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개정안은 문광위 통과 직후 각종 시민단체와 인터넷 업계의 큰 반발을 사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법안을 제출한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 측은 저작권법 관련 공청회를 거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안 수정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 개정안은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넘겨져 다시 한번 검토의 과정을 거치게 됐다. 오는 15일 예정된 법안소위의 세부심사가 끝나면 이 법안은 다시 법사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이 저작권법 개정안과 영화및비디오게임에관한법률을 포함한 문화산업 관련 5대 법안은 3월 초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내 문화산업 발전에 있어서 왜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과 <영화와 저작권>의 저자인 임상혁 변호사의 대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진행 ▪ 정리 / 한선희 프레시안무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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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정부 부처간 다툼은 그만, 협력적 산업 발전 방안 찾아야 - 이번 저작권법이 온라인 디지털 컨텐츠 산업 발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논란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IT 기업간의 충돌, 또는 문광부와 정통부의 대결로 비춰지기도 했다. 우상호: | 요즘 좀 그 문제가 답답하다. 막상 인터넷 기업과 문화 콘텐츠 기업 사이에 지금은 충돌보다 협력의 분위기가 높다. 앞으로 온라인 상에 합법적인 콘텐츠 시장이 열릴 것이고, 인터넷 기업도 컨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으며, 과거 주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했던 기업들이 컨텐츠 확보 경쟁을 하게 되지 않았나? 또한 콘텐츠 업자들은 예전에는 오프라인 상으로 DVD나 CD를 팔았으나 이제는 온라인 시장을 열어야만 한다는, 그래서 대표적으로 음원 같은 경우 모바일과 결합하면서 초기 갈등을 넘어서서 협력적 관계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문광부와 정통부가 영역 다툼 하듯이 비춰진다면 오히려 해당 산업에 피해가 갈 거다. 따라서 해당 산업 분야의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의 법률 규범으로 적용하면 될 문제이지, 이걸 "우리 부서 거네 너희 거네" 하고 다투면서 해당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게 된다면 위험하다. 이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저작권법이 자꾸 그런 식으로 논의가 되었다. 정통부에서는 이 법을 통과시키지 말아달라고 로비를 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법은 규제법이 아니라 진흥법이고, 해당 분야 시장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시장의 룰을 정해주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런 규제의 틀이 없다면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임상혁: | 정작 기업들은 산업 영역간의 경계를 허물고 투자하고 있는데, 정부 부처간에 갈등이 있는 거 같다. 콘텐츠 산업이 커지다 보니 원래 문광부 산하 아니냐 했다가 IT와 결합하여 온라인으로 나가다 보니 정통부 산하 아니냐 하고, 또 이걸 전체적으로 봐야 하니 산자부에서도 자기 영역이라고 한다. 보다 전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통합적인 위원회나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서 정책에 따라 조율할 수 있는 기관이 나와야 할 것 같다. 각 부서를 떠나서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
우상호: | 동의한다. 정부 부처가 자기 관할권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결국 정부 부처가 존재하는 이유는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돕기 위해서다. 부처의 발전을 돕기 위해 해당 산업 분야가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지금 발전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어느 부처가 훨씬 더 많은 경험 노하우 정책이 있느냐를 봐야 할 거다. 지금도 정통부가 정보화촉진기금 등 자신의 재원을 디지털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안 쓴 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 기술을 다루던 부서의 직원들이 영화나 음악 등 창조적 산업에 지원할 때는 전문성이 확실히 떨어진다.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나 특성에 맞춘 유연한 접근이 어렵다는 게 판명이 돼 있다. 결국 수요자의 입장에 맞춰서 해당 산업 분야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가장 맞다고 본다. 핵심 산업의 성격이 뭐냐에 따라 업무를 나눠야 할 것이다. 창조적 산업은 문광부와 이에 속해 있는 법률로 구속하는 게 맞고, 기술 표준화나 해당 분야 기술 발전시키는 문제는 정통부가 하는 게 맞다. 사실 시대가 빨리 변하면서 이런 문제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다. 이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정해 놓고 가야 할 것이다. |
저작권법에 대한 국민 의식 높여야 - 정부 부처와는 별도로,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임상혁: | 우리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판도 사서 들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공짜로 다운받아 듣곤 한다. 문제는 그것을 당연시한다는 거다. 사실 그들도 미안해 하면서도 편하니까 다운 받는다. 한데 10대 후반 세대로 그걸 왜 돈 주고 받느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온라인 시장 자체가 콘텐츠 산업의 블루 오션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콘텐츠 산업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국민들에게 계도할 필요가 있다. 왜 저작권자를 보호해야 하고, 어디까지가 저작자이고, 어디까지를 이용자가 공정하게 쓸 수 있는가 등등. 사실 지금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등에 대해서는 전혀 구체화가 안 되어 있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우상호: | 문화 창작물에 대한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의 일종의 계약,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인 사회는 문화적으로 천박하다. 그런 사회에서는 절대 창작자들이 창작을 할 이유가 없다. 내가 고생해서 만든 창작물이 공짜로 돌아다니는데 뭐하러 더 이상 작품을 만들겠나. 적어도 내가 상업적으로 이 해당 분야에서 전업적인 작가가 됨으로써 나의 작가주의를 지키고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겠다고 생각하는 창작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이용자의 권리는 지켜질 수 없다.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영화나 음악, 창작자들의 창작 의욕이 극심하게 저하된 상태라고 본다. 권리자의 권한이 심대하게 침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본 많은 영화인, 음악인들이 창작 의욕이 별로 없다.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창작자는 부가판권으로 한 푼도 못 버는데,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운영업자가 한 달에 18억씩 번다는 소리를 들으면 낙담할 수밖에 없다. 그건 말이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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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저작권법이 선진적으로 발달한 나라와 비교할 때 현재 우리의 저작권법은 어떤 수준인가? 임상혁: |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다. 불법 다운로드와 관련해서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다. 저작권자가 왜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모 대학교수를 만나 저작권 전문 변호사라고 했더니, 소송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무슨 소송이냐고 했더니 본인이 쓴 논문이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다는 거다. 내가 팔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는데 왜 돈은 사이트 운영자가 버냐는 거다. 문화와 예술은 대부분 저작자들, 즉 창작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그들에게 새로운 시장이지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편리함만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
