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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스포츠, 그 불륜과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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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스포츠, 그 불륜과 로맨스

[프레시안 스포츠]KBO의 '낙하산 총재' 시대 회귀를 보며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브라질 축구는 대통령 때문에 흔들렸다.

당시 군사독재 정권을 이끌던 메디치 대통령은 정부의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월드컵 우승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었다. 메디치 대통령은 국가 대표팀을 대통령 궁으로 초대했지만 주앙 살다냐 대표팀 감독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살다냐 감독은 메디치 대통령의 점심 초대에 맞춰 선수들의 연습시간을 조정하지 않았던 것.

그 뒤 살다냐 감독은 메디치 대통령의 권위에 또다시 도전했다. 브라질 기자들은 살다냐 감독에게 "왜 메디치 대통령이 좋아하는 다리우 선수를 대표팀에 포함시키지 않았냐"고 물었다. 살다냐 감독의 대답은 걸작이었다. "나는 브라질 정부의 관료를 뽑을 권한이 없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은 브라질 대표팀의 선수를 선택할 수 없다." 메디치 대통령은 곧바로 살다냐 감독을 경질했다.

독재자 메디치 대통령은 1970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스포츠를 노리개처럼 사용한 정치인 중의 대표주자로 역사에 오명을 남겼다.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축구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을 설파한 것이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자신이 구단주로 몸담고 있던 축구 팀 AC 밀란을 활용해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모두 정치와 스포츠 간의 '불륜'이었다.

하지만 정치와 스포츠 간에는 모두 '불륜' 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로맨스'도 적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제2대 커미셔너인 앨버트 챈들러. 1945년 '정치인' 챈들러는 켄터키주 상원의원 자리를 버리고 선거를 통해 커미셔너가 됐다.

'해피(Happy)'라는 자신의 별명처럼 온화한 성품의 챈들러는 '야구계의 링컨'으로도 통한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 1947년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은 15대1의 압도적 표차로 흑인 스타 재키 로빈슨의 선수 등록에 반대했지만 챈들러는 로빈슨에게 기회를 줬다.

선수들을 위한 연금제도를 만드는 등 선수들의 복지에 힘쓴 챈들러는 재선에 실패해 1951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서 물러났다. 로빈슨의 선수 등록에서 촉발된 일부 구단주들과의 반목이 발목을 잡은 셈. 하지만 챈들러는 4년 뒤 켄터키 주지사가 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선수들의 커미셔너'로 많은 존경을 받았던 챈들러는 1982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5공 군사정권에 의해 탄생된 한국 프로야구에는 불행하게도 아직 스포츠와 정치 간의 아름다운 '로맨스'는 없었다. 그 대신 정치계의 '제 식구 챙기기'가 판을 쳤다. 최초의 민선 총재였던 박용오 전 총재를 제외한 역대 8명의 총재들이 모두 '낙하산 총재'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는 대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에게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자리가 훗날 정, 관계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에 불과했다.

차기 KBO 총재로 사실상 확정된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도 '낙하산 총재'다. 신 전 부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다. 노무현 대통령 아들의 주례를 맡기도 했다.

신 전 부의장이 KBO 총재가 된 뒤 야구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할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야구팬들이 더 이상 '킬링 타임'으로 KBO에 머물고 있는 '아르바이트 총재'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KBO의 9번째 '낙하산 총재'에게 씌워진 멍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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