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05년 한국 축구의 '희로애락' 말 잔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05년 한국 축구의 '희로애락' 말 잔치

[프레시안 스포츠]본프레레부터 박주영까지

올해 국내 축구계에는 말 한 마디로 자신의 진가를 높힌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설화(舌禍)'가 되기도 했다. 2005년 국내 축구계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선수, 감독 등 축구계 인사들의 '말 잔치'를 재구성했다.

***희(喜) : 아드보카트 "정신력 해이한 선수는 집에서 쉬어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9월 취임 일성으로 "어떤 선수도 정신력이 해이하다면 집에서 쉬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취해 있는 대표 선수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 향후 대표팀의 '무한 경쟁'을 예고하는 이 말 한 마디에 대표팀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 뒤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자가용을 몰고 오지 말 것, 연습 시간에 늦으면 벌금을 내라는 것 등등.

아드보카트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이란과의 평가전부터 '걸어다니는 축구'가 아닌 '뛰어다니는 축구'로 축구팬들에게 희망을 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같은 '압박축구'를 부활시키며 국민들에게 희열을 안긴 셈이다.

***노(怒) : 본프레레 "동아시아 대회는 신인선수 테스트하는 기회"**

요하네스 본프레레는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자격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1996년 나이지리아를 올림픽 우승으로 이끈 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며 내리막길을 걸었던 B급 지도자라는 비판이 바로 그 것.

본프레레 감독은 올해 결정적인 말 실수를 두 번이나 하며 대표팀을 떠났다. 지난 3월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무기력한 경기를 하며 0대2로 패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정신적 준비가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술적인 대비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우디 포백 수비에 대한 대처 등 감독의 전술부재 대신 선수들의 정신력에서 패인을 찾은 셈.

본프레레 감독의 설화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이어졌다. 본프레레 감독은 대회 직전 "홈에서 치르는 대회이니 만큼 우승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2무 1패로 최하위의 성적을 낸 뒤 "이 대회는 신인선수들을 테스트하는 기회였다"고 말을 바꿨다.

'붉은 악마'들과 축구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본프레레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을 정도로 분노했다. 결국 본프레레 감독은 두 차례 말 실수로 자신의 경질론을 확산시키며 지난 8월 23일 쓸쓸히 태극호 선장에서 물러났다.

*** 애(哀): 축구협회 "11월까지 법인화 하겠다"**

올해 1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회장 4선 도전 때부터 축구계의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축구연구소와 축구지도자협회의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던 축구협회.

축구협회는 지난 9월 국회의 국정감사까지 받으며 여야 문광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회계상 의혹 등 집중 포화를 맞았다.

여야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축구협회의 회계가 주먹구구식 엉터리라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축구협회의 주요 간부가 협회의 스폰서십 대행사인 FC 네트워크의 이사 및 감사로 재직했고, 주식까지 보유했다고 고발했다.

축구협회의 과장급 이상 간부 29명의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현대중공업이나 정몽준 회장의 대선캠프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라는 지적도 뒤를 이었다.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며 4강까지 오른 한국 축구의 슬픈 현실이었다.

각종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축구협회의 조중연 부회장은 "11월까지 법인화 하도록 하겠다. 또한 향후에는 개인 회계사가 아닌 회계법인을 통해 투명한 회계 행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뒤늦게 협회 행정 쇄신에 착수한 축구협회는 약속대로 사단법인이 됐고, 회계법인도 선정했다.

***락(樂): 박주영 "오늘 골은 운이 좋았다"**

겸손, 성실, 기도 세리머니. 올시즌 국내 축구계의 최고 히트 상품은 단연 '축구 천재'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올해 1월 카타르 8개국 초청 축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신드롬'의 서막을 알렸다.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도 지난 1월 18일 회장 선거를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오늘 새벽 축구 봤어요"라며 박주영의 활약에 큰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FC 서울에 입단한 박주영은 K리그 정규시즌에서 12골을 폭발시키며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박주영의 진가는 그라운드가 아니라 기자회견장에서도 드러났다. 그의 인터뷰에는 항상 겸손이 깔려 있었다. 박주영은 지난 3월 프로 데뷔골을 넣고 난 뒤 "동료가 바로 앞에서 내준 공을 넣을 것일 뿐"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지난 5월에도 박주영은 "오늘 골은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박주영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도 세리머니'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예선전. 0대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박주영의 침착한 슛으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독일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와 AFC(아시아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는 일제히 "박주영의 A매치 데뷔골이 한국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성인대표팀에 차출돼 경기를 뛰느라 정신적인 면과 체력적인 면에서 모두 지쳤던 박주영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박주영으로부터 시작된 나이지리아 전 '기적의 3분쇼'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축구팬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경기로 선정됐다.

왼팔이 탈구됐지만 경기에 임했던 박주영이 터뜨린 프리킥 골은 밤잠을 설치며 TV를 지켜봤던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당시 박주영은 팀 닥터가 팔뼈를 맞춰주자 "됐어요"라며 투혼을 발휘했다.

후반 3분 페널티킥을 실축했던 박주영은 0대1로 뒤지던 후반 44분 통렬한 프리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 뒤 상승세를 탄 한국은 백지훈의 결승골로 2대1의 승리를 따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