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지금도 열린우리당 탈당 고려"

"지방선거까지 지켜보자"…靑 "과거 얘기일 뿐"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탈당 의중을 내비침으로써 당청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노 대통령의 탈당 의사가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에도 진행 중인 검토 사항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부영 "현재도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듯"**

상임고문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했던 이부영 전 의장은 1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은 현재도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지금도 심각하게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명시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당과 인식의 격차가 현재에도 여전하다고 강조한 점에 비춰볼 때 충분히 현재도 탈당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후반기에 당과 마찰과 갈등을 보였고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면서 "이 말은 지난해의 생각과 지금의 심경에 큰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 에 출연해서도 "작년 대연정 제안 직후 대통령이 당 지지도가 그 문제 때문에 급락하는 사태를 보고 당을 떠날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그런 문제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굉장히 무겁고 침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 에 출연해 "지금 탈당하겠다는 말씀은 아니었고 그것을 검토과제로 연구해보자는 것"이라고 다소 다른 취지로 노 대통령의 '탈당' 발언을 소개했다. 정 전 장관은 "당이 청와대 때문에 선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있고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불평이 있는데 그렇다면 헤어져서 가는 것도 한번 검토를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고 설명한 것.

정 전 장관은 다만 "참석자 중에서 대통령이 탈당 결심을 밝힌 것이라고 충격적으로 듣는 분도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게 듣지 않았다"며 "원론적인 문제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정치적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지방선거 이후로 탈당 '보류'"?**

한편 노 대통령의 탈당 언급이 나오자 당시 만찬 참석자들은 극구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근태 의원 등의 만류가 이어지자 노 대통령은 "우리당 전당대회가 있고 지방선거도 있으니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지방선거 때까지 결심을 일단 '보류'했다는 것.

이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국면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졌다. 이미 유시민 의원의 입각 파동을 거치며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후 노 대통령의 탈당→일부 친노세력의 탈당→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그동안 노 대통령이 정치적 주요 국면마다 '탈당' 카드를 검토해 왔다는 점도 이같은 개연성을 더욱 짙게 한다.

그러나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탈당 얘기는 모두 과거 시점의 얘기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지방선거 이후로 보류했다는 전언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