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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500일을 빌었는데 하느님도 참 무심하십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500일 촛불 문화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촛불집회가 어느덧 500일에 이르렀다. 14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대추초등학교에서는 팽성 주민과 노동자, 학생, 시민단체 회원 등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팽성주민 촛불 500일 기념 문화제'가 열렸다.

오후 6시경 평택지역 풍물패연합의 길놀이로 시작한 이날 촛불 문화제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행사장인 운동장이 진흙탕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동안의 활동 성과를 돌이키며 평택 땅 지키기의 결의를 다졌다.

***"500일을 기도해도 하느님은 무심하기만 합니다"**

미군기지 확장 예정 지역인 팽성읍 도두2리 이상렬 이장은 여는 말을 통해 "어느덧 촛불 문화제가 500일이 됐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땅을 중시 여길 줄 아는 각계의 여러 인사들과 단체와 함께 이 자리를 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이장은 이어 "정부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민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미국에 땅을 내주기로 약속하고, 이제는 약속을 이행한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수탈하려 한다"며 "여기 주민들은 바다를 막고 언 손 마다 않고 생을 바쳐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인데, 2대 3대가 이어져 살아 온 삶의 터전을 한 평도 내놓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장은 "500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도 하늘도 참 무심하다"며 "500일을 매일같이 촛불을 밝히고 소원을 빌었음에도 꿈쩍도 않는 정부를 보면 정말 울분이 치솟는다"고 토로했다.

현재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등 미군기지 확장 이전 예정지역은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 절차가 진행 중으로, 지난달 말에는 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이 국방부로 넘어가 토지 보상 비용만 법원에 공탁돼 있는 상태.

이에 대추리 등 주민들은 조만간 정부가 강제 철거 등 물리적 토지 수용 절차를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평택 대책위) 관계자는 "농민들이 파종을 해서 곡물이 자라는 논을 뒤엎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할 것으로 정부가 판단할 수 있다"며 "따라서 설이 지나고 파종하기 전인 2월 중에 정부가 용역을 동원해 논에 자갈을 퍼붓고 마을을 강제 철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평택에 복이 깃들게 하소서"…트랙터 순례단 도착**

이어 전국 평화순례를 나선 트랙터들이 대추 초등학교에 도착하면서 '500일 촛불문화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트랙터 순례단'은 지난 3일 평택을 출발해 7대의 트랙터로 이날까지 부안,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방방곡곡 1200km를 돌고 오후 7시경 대추 초등학교에 들어섰다.

그러나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들은 13일 경기도 안성을 지나 서울 미국대사관 앞까지 트랙트 순례를 펼치고 14일 팽성의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안성 부근에서 경찰이 이들의 북상을 저지해 14일 오후까지 대치하다 결국 팽성으로 직행해야 했던 것.

하지만 김지태 평택대책위 위원장은 "전국을 트랙터로 돌며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에 큰 힘을 얻었다"며 "이번에는 서울까지 못 갔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평택에 평화가 깃들 때까지 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트랙터 순례단의 도착에 이어 대나무 가지를 모아 태우는 '달집 태우기' 행사 즈음에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달집 태우기'란 음력 정원 대보름날 농악대와 함께 달맞이를 할 때 주위를 밝게 하기 위해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 솔가지 등으로 덮어 '달집'을 만들어 달이 뜨는 쪽을 향해 태우는데, 달집을 태워서 잘 타면 그해는 풍년이 들고 불이 꺼지면 흉년이 들게 된다는, 길흉을 점치는 민속놀이다.

이날 300여 명의 참가자는 보름달을 향해 활활 타오르는 달집 주변을 감싸고 강강수월래 장단에 맞춰, '미군 철수', '한반도 평화', '평택 땅 지키기' 등의 소원을 빌었다.

***2월 12일 '제3차 평택 평화대행진'**

이들은 또한 다음 정월 대보름인 2월 12일에는 '제3차 평택 평화대행진'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7월 대추리 인근 미군기지를 인간띠로 잇는 제1차 평화대행진을 열렸으며, 지난 달 11일에는 평택역과 평택시청 등지에서 제2차 평화대행진 및 촛불 집회가 열린 바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올해도 농사짓자"는 글씨에 불을 붙여 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고, 평택에 직접 거주하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문정현 신부는 "올해에도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계속 여기 주민들이 농사를 짓게 해 신명나는 하루하루,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쏟아붓자"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국제 평화대행진'이라는 이름도 함께 부여됐다. 미국, 일본, 프랑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현지 평화 단체들이 평택 주민들에게 연대사를 보내면서 현지 미국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위협이 되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재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오기도 했다.

〈박스 시작〉

***새로운 갈등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평택 평화신도시'**

현재 평택 지역 중에서도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당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은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다. 정부는 협의 매수를 통해 최대한 많은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많은 주민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택 지역에 또 다른 토지 강제수용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바로 건설교통부가 고덕면 일대를 '평택 평화신도시' 예정 부지로 지정하면서부터다.

'평화신도시'는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평택 지원계획'의 일환으로 이 신도시에는 경제특구 및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미군 군속들의 주거지 등도 함께 조성된다. 부지 면적만 539만 평이다.

하지만 정작 고덕면 주민들은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들 역시 미군기지 확장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에 강제로 땅을 내주고 대대로 살아 오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김용환 평택시위원장은 "고덕면 일대에 신도시 반대 현수막이 걸리는 등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며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군기지 부지 조성 과정에서 부지 조성비용의 부담 문제도 한미간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미군기지 확장 예정 지역은 대부분이 논으로, 기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복토가 필요한 상황. 김 위원장은 "미군은 현재 연병장은 2m, 막사 등 건물 지역은 3m 높이로 복토하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산 180여 개 분의 흙과 골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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