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두 개의 월드컵이 펼쳐진다. 32개국이 출전하는 축구의 독일 월드컵과 16개국이 경쟁하게 될 야구 월드컵(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바로 그것이다. 17회째 대회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축구 월드컵은 이미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잡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야구 월드컵은 그렇지 못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27번이나 차지했던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야구 선수들에게는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것이 최고의 영광이다. 그러나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등 전설적인 야구 스타들이 거쳐간 양키스는 야구 월드컵의 최대 훼방꾼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양키스는 야구 월드컵에 반대하는 유일한 메이저리그 팀이다.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자신의 선수들이 야구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관점에서는 야구 월드컵이 양키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배부른' 양키스는 야구 월드컵을 통해 더 이상 이익을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속 선수들의 대회 불참을 은근히 유도하는 입장이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이런 태도는 마쓰이 히데키(일본), 호르헤 포사다(푸에르토리코), 마리아노 리베라(파나마), 랜디 존슨(미국) 등 양키스의 주축 선수들이 야구 월드컵에 불참하게 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NYT가 "양키스는 메이저리그가 국제 무대로 나아가는 데 추악한 미국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키스에 직격탄을 날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키스의 이기주의는 FIFA(국제축구연맹)의 탄생에 소극적이었던 잉글랜드와 닮았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강한 자부심 속에 월드컵 참가에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1950년 월드컵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을 대표하는 슬러거 마쓰이 히데키는 지난주 "야구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고, 양키스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야구 월드컵에 출전해달는 일본 팀의 오 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의 뜻을 저버렸다. 일본과 야구 월드컵 주최 측에서는 마쓰이 히데키의 결정에 난색을 표명했지만 양키스로서는 '흐뭇한' 일이었다.
양키스는 칼 파바노(미국)와 왕첸밍(대만)에 대해서도 부상을 이유로 야구 월드컵 참가 면제를 요청했다. 파바노는 대회 참가를 면제받았고, 왕첸밍은 어깨부위 정밀검진 결과를 보고 참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괴물 투수' 랜디 존슨(미국)은 보험료 부담 문제로 대회 참가를 면제받았다.
양키스의 주전 포수 포사다는 아직 야구 월드컵 출전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키스는 야구 월드컵에서 포사다의 푸에르토리코 팀 차출을 면제해달라는 요청을 해놓은 상태.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한때 야구 월드컵에서 파나마 대표로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회에 나가봐야 파나마는 승산이 없다"며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구 월드컵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의 대표 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이기주의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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