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17년 묵은 LA 무승(無勝)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아드보카트호가 9일 오후 미국 LA의 홈디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미국프로축구(MLS)의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 3대0의 완승을 거뒀다.
선제골을 넣은 주인공은 '라이언 킹' 이동국. 지난해 11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전을 끝으로 골 맛을 보지 못했던 이동국은 이날 경기에서 골 갈증을 풀었다. 전반 21분 이천수는 후방에서 한번에 넘어온 공을 중앙으로 빠져 들어가던 이동국에게 논스톱으로 연결했고, 이동국은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네트를 갈랐다.
이동국은 그 뒤에도 조원희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터닝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던 이동국은 후반 19분 왼쪽 측면에서 반대편 골대를 겨냥해 감각적인 인사이드 킥을 때렸다. 비록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슛이었다.
활기찬 공격을 펼친 원톱 이동국과 함께 이날 최고의 기량을 뽐낸 선수는 '진공청소기' 김남일. 김남일은 중원에서 또다른 '진공청소기'인 이호와 상대를 철저하게 압박하며 그물 수비를 펼쳤다. '두 대의 진공청소기'를 같이 돌려 중원을 지배하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인술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이호와 김남일은 한 명이 공격에 가담하면 다른 한 명이 수비 쪽으로 내려와 커버 플레이를 전개하는 등 호흡이 척척 들어 맞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남일은 역습 때 상대 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킬 패스를 자주 성공시키며 제 기량을 100% 보여줬다.
한국의 두 번째 골은 김남일에게서 시작됐다. 후반 31분 공격에 가담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김남일은 크로스를 올렸고, 이동국이 헤딩슛을 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하지만 뒤에 받치고 있던 김두현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 냈다.
한국은 교체선수로 투입된 정경호가 후반 33분 길게 찔러 준 공을 이천수가 잡아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한국은 강한 중원압박에 이어지는 공격수들의 활발한 몸놀림으로 세 골을 넣기는 했지만 이천수, 조원희가 지키는 오른쪽 측면에 비해 박주영, 김동진이 나선 왼쪽 측면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을 보였다. 이 문제는 박주영의 포지션 논란과 맞물려 있어 향후 특히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
박주영은 이천수나 정경호와 같이 측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공격보다 오히려 중앙에서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어 대표팀의 윙 포워드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들어 이동국을 뺀 뒤 박주영을 중앙 원톱 자리에 이동시켰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경기 뒤 "박주영이 중앙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시험하려 했다"고 밝힌 것도 박주영의 포지션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포백 수비라인도 상대의 역습에 간간이 위기를 내줬고, 세트 피스 상황에서 한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과 이호가 중원에서 확실한 바리케이드를 쳐주는 지원에 힘입어 한국의 포백 수비는 지난 덴마크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스리백과 포백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17년 동안 LA 원정경기에서 7무 4패의 초라한 성적을 냈던 한국은 LA 갤럭시 전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LA 징크스'의 부담감을 털어냈다. 한국은 오는 12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간)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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