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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월드컵 팀을 재현하라"…삼바축구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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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월드컵 팀을 재현하라"…삼바축구의 딜레마

[프레시안 스포츠]펠레, 자이르징유의 아름다운 공격축구

역대 월드컵에서는 최강 팀들이 우승을 하지 못하는 이변이 종종 발생했다. 1954년 푸스카스가 이끌던 헝가리, 1974년 '토탈 축구'의 네덜란드와 1982년 브라질은 그 대표적 경우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브라질 축구 대표팀에는 월드컵 우승 외에 또 한가지 무거운 짐이 있다. '1970년 월드컵에서 보여 준 브라질 특유의 화려한 공격축구를 이번 월드컵에서 재현해야 한다'는 브라질 국민들의 기대감이 바로 그것.

1970년 월드컵은 브라질을 위한 대회였다. 선수 시절 성실한 플레이로 '작은 개미'라는 별명을 얻었던 마리우 자갈루 감독은 펠레, 자이르징유, 게르손, 토스타우, 히벨리누 등 초호화 멤버를 이끌고 월드컵에 나가 축구공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브라질 국민들은 '진짜 브라질다운 축구로 월드컵을 제패했다'는 기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이 대회에서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 연속골 기록을 세운 자이르징유는 브라질에 도착한 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행렬은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다.

브라질은 1970년 월드컵이 끝난 뒤 토털 축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기 대신 유럽 축구의 조직력과 수비력을 터득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 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1980년대 들어 다시 개인기 위주의 공격 축구로 회귀했다. 지코와 소크라테스를 앞세운 브라질은 1982년 월드컵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고, 1990년 월드컵까지 우승 가뭄을 해갈하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오랫동안 갈망했던 우승컵을 거머 쥐었다.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은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 감독의 수비 축구에서 비롯됐다. 파레이라 감독은 브라질 팬들이 원하는 공격축구 대신 잘 조직된 수비력을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상대에게 공을 뺏겼을 때 이미 8명의 우리 선수들은 수비를 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브라질은 이런 수비축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 팀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파레이라 감독은 이처럼 한 템포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유럽 팀들의 역습을 원천 봉쇄하는 것에 주력했다.

우승은 했지만 파레이라 감독의 이 같은 전술은 브라질 국민들에게 진정한 기쁨을 안겨주지 못했다. 자연스레 파레이라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월드컵 우승을 이룬 감독 중 파레이라를 가장 불행한 감독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절대로 브라질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파레이라 감독은 2003년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호나우두, 호나우딩유, 카카, 아드리아누, 호빙유 등 막강 공격진을 보유한 현재의 브라질 대표팀은 1970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 대표팀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수들의 능력은 비슷하지만 수비력에 있어서는 지금의 대표팀이 더 뛰어나기 때문.

또한 현재의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이 1970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 선수들보다 더 '유럽화'됐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드리아누는 이미 19세 때 유럽으로 건너갔고, 카카와 호나우딩유는 모두 21세 때부터 유럽 클럽에서 뛰기 시작했다. 호나우두, 카를로스, 카푸 등도 이미 유럽 클럽에 몸 담은지 10년이 넘는다.

파레이라 감독은 유럽 축구의 효율성을 브라질 축구에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 "1994년 월드컵에서 브라질 선수들 중 대부분은 유럽 클럽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수비의 중요성과 빠르게 플레이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독일 월드컵 우승은 물론이고 1970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격축구를 펼쳤던 대표팀의 부활까지 기대하는 브라질 국민들에게 파레이라 감독이 어떤 답안을 내놓을지 예의 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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