우상호: |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외국의 사례와 비춰봐서도 체제적으로 상당히 앞서 있다. 물론 앞섰다는 것이 잘 만든 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외국에서도 규율하지 않는 걸 왜 규율하려 하느냐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가 국회에서 입법할 때 항상 잘못된 관행이 있다. 외국에 선례가 있는가를 늘 참조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입법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외국에 유사한 사례가 있느냐는 참고하지만, 외국에 사례가 없다고 해서 법을 안 만드는 건 아니라는 거다. 우리가 세계의 질서를 잡는다는 의식과 토대에서 자신들의 이론과 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싸우지, 여러 나라의 법을 짬뽕해서 만들지 않는다. 한데 우리 입법부의 관행은, 항상 외국 사례를 먼저 뒤진다. 그리고는 "선진국에도 없는 법을 왜 만드느냐"고 하면 대체로 많은 국회의원들이 움찔한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 있는 분야는 우리가 표준을 정해서 끌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같은 온라인 공간, 우리 나라처럼 불법 다운로드가 많은 나라도 없다. 그래서 외국에 참조할 수 있는 법이 없다. |
저작권법 개정안, 문화 선진화의 교두보 - 앞으로의 일정과 전망은 어떻게 되나? 우상호: |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법사위에서도 쟁점이 있으면 일단 소위로 넘겨서 한번 정리를 한다.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으니 최대한 수정하면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절차다. 나 역시 그동안 나왔던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수정 의견을 제출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수정 의견이 반영되어 통과될 것으로 예측한다. 아마 온라인 상에서 불법 복제를 전업으로 삼고 있는 사업체들은 철퇴를 맞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대신 합법적인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고 신규 투자가 일어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직 과거의 타성에 젖어있는 네티즌들이 반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음원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한 2년 정도면 안정화될 것이다. |
임상혁: | 공개적으로 국민들, 소비자들과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IT 발전 국가로서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 법을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다음에는 저작권의 제한 문제,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 문제와 관련된 것도 입법을 서둘러 네티즌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저작권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가 해방 이후 100개가 안 된다. 그것도 대부분 서적이었고, 영화 쪽의 대법원 판례는 지금까지 없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저작권법에 담아서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
우상호: |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주요 투쟁 대상은 권력이었다. 검열로부터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 자신들의 산업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제도 절차와의 싸움이었다. 과거 권력은 문화를 자신의 시녀로 여겼다. 그래서 지금 문화가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력과 싸워야 했는데, 이제 권력이 문화를 독립 영역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그 자체가 시장과 싸워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 분야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었던 부당한 권력의 억압,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에 관한 판례들은 있었다. 하지만 권리자와 이용자의 문제라든가, 사회 각 구성원 사이에서 문화 주체들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에 대한 규범은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일반인도 전례가 없으니 그냥 공짜로 쓴 거다. 사실 권리자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이용자들 속에서 찾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투쟁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과도 싸워야 한다. 왜 당신은 나의 정당한 노력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느냐고 호소할 필요가 있다. |
임상혁: | 저작권법이 문화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가 없었던 이유는 워낙 시장이 좁았기 때문이다. 분쟁이 발생해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기 때문에 법원까지 가지 않았던 거다. 법원으로 가더라도 중재와 합의로 끝나곤 했다. 사법부도 적극적으로 판례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러는 대신 거의 무조건 합의 시키려고 했던 관행이 있어왔다. |
우상호: | 법조계에도 저작권법에 관심을 가진 인력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결국 해당 산업 분야에서도 대개 민감하게 진행된 것은 대충 끝나는 게 많은데, 지금은 권리자를 통칭해서 이런 법을 냈지만, 다음 과제는 저작권자들 사이의 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 같다. 음악만 하더라도 작곡자, 작사자, 연주자, 가수, 제작자가 복잡하게 엉켜 있다. 저작권자들의 갈래가 많아서 해당 산업에서 각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폐해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종합적인 형태의 저작권인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다. 음악은 이 모든 게 다 나뉘어서 요구가 나오고 있으나, 영화의 경우는 제작자가 감독, 스탭, 작가 등등에게 분배하는 데 있어서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이것도 모순이다.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산업적으로 요구할 때 권리 행태를 통합시킬 거냐 분화시킬 거냐를 고민해야 한다. |
- 어쨌거나 우리 사회가 문화 산업이 발달하고 시장 경제의 하나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진통이라고 본다. 모쪼록 저작권법 개정안 마무리가 잘 되어서 우리 사회를 문화적으로 선진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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