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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23일 종교계와 '사학법'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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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대통령, 23일 종교계와 '사학법' 간담회

靑 "종교계 건전사학도 왜곡된 사학정책 피해자"

노무현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종교계 지도자들을 오는 23일 청와대로 초청해 직접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노 대통령은 23일 종교계 지도자들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면서 사학법을 비롯한 사회 현안에 관해 종교지도자들의 의견을 듣고 종교계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개 종단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지관스님)는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겠다,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등 '사학법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한국기독교협의회(KNCC), 원불교 등 일부 종교계는 사학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날 만찬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이날 만찬간담회에는 조게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KNCC 총무 백도웅 목사 한기총 회장 최성규 목사,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위원장 김희중 주교, 원불교 이혜정 교정원장, 성균관 최근덕 관장, 천도교 한광도 교령,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등 8명 참석한다. 청와대에선 비서실장, 정책실장,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한다.

***교육비서관 "'개방형 이사제 통한 좌경교육' 주장 '황당'"**

한편 김진경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이날 "사학법 논란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특정 교원단체의 교사들이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사립학교를 장악하고 좌경교육을 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된 블로그 '김진경의 백년대계'에 '평야지대에 사립학교가 많은 이유'라는 글을 올려 "이사회가 학교 교육 내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는 발상은 군부독재정권 아래서나 가능했던 매우 봉건적 발상으로 사학에 종사하는 모든 교직원과 사립학교 재단 자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관은 "하버드대, 예일대, 콜롬비아대, 와세다대 같은 외국의 대학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개방형 이사제를 채택하고 있고, 연세대, 이화여대 같은 유수 사립대들이 이사를 외부에 개방하고 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정략적 의도에서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때 아닌 색깔 논쟁을 망쳐놓으려 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이 사학법 강행 통과를 빌미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했다.

***"사립 중.고교, 재단 전입금 2% 미만"**

또 김 비서관은 "우리나라 사학의 24.4%를 차지하는 종교계 사학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학들"이라며 일반 사학과 종교계 사학간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립 중.고등학교 재정운영 상황을 보면 재단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이라며 "98%는 국고지원과 학생 납입금 등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승만 정권 시절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 수요를 민간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해결하는 관행이 계속 이어져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으며 사학의 기본개념이 왜곡되기에 이르렀다"고 문제제기했다.

다음은 김 비서관 글 전문.

***평야지대에 사립학교가 많은 이유**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중, 고등 사립학교는 평야지대에 많고 강원도 같은 산간지역에는 거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지적 호사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이 작은 물음의 답 속에 사실은 사립학교 문제의 본질이 담겨져 있다.

이승만 정부 때의 일이다. 해방 이후 교육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었으나 당시의 빈약한 국가 재정으로는 그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새로 학교를 세우기가 어려웠다. 남은 방법은 민간자본을 학교에 대거 끌어들이는 것이었지만 순수하게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사재를 아낌없이 내놓을 사람이 그렇게 많을 리도 없었다.

이승만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사립학교 재단을 설립하여 자기 토지를 재단의 재산으로 등록하면 그 토지는 토지개혁의 대상에서 제외해준다."는 유인책이었다. 이 유인책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였다. 토지개혁으로 재산을 잃을까 걱정하던 대지주들이 너도 나도 이게 길이다 싶어 사립학교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대지주가 많았던 평야지대에는 사립학교가 많이 세워지고 대지주가 있을 수 없었던 산악지대에는 사립학교가 하나도 세워지지 않은 것이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렇게 해서라도 폭발하는 교육적 요구가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승만 정부의 유인책은 공교육과 사학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으로 오랜 세월 동안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우선 국가가 책임져야할 공교육 수요를 민간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해결하는 관행이 계속 이어져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되었다. 70년대 초에는 중공업이 성장하면서 고급 숙련 노동력 수요가 커졌는데, 박정희 정부는 민간자본을 대거 끌어들여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설립하게 함으로써 이 수요의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그 유인책은 공장이나 목장 같은 생산시설을 학교 재단의 재산으로 등록하면 면세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중학교의 22.9%, 고등학교의 45.1%, 전문대학의 90.5%, 대학의 84.5%를 사립학교가 차지하게 되었다. 서구 선진국 중 사학의 비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가 20%, 우리와 여러 가지 점에서 비슷한 일본이 16%인 데 비하면 비정상적으로 사학의 비율이 높은 것이다.

