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성(姓)인 아드보카트(Advocaat)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 한가지는 변호사이고 또 하나는 네덜란드의 술 이름이다.
아드보카트 술에는 계란 노른자위도 들어 있어 일명 '계란술'로도 불린다. 아드보카트 술의 기원은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열대과일인 아보카도를 사용해 칵테일을 자주 만들어 마신 것과 관련이 있다. 나중에 이들 중 일부가 네덜란드로 돌아와 구하기 힘든 아보카도 대신에 계란 노른자를 사용했다. 아드보카트라는 이름의 술은 이렇게 생겨났다.
***계란술의 탄생과 흡사한 아드보카트의 용인술**
지난 1월 15일 대표팀을 이끌고 전지훈련에 나선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 간의 경쟁체제 확립과 포백 수비 실험에 일단 성공했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지션 간 무한 경쟁체제와 포백 실험의 성공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다양한 전술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발과 대체 요원들 간의 기량차이를 좁히고, 멀티 플레이어를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주전 선수의 부상, 퇴장이나 컨디션 난조가 있을 때 곧바로 그 공백을 메워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 전을 앞두고 이영표가 부상을 당했지만 히딩크 감독에겐 확실한 대체 선수 이을용이 있었다. 이영표와 포지션 경쟁을 하던 이을용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투입돼 황선홍에게 천금의 어시스트를 한 것만 봐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멀티 플레이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홍명보가 교체돼 나가자 유상철이 대신 중앙 수비수로 뛰며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16강전 승리의 디딤돌이 된 경우는 멀티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좋은 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표팀에서 주로 미드필더 역할을 했던 김동진을 왼쪽 윙백으로 뛰게 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상식을 중앙 수비수로 변신시켰다. 조원희와 장학영은 포백 실험을 위해 자연스레 멀티 플레이어가 됐다. 스리백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는 조원희는 포백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됐고, '연습생' 신화를 꿈꾸는 장학영도 미드필더와 윙백 자리를 오가며 테스트를 받고 있다.
남미로 건너갔다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네덜란드 인들이 마치 아보카도를 구할 수 없어 계란 노른자위를 넣고 아드보카트 술을 만들었 듯이,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순간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카드를 평가전을 통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변호사' 아드보카트**
아드보카트 감독은 '변호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수들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긴장한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장학영에게 계속 기회를 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리스 전이 끝난 뒤 "처음엔 실수를 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플레이가 좋아지고 있다"고 장학영을 격려했다. 이에 장학영은 "감독님의 격려로 잘 할 수 있게 됐다"고 화답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핀란드 전의 MVP는 백지훈"이라며 중원의 젊은 피인 백지훈에게도 확실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칭찬에 용기를 얻은 백지훈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투지 넘치는 몸싸움으로 중원에서 맹활약했다.
이처럼 선수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아드보카트 감독도 자신이 정해 놓은 대표팀의 법을 적용시키는 데에는 엄격하다. 크로아티아 전을 마친 다음날인 30일 아침에 김동진과 조원희는 아침 식사 시간에 5분 지각해 각각 100달러씩 벌금을 냈다. 비록 전날 기분 좋은 승리를 기록했지만 감독이 정한 법에는 예외가 없었다.
히딩크 감독 이후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움베르투 쿠엘류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쿠엘류(Coelho)는 포르투갈어로 '토끼'라는 뜻. 쿠엘류 감독은 선수들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토끼처럼 만들어 놔야 했지만 느림보 토끼가 되도록 방치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때 "프랑스어로 본프레레(Bonfrere)는 '좋은 형제'라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고집불통의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은 물론 축구 팬과도 좋은 형제가 되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할 때부터 부족한 시간이 독일 월드컵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춤거리던 한국 축구를 짧은 기간에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다. 해외 전지훈련을 포함해 독일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단지 4개월 남짓. 아드보카트 감독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자신의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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