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비밀핵무기 개발시설에 대한 군사행동과 관련해 터키 등 동맹국들에게 대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독일 주간지〈슈피겔〉이 지난 12월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2006년 초 이란의 핵무기 시설에 대해 공습을 준비 중이라는 견해가 독일 안에서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중동 5개국 '이란 공격' 통보받아"**
지난해까지 미국의 대이란 정책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발언이 의미하듯 표면적으로는 군사작전과 경제제재 등 어떠한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이 생각처럼 쉽게 종결되지 않는 등의 현실적 문제들로 선뜻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동맹국들에게 이란 공격에 대비할 것을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은 실질적인 공격으로 한 발짝 나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미국이 특히 협조를 구하고 있는 곳은 이라크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중동의 친미 국가인 터키다.
독일의 〈DDP통신〉은 포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12월 12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서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났고, 이 때 2006년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스 국장은 미국의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자유로운 정보 교환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보도를 한 〈DDP통신〉의 우도 울프코테 기자는 독일연방정보국(BND)의 기밀 정보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국가 기밀을 발설했다는 혐의로 여러 차례 가택과 사무실을 수색당하는 등 정부에 의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DD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ㆍ요르단ㆍ오만ㆍ파키스탄 정부들도 미국의 대이란 군사계획에 대해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이 나라들은 미국의 공습이 '가능한 선택사항'이라고 들었지만 그 시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 이란-알카에다 연계 주장**
특히 고스 국장은 터키 정보국에 이란이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담긴 3개의 서류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류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최근 정보들도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DDP통신〉은 고스 국장이 이란 공습 전에 터키 정부에게 미리 침공 사실을 알려줄 것을 약속해 터키 정부를 안심하게 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독립을 요구하는 이란의 쿠르드노동자당(PKK) 진영을 제거하는 청신호를 얻었다.
〈DDP 통신〉은 미국이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반유대주의 폭언을 통해 이란이 핵개발 철회 의사가 없고 오히려 유럽과의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유대교의 제사의식인 '번제(燔祭)'를 '미신'이라고 비하하며,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사라져야 할 나라'로 부르는 등 반유대주의 발언을 해 왔다.
독일 언론들은 독일군 고위 관리가 "나는 임기 중반의 부시 대통령이 이란이 가져다줄 기회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인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공격할 것"이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쿠르드 독립 저지'를 지렛대로 터키 협조 모색"**
터키를 방문한 것은 고스 국장만이 아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뮐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앙카라를 찾았다. 터키의 신문은 이들의 방문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의 신문들은 고스 국장과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만나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대응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고스 국장이 PKK 문제를 해결해주는 답례로 이란에 대한 정보를 터키 정부에게 요구했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슈피겔〉은 미국이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에 반대해 온 터키에게 이처럼 '쿠르드 독립 저지'를 매개로 이란 공격에 대한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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