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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사회혁명, 남이 하면 군중심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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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사회혁명, 남이 하면 군중심리냐?"

붉은악마, 지식인층의 '파시즘화' 우려에 일침

'붉은악마'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6일 오후 참여연대 강당에서는 월드컵기간 중 전국적으로 번져나간 전국민의 '붉은악마화'의 의미를 분석하고, 여기서 분출됐던 거대한 에너지를 사회참여의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학자들과 NGO의 실무자들의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국가 및 방송 자본주의의 파시즘적 장악 시도**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권혁범 교수는 이번 월드컵에 나타난 '붉은악마' 현상과 관련,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같은 큰 일이 대회 기간중 두 번이나 있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초기 몇 십만 규모에서 몇 백만 규모까지 길거리 응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첫 번째 큰 사건이었고, 두 번째는 이런 군중을 '열린 음악회'식의 국가 및 방송 자본주의가 장악하려는 우려할 만한 시도가 일어난 것이 두 번째 큰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특히 지난 2일의 '4강 축하 퍼레이드'를 두번째 시도의 대표적 예로 꼽았다.

권 교수는 또한 "레드 컴플렉스가 사라졌다거나 일부 우익인사들이 젊은이의 애국심을 찬양하는 것과 같은 아전인수식 해석도 문제"라고 비판하며, 자발적 참여에 대해서도 '금 모으기 운동'이나 '수재민 모금'같은 획일주의나 전체주의 혹은 파시즘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하면 사회혁명, 남이 하면 군중심리냐?"**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원의 김정훈 연구원은 반론을 폈다.
김 연구원은 국가나 방송이 이 현상을 이용하려 하거나 과도한 해석을 하려는 집단이 있다는 점에서는 권 교수 주장에 동의하나 "강하게 떠오른 민족적 자긍심이나, 새롭게 형성된 '광장성'을 좋은 방향으로 몰고가 그동안 지배계급이 패배의식을 주입할 때 강요하던 '민족'을 이들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쓴다면 굳이 나쁘다고 볼 수없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라고 폄하하는 식의 논리는 미국전을 앞두고 조선일보가 폈던 논리라고 지적하며, "붉은악마 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석하여 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정창수 간사는 "시민운동 단체 입장에서는 붉은악마 정회원들의 치밀한 조직과 기획력은 놀랄 만한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경기가 끝난 후 시청이나 광화문에서 청소나 질서유지를 주도하는 그들의 역할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정 간사는 또 "많은 시민운동 단체들이 붉은악마의 열기나 현상을 패스워드만 알아내서 '탁'치면 시민운동쪽으로 쫓아오게 할 수 있다는 식의 대박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고 "해석이 안 되고 예상을 못한 현상이라 사회단체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하면 사회혁명이고 남이 하면 히스테리, 군중심리라는 식의 폄하를 버리고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붉은악마 회원들에게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참여연대의 안진걸 직팀장은 "붉은악마 간사와도 대담을 했는데 그들에게는 모여야 할 만큼의 절박함과 사이버통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느꼈다"며 "이 엄청난 현상에서 얻은 교훈은 집단적 응원처럼 신명나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팀장은 이를 위해선 "계몽적이며 목적성이 강한 '세상을 바꾸자'는 식의 구호보다는 아래에서부터 자발적 참여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동창회나 향우회등과도 교류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앞으로의 시민운동 방향이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 간사와 안팀장은 카드섹션이나 경기 전 대형태극기 설치 등에 보여준 '붉은악마'회원들의 자세를 예로 들며 시민들을 대신해서 일하고 행동하는 '대변인식'의 NGO에서 자기주변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의 '자발적 참여'형태의 NGO 모델로서의 '붉은악마' 정회원조직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붉은악마를 대하는 시민단체나 여러 집단들의 태도는 마치 외판원 같다"**

문화개혁 시민연대소속으로 초기 '붉은악마' 회원이기도 한 이동연간사는 "이번에 붉은악마가 흔든 국기는 순수하고 자발적인 것으로 옛날 학교 다닐 때 국군의 날 하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단언하고 "붉은악마를 대하는 시민단체나 여러 집단들의 태도가 아파트를 방문한 외판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네델란드도 '2000유로컵'때는 온통 노란 옷으로 전국이 물들었고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팀이 시합할 때 도시 전체가 흰색으로 물든다"고 밝히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데 어우러진 것에 외국 축구팬들도 물론 '신기'(strange)하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즐겁게 2백여 공공장소에서 놀고 축구를 즐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사는 "붉은악마 현상을 분석하기에 앞서,놀고 싶다는 마음이 없이 '참여'에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나 '놀고 싶지만' 주위의 눈 때문에 '냉소주의'로 일관한 경우를 분석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체문화를 분석하는 데 더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토론 참석자들은 '붉은악마'가 몰고 왔던 엄청난 에너지를 당장 사회변혁이나 정치참여로 전환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입장을 같이 했고,'붉은악마'현상에 대한 냉정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를 탐구하고 '붉은악마' 정회원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시민운동단체의 활동이나 기부문화 등에 대입하여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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