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3차 평화대행진' 대보름 맞춰 소원빌기 행사

미군기지 이전지역 민가에 총격사건 발생

12일은 정월대보름. 저마다 나름의 소원을 빌겠지만 경기도 평택 팽성읍의 대추리, 도두리 등 미군기지 확장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의 소원은 한 가지다.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땅에서 농사짓게 해달라."

지금은 평화학교로 이용되고 있는 폐교인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12일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평화대행진'이 열린다. 지난해 7월과 올해 초에 이어 3번째 열리는 대규모 집회다.

***제3차 평택평화대행진, 대보름 맞아 연날리기·달집태우기…**

특히 이날 집회는 대보름에 어울리는 행사들로 채워져 있다. 오후 1시부터 참가자들이 자기 자신의 소망을 연에 적어 하늘로 날리고, 풍물패의 길놀이가 벌어진다.

〈사진〉 달집 태우기

이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각종 풍물과 연극 등의 공연과 더불어 대추 초등학교에서 본행사를 열며, 4시 이후에는 길놀이와 함께 행진을 한다. 행진 이후 어둠이 내리면 '올해도 농사를 짓겠다'는 염원이 담긴 비나리와 춤으로 이뤄진 풍년 기원제, 영산 줄다리기, 달집 태우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깃발 세우기, 벽화 그리기 등의 각종 문화행사와 팽성 출신 가수 정태춘 씨의 콘서트도 열린다.

이날 대규모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주최측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집회인 만큼 평화롭게 행사를 연다는 입장이고, 경찰도 평화로운 집회문화를 정착하는 모델로 삼겠다는 목표 하에 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경찰은 9일 "대회 행진로에 인접해 있는 미군부대(K-6) 외곽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과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상호 접촉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집회 주최측의 자율적 집회를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열린 제1차 평화대행진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미군기지 철조망 주변을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었다. 특히 당시 현장 지휘책임자가 집회 내내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독려하는 방송을 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의 제2차 평화대행진은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됐다.

***미군기지 이전 지역 민가에 총격 사건**

한편 이러한 평화로운 집회 분위기와 달리 미군기지 이전 대상 지역에서는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9일 미군기지 이전 대상 지역인 도두2리의 한 민가가 총격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총격을 받은 집은 미군기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집주인은 새벽 3~4시경 큰 소리와 함께 벽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아침에 집을 둘러보다 지붕 처마 밑에서 탄흔을 발견했다. 총알이 조금만 빗겨 갔으면 유리창 안으로 날아들 뻔했다.

〈사진〉탄흔

이에 집주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평택 경찰서와 한국 공군 관계자들이 현장을 조사했다. 평택경찰서 측은 탄흔의 총격 여부 및 정확한 사건경위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미군기지에서 쏜 총알일 가능성이 크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총격을 당한 집은 1993년과 2005년에도 총격을 당한 집으로 전해졌다. 평택대책위 관계자는 "총격 사건이 있을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으나 한번도 진상이 파악된 적이 없다"며 "이번 총격 사건이 새벽 3~4시 경에 발생했음을 감안할 때 훈련에 의한 오발 사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평택 대책위는 오는 14일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격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