치를 겸임하는 경우 150만원을 받는다.

인기종목은 프로스포츠로 육성되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한다. 게다가 공식 지원과 특혜도 인기종목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비인기종목은 아마츄어에 머물며 정부 지원마저 인색하다. 이것이 한국 스포츠의 현주소다.

***"목욕탕 찬물과 더운물을 자주 갈아줄 것"**

김태우 국가대표코치협의회 총무(레슬링국가대표 코치)는 지난 8일 "축구는 월드컵 16강에만 들어도 병역이 면제되는데 다른 종목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잘못된 형평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며 인기ㆍ비인기 종목간 형평성 문제가 핵심임을 밝혔다.

대한체육회의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월드컵 대표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 외에도 노후화된 부대시설의 개선, 식단문제와 피복문제 등 자질구레한 복지문제도 포함돼 있다"며, "그동안 국가대표에 대한 처우가 예산문제로 인해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훈련거부 파동에서 코치와 선수들의 요구사항은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 병역면제 혜택 ▲훈련수당 인상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목욕탕 찬물과 더운물을 자주 갈아줄 것', '식사의 질을 높일 것', '피복문제를 해결해 줄 것'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선수촌의 실상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명백히 드러내는 사례다.

난감하기는 대한체육회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 공보실의 한 담당자는 "월드컵선수들의 수당이나 포상금은 축구협회가 자체 예산을 가지고 그렇게 한 것인데 대한체육회로서는 선수들의 항의가 좀 난처한 점도 있다"고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체육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있어야**

이번 훈련거부 파동의 최대쟁점이 된 병역특혜는 현행 법상 '올릭픽 3위 이내, 아시안 게임 1위'의 경우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오른 직후 포상차원에서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런데 시행령 개정시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이라는 하나의 항목만 추가시켰다. 여타 종목, 여타 대회와의 형평성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은 졸속 시행령 개정이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세계선수권 입상자 병역특혜 문제는 체육회로서도 의미 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체육회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대한체육회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훈련거부 파동은 다행히 조기 종료되었다. 그러나 체육계에서는 예산 지원, 각종 특혜 제공 등 체육정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흥분에 들떠 졸속 처리한 월드컵 대표 병역특혜 조치가 부메랑이 되어 한국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 인기ㆍ비인기 종목간 형평성 문제와 일부 인기 종목 엘리트 체육 위주의 정책기조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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