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축구 대회에서는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월드컵만 보더라도 첫 경기를 놓칠 경우 16강 진출에 대한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맞붙는 토고와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7일과 11일(이상 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각각 기니, 짐바브웨와 평가전을 갖는 토고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신승순 비디오 분석관, 최경식 기술위원을 파견한다. 이와 함께아드보카트와 친분이 있는 유럽지역 스카우트 출신의 인사도 현지에서 토고의 정보 수집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처럼 토고에 대해 '공'을 들이는 것도 토고가 한국의 첫 경기 상대 팀이기 때문이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는 3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토고 전은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라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토고 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핵심 요소를 설명했다. "토고의 전력이 아직 베일에 감춰져 있기 때문에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죠. 토고 전에 맞춰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계획도 있어야 하구요. 또한 토고가 아무래도 월드컵 처녀 출전국이기 때문에 초반에 강한 압박축구로 기선을 빼앗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던 이 교수는 "당시 월드컵에서 첫 상대인 폴란드는 전체적으로 체격조건은 좋았지만 선수들의 순발력이 뒤졌어요. 그 약점을 철저하게 노린 게 귀중한 승리로 연결된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2002년 월드컵 때 폴란드의 올리사데베와 2006년 월드컵에서 맞붙는 토고의 아데바요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 "폴란드와 토고는 일단 축구 스타일이 너무 다르죠. 월드컵 예선 전의 활약을 놓고 봤을 때도 아데바요르가 당시 올리사데베 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1월 15일부터 6주간 계속될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통해 수비라인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한국 팀의 성적과 직결된다는 입장. 수비 조직력과 커버 플레이에 대한 부분을 완성하는 게 절실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은 스리백 포메이션을 사용했지만 스리백은 수비 시에 사실상 파이브백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요. 그 때는 공, 수에 걸쳐 부지런히 뛸 수 있는 측면 미드필더인 이영표, 송종국의 활약이 매우 중요했죠"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체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일은 아마도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의 몫이죠. 현재로서는 김영철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때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홍명보와 같이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는 선수가 현 대표팀에 없는 게 아쉬워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예선 첫 경기인 스위스에게 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박성화 전 청소년 대표팀 감독도 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토고 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어느 국제대회나 첫 경기가 제일 중요하죠. 첫 경기에 지면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감독은 특히 모험적인 축구를 해야 하는 짐을 갖고 다음 경기에 임하게 되죠.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스위스에 패한 뒤 극적으로 나이지리아를 이겼지만 강호 브라질에 패해 아쉬움이 많았어요. 스위스는 반드시 이겼어야 할 팀이었는데…."
박 전 감독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상대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수비 포메이션을 자꾸 바꾸다 보면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전지 훈련에서 어떤 포메이션이 좋을지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겠죠. 만약 스리백을 가동시킬 경우에는 기동력을 갖춘 이영표, 조원희, 송종국 등 측면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폴란드와의 승부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루는 데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 한국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토고를 제물로 또 한번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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