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셸 공드리 |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시간 108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
출시 아이비젼 미셸 공드리의 독창적인 비주얼 실험은 이미 뮤직 비디오 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프랑스 밴드 위위를 비롯해 비요크, 매시브 어택, 케미컬 브라더스, 화이트 스트라입스 등의 뮤직 비디오를 찍으면서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뮤직비디오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미셸 공드리 역시 영화계에서 자리를 잡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데뷔작 <휴먼 네이처>는 찰리 카우프먼의 기괴한 각본에도 불구하고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그다지 큰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미셸 공드리가 4년 만에 발표한 <이터널 선샤인>은 전작의 미진함을 단숨에 해소한 수작으로 갈채를 받았다. 이번에도 그와 파트너를 이룬 찰리 카우프먼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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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프레시안무비 |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제목의 힌트를 얻은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의 아픈 기억을 지우는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뉴욕에 사는 조엘(짐 캐리)은 헤어진 여자친구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 자신에 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그리고 기억 제거 시술을 하는 라쿠나 주식회사에 찾아가 역시 클레멘타인에 관한 기억을 모두 없애달라고 요청한다. 영화는 기억 제거 시술을 받는 현재의 조엘과 클레멘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과거의 조엘이 뒤섞이며 복잡하게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사랑을 나눴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기억의 소멸로부터 달아나려 한다. 시간의 순서를 뒤집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의식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만남에서 헤어짐에 이르는 사랑의 역설적인 메커니즘을 시간과 기억을 통해 풀어내는 이 영화의 테크닉은 상당히 영리하고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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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프레시안무비 |
사실 미셸 공드리는 '로우 테크(low-tech)'를 선호하는 연출자다. 영화에는 시각적 장치를 통해 기억의 소멸을 시공간의 변화로 풀어낸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장면들은 블루 스크린 촬영이나 3D 컴퓨터 그래픽 같은 '하이 테크(high-tech)'를 이용하는 대신, 카메라 위치 변경과 배우들의 동선 이동, 그리고 간단한 소품 같은 물리적 장치를 통해 얻어낸 것이다. DVD에 수록된 다채로운 서플먼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특히 '미셸 공드리와 제작진이 들려주는 이터널 선샤인'(18분) '메이킹 필름'(16분) '사라토카 애버뉴 장면이 완성되기까지'(16분) 등으로 잘게 쪼개져 있는 제작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영화의 파격적인 장면들이 대다수 미셸 공드리의 촬영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프로듀서와 컨셉 아티스트, 미술 감독과 촬영 스탭 등 인터뷰에 응한 제작진은 모두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셸 공드리가 설명하는 스토리보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크게 다투며 이별하는 순간을 담은 사라토가 애버뉴 장면은 스탭들의 성취감이 가장 컸던 순간으로 꼽을 만하다. <이터널 선샤인>의 또다른 재미는 배우들의 변신이다. 짐 캐리는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완벽히 떨쳐낸 채 사랑에 머뭇거리고 이별에 아파하는 소심한 남자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영국식 코스튬 드라마에서 단아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케이트 윈슬렛 역시 열정적이지만 제멋대로인 연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서플먼트로 담긴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의 대화'(15분)는 현장에서 건져 올린 가벼운 메이킹 클립과 함께 자세한 촬영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케이트 윈슬렛과 미셸 공드리의 대화'(14분)는 클레멘타인이라는 특이한 캐릭터에 대한 배우와 감독의 허심탄회한 견해를 담고 있다. 물론 마크 러팔로, 케이트 윈슬렛, 일라이저 우드, 톰 윌킨슨 등 탄탄한 조연 배우들의 영화에 대한 코멘트도 들을 수 있다. '이터널 선샤인: 영화 속으로'(10분)에서 배우들은 찰리 카우프먼과 미셸 공드리의 돈독한 파트너십을 언급하면서 나름의 해석을 담아 영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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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프레시안무비 |
<이터널 선샤인>은 비주얼과 내러티브 양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던 영화다. 그런만큼 본편 영화에 포함되지 않은 장면도 많다. 삭제 장면 서플먼트는 약 25분에 달하는데, 본편에서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었던 장면들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미셸 공드리와 찰리 카우프먼의 음성해설을 들어봐도 좋겠다. 1998년부터 이 영화를 준비해왔던 두 사람이 각 장면들의 숨겨진 의미와 복잡했던 촬영 과정을 안내한다. 화질과 음질은 상당한 수준. "기억조차 현실처럼 보이도록 만들고자 했다"는 미셸 공드리의 원칙이 반영된 영상은 자연스러운 미감을 잘 살리고 있다. DTS를 지원하는 사운드는 생생한 생활 소음과 인물의 감정과 완전히 밀착한 존 브라이언의 영화음악을 돋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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