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도 "당이 환영할 만한 개각이 아니다"

당 권력 공백에 反유시민 정서까지…당-청 갈등 확산

1.2 개각이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간의 미묘한 갈등 기류로 번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유시민 의원을 발탁키로 한 청와대에 대해 당의 노골적인 반감 표출이 확산되고 있는 것.

또한 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겸하며 당의 유일한 구심점 노릇을 해 오고 있는 정세균 당 의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차출된 것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당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정세균 의장직-원내대표직 사퇴키로**

3일 열린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이호웅 의원은 "인사의 내용을 우리가 언급할 것은 없지만, 당이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다"고 이번 개각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시기가 적절치 않고 사려 깊지 않았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2.18 전대를 한 달 이상 남기고 정세균 당 의장 겸 원내대표가 내각에 발탁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당내 혼란에 대해 청와대가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으로 풀이된다. 개각 발표 직후에는 당 의장이 경제부총리가 아닌 산자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대한 즉흥적 서운함도 적지 않았던 터였다.

배기선 사무총장도 "당을 잘 이끌어 온 정 의장이 갑자기 정부로 간다고 해서 당이 당황스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 총장은 "임시 전당대회 준비와 1개월 가량 걸리는 인사청문 절차를 둘 다 진행하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내각으로 가기로 한 순간부터 당을 다음 분에게 맡기고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고 당내 여론을 숨기지 않았다.

정장선 의원도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세균 의장이 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이 두 직책을 다 그만둬야 하는지, 당의 독립성까지 포함해서 여러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회의 결과 정 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하고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된 후임체제를 마련키로 했다고 전병헌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원내대표직에 대한 사퇴 여부도 조만간 결정키로 했다.

***반(反) 유시민 정서 확산**

보건복지부 장관 발탁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유시민 의원에 대한 불만은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하다.

정장선 의원은 "국민 통합이라든가 정국 운영에 있어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라는 게 국민들이 감성적으로 이해하거나 정서적으로 접근할 부분이 꽤 있는데, 그런 부분에 다소 괴리가 있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재선의원은 "5월 지방선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당심과 민심이라고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며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선 모임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갖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키로 해 집단 반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청와대는 금주 중 우리당 지도부를 초청해 이번 개각 논란을 둘러싼 당내 반발을 설득하는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유 의원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애착이 김완기 인사수석을 통해 확인된 상황에서 '당과의 협의'는 사실상 요식적 절차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