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주5일근무제 시행과 관련 정면으로 맞붙었다. 두 후보는 23일 각기 다른 장소에서 주5일근무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사를 명백히 표명,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노사정위원회는 22일 밤 늦게까지 주5일근무제 도입에 관한 최종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그간 노사정위의 논의결과와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안 등을 토대로 9월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키로 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이날 "법으로 강요하는 정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연내 주5일근무제 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회창-노무현 주5일근무제 찬반 대립**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는 23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이 정부가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주5일근무제를 임기말에 강행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모든 작업장에 대해 법으로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정책은 시기상조"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또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된 이후에나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며 "이 정권이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임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23일 주5일근무제 시행문제와 관련,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기업의 규모나 여건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거나 또는 순차적으로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측 관계자는 "노사정위에서 각 협상주체가 이견없이 완전 합의를 도출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고 있는 만큼 일단 그동안 2년 가량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도출된 기본방향 등에 대한 합의를 토대로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노 후보의 뜻"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 최종협상 결렬, 노동부 정부입법 추진 계획**
한편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주5일근무제 도입을 위해 2년 넘게 벌여온 노사정위원회 협상은 22일 밤 끝내 결렬됐다.
노사정위는 22일 오후 2시 장영철 위원장, 방용석 노동부장관,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 김창성 경총 회장,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조영택 행정자치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오후 10시까지 주5일 근무제 도입 방안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으나 임금보전방안, 연차휴가 가산년수 등을 놓고 노사 입장이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임금보전 방안과 관련, 이남순 노총위원장은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저하되면 안된다"며 "법 부칙에 기존 임금 보전에 대한 원칙을 명시하고 합의문에 생리휴가 무급화 및 연월차 휴가 축소에 따른 임금보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창성 경총회장은 "법 부칙에 '기존 임금수준 보전'이라는 원칙적 규정만 두면 충분하다"며 "연차휴가도 3년에 하루씩 가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의견이 맞서자 방용석 노동장관은 최종안으로 법 부칙에는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만 명시하고, 대신 노동부가 임금수준이 보전되는 방향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행정지도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양측의 거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노동부는 이날 단독 입법 절차에 들어가 노사정위 논의내용과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안을 토대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만들어 9월께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연내 입법 사실상 무산, 대선쟁점될 듯**
23일 노무현 후보가 "일단은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노동부의 정부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회창 후보의 반대의사 표명은 정부의 입법 행보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한 두 후보가 같은 날 일제히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최근 주5일근무제가 국민적 쟁점으로 떠올라 그 시행시기 및 방법론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상황을 감안한 처사로 풀이된다.
게다가 노동부가 근거로 삼고자 하는 공익위원 안이 최근 노사정위에서 논의된 내용보다 전반적으로 노동계에 불리하게 돼 있어 입법과정에서 노동계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며, 경영계의 대국회 로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입법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국 2년여를 끌어 온 주5일근무제 도입은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노사 양측의 대립과 정치권의 논란이 얽혀 대선쟁점으로 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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