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톰 행크스, 마이클 제터, 노나 게이
수입,배급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시간 100분 |
등급 전체 관람가 2005년 <폴라 익스프레스>는 영화의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영화는 아이맥스 3D로 전환된 세계 최초의 장편영화라는 점에서도 영화사에 굵은 발자국을 남겼다. 그러니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가 전체 3D로 변환되어 아이맥스 방식으로 영사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3D 아이맥스 버전은 북미 박스오피스 4천5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놀이공원의 신기한 볼거리나 교육용 다큐멘터리 정도로 여겨졌던 3D 아이맥스 영화를 장편 극영화에 접목한 최초의 성공 사례인 셈이다. 이 영화는 또 '퍼포먼스 캡처'라는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첫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들이 특수 복장을 입은 채 전신에 200여 개의 광반사 물질을 달고 연기를 하면 디지털 카메라가 섬세한 동작과 표정까지 모두 잡아내고, 이를 컴퓨터로 불러들여 색과 배경을 입히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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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익스프레스 ⓒ프레시안무비 |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명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한 <폴라 익스프레스>는 크리스마스 전야에 기차를 타고 북극으로 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기차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 소년 소녀들과 어울리게 되고, 기차 안을 떠도는 묘한 부랑자를 만나 수수께끼 같은 말을 듣는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북극은 전세계 어린이에게 전해줄 선물을 제조하는 산업 공장지대다. 그곳에서 소년은 출발 준비를 하는 산타클로스와 요정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마음 속에 믿음을 갖게 된다. 이미 출시된 <폴라 익스프레스> DVD에는 '퍼포먼스 캡처'를 이용한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이 간략하게 담겨 있다. 놀랍게도 톰 행크스가 극중 무려 1인5역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기차의 차장과 기차 안에서 떠도는 부랑자 유령, 그리고 북극의 산타클로스가 그들이다. 톰 행크스의 탁월한 연기력은 서로 다른 연령대와 캐릭터를 가진 인물을 거의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사실 2D로 보아도 <폴라 익스프레스>는 꽤 매력적인 작품이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전작이나 기존의 크리스마스 소재 영화에 비춰볼 때 상당히 어두운 편이고, 시끌벅적한 유머나 신파조의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산타클로스를 지나치게 영웅시하는 태도는 다소 거북하지만, 크리스마스 영화 특유의 전형적인 가족주의를 설파하는 대신 개인의 신념과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음악가 알란 실베스트리가 작곡한 다양한 뮤지컬 스코어 역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3D 아이맥스 버전으로 보는 <폴라 익스프레스>는 전혀 차원이 다른 작품이다. 일단 특수안경을 착용하고 보는 만큼 2차원의 영화에서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입체감과 공간감이 두드러진다. 가령 영화 초반 소년이 방 안에서 백과사전을 펼치고 북극에 관련한 항목을 뒤지는 장면, 또는 중반부 기차가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장면에서 머리핀 때문에 얼음이 갈라지는 장면 등에서 그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북극으로 가는 길에서 폴라 익스프레스가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장면, 그리고 아이들이 북극의 선물 공장에서 슬라이드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실제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3D 아이맥스 영화의 입체감과 공간감은 기존의 평면 영화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는, 영화의 기술 혁명이 낳은 또 하나의 쾌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인 순간들이 상영시간 내내 계속된다. 아이맥스 3D 버전의 또다른 특징은 선명한 화질과 높은 해상도다.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가 개봉되었을 때 괴물 설리의 털 하나하나를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에 경악했던 사실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3D 아이맥스 버전의 디테일은 그보다 훨씬 정교하다. 아이맥스 영화를 만들기 위한 디지털 리마스터링(DRM) 과정에는 기존 35mm 필름 이미지를 스캔한 뒤 샤프닝, 컬러 보정, 돌출부 제거 등의 테크닉이 동원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일반 35mm 영화보다 훨씬 깨끗하고 세세한 비주얼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 소년의 속눈썹 움직임, 폴라 익스프레스의 기관차에 쌓여 있는 석탄의 질감, 어두운 밤 차창 밖 풍경의 미묘한 그라데이션,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발의 섬세한 율동, 빙판 위를 가득 메운 순록의 보드라운 털…. 분명 시각적 체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촉각을 자극하는 듯한 이미지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화의 색감 역시 탁월하다. 밤 장면이 많은 <폴라 익스프레스>는 남색과 주황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3D 아이맥스 버전은 일반 극장의 2D 버전이나 DVD로 보는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화사한 질감을 선사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북극 산타클로스 등장 장면의 알록달록한 원색 역시 훨씬 도드라진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빙판 위를 달리면서 북극의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보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아름다운 색감을 만끽할 수 있다.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그 찬란하고 투명한 색의 파노라마에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테크놀로지가 변혁시키는 영화 역사의 최전선을 증명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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