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로 그동안 복잡하게 엇갈렸던 정치권의 대립 전선은 사립학교법 갈등을 둘러싼 '반(反)한나라당' 전선으로 단순화됐다. 이미 30일 본회의에 참석키로 열린우리당과 합의한 민주당에 이어 허 청장의 자진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민주노동당도 예산안 등의 처리에 협조키로 했다.
***4당 원내대표 회담 가동…'반(反)한나라 전선' 쐐기박기**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허 청장의 사퇴는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고인들과 혹한 속에서 투쟁하는 농민단체들의 힘겨움을 생각할 때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청장의 사퇴를 계기로 민노당은 예산안 처리 등 임시국회 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여권과 민노당 사이의 대립 요인이 해소되면서 새해 예산안과 부동산 관련법은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 확실시 된다.
열린우리당은 허 청장의 사퇴와 민노당의 임시국회 협조 방침이 제1야당을 배제한 예산안 처리에 따른 부담감도 상당부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끝내 본회의를 보이코트 하더라도 국민중심당까지 포함한 여야 4당의 본회의 참여가 자연스레 한나라당을 '외톨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 (국회 협조에) 합의했고,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과도 같이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내일은 한나라당을 뺀 모든 정당이 시급한 현안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나라당을 배제한 본회의 강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정 의장은 "한나라당은 아마 자기들이 참여하는 국회는 민주국회고 자기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정당들이 해도 의회독재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라며 "국민을 호도하는 이런 작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당은 또 이날 오후 4시부터 한나라당을 뺀 4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이에 대한 쐐기를 박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부터 행자위, 건교위, 국방위, 법사위 등을 열어 폭설피해대책과 부동산 관련법, 방위사업법 등을 논의했다.
***한나라 "경찰청장보다 박홍수 농림부장관부터 물러나야"**
한나라당은 난감해졌다. 가뜩이나 장외투쟁이 보름이 넘게 이어지면서 언론의 주목과 여론의 호응도가 급속하게 떨어졌고, 당 내부에선 박근혜 대표의 '고집'을 비판하는 반발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마당에 시급한 예산안 처리까지 '직무유기' 할 경우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 4당이 협조해 예산안을 처리하게 되면 한나라당 홀로 외치는 '날치기'라는 비판도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복잡한 속내가 맞물려서인지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허 청장의 사퇴와 관련해 "야당으로서는 경찰청장이 사퇴하라고 말하는 것이 제일 간단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며 "경찰청장은 본연의 임무에 따라 시위를 막았을 것"이라고 감쌌다.
그 대신 이 대변인은 "이 사태는 경찰 책임이라기보다는 농정 책임자 거취에 더 무게가 있다"며 "쌀협상 비준안을 조금만 미뤄달라는 최소한의 부탁도 거절한 박홍수 농림부 장관부터 물러나야 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후 '사학법 원천 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국민운동 여성대회'에 참석하는 등 당 내외 여론에 아랑곳없이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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