둘째, 재산 보존이나 재산 증식의 혜택을 유인책으로 민간자본을 사립학교에 끌어들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학의 기본개념이 왜곡되기에 이르렀다. 구한말부터 내려온 사학의 전통이나 외국의 경우에 비추어본 상식에 의하면 사립학교는 교육이라는 공익을 위해 사회에 헌납된 공공성을 갖는 재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립학교 재산이 당당하게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주장되고 있고, 그러한 관념에 따라 사실상의 상속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실상 사유재산의 유지 내지 증식의 수단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사학의 기본개념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은 사학의 비중이 70% 내외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는 그대로 공교육 전체의 왜곡을 뜻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왜곡된 사학정책의 부메랑**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사립 중, 고등학교의 분규가 긴 화산대에 속한 화산들이 연이어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슬이 퍼런 전두환 정부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화 한번 안냈을 것 같은 학생들과 선생들이 KNCC 사무실에서 농성을 하기도 하고, 정부종합청사 뒤편에서 농성을 하다가 닭장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 사연들을 들어보면 순박한 여학생과 선생들이 그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들이 있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학의 비리들이 쌓이고 쌓여 터져 나온 것이었다.

80년대 중반에 문제가 된 사립 중,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이승만 정부 시절 대지주들이 평야지대에 세운 학교들이었다. 60년대 이래 이농현상이 진전되면서 학생수가 줄어 거의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학생수가 한계점에 이른 상태에서 영리를 추구하면 교육 조건이 열악해 질대로 열악해지고 아주 극악한 형태의 비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80년대 중반은 바로 이승만 정부 때 세워진 농촌 사학들이 한계점에 이르러 연이어 무너지던 시기였다. 이 사학들은 공립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폐교되기도 하였으며, 사립 중, 고등학교에 대한 국고지원이 확대되면서 살아남기도 하였다.

현재 사립 중, 고등학교의 재정운영 상황을 보면 재단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이다. 그리고 98% 는 국고지원과 학생 납입금 등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고 지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결국 이승만 정부 시절에 민간자본에 떠넘겼던 공교육의 부담은 많은 상처를 남기고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나라 사립 전문대학이 급격히 확대된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70년대 초였다. 그리고 4년제 사립대학이 급격히 팽창한 것은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1-1982년,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8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1998년 사이이다. 박정희 정부 말기에 학생운동의 통제를 위해 과도하게 대학정원의 증원을 억제하여 왔기 때문에 1981-1982년 사립대학의 신설과 증원은 이해가 간다. 노태우 정부시절 대학정원의 팽창은 졸업정원제의 실패로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 시절 사립대학의 팽창과 증원(총 93,885명)은 자유경쟁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지역 자본들의 욕구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위와 같이 살펴보면 70년대 초까지 이루어졌던 중, 고등학교, 전문대학의 팽창이 국가가 부담해야 할 공교육비 부담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성격이 강했다면, 노태우 정부 이후 사립대의 팽창은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대학정원 팽창(총 45,360명)은 학생운동 통제를 위해 도입했던 졸업정원제가 실패하면서 일어난 것이고, 김영삼 정부에서 이루어진 대학정원의 팽창은 지역을 근거로 한 정권의 성격상 지역 자본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또 김영삼 정부가 가지고 있던 자유시장경쟁의 이데올로기가 정책적으로 그걸 허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 해서 급격히 확대된 사립대학들이 학생수의 감소로 한계에 부딪쳐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방에서부터 무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임시이사가 파견된 전문대와 대학들이 많고,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학 관계자들이 학내분규를 호소하러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곤 한다. 사립대학들이 한계에 이르면 각종 부조리와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종교계 사학 등 건전사학은 해방 이후 왜곡된 사학정책의 피해자**

일반적으로 사립학교는 공교육체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특수한 건학이념을 살리기 위해 설립되는 학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특성은 가장 우선적으로 교육 프로그램 상의 일정한 자율성으로 나타나야 하며, 그 교육 프로그램상의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재정상의 일정한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기준에서 볼 때 우리나라 사학의 24.4%를 차지하는 종교계 사학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학들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구한말 민족사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학 등 건전한 사학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사학들은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에서 소금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러한 건전 사학들은 오히려 해방 이후 왜곡된 사학정책에 의해 피해를 입어왔다. 해방 이후 사학정책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경제적 유인책으로 민간자본을 사학에 끌어들여 국가의 공교육 부담을 줄이는 방향에서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정책으로 양산된 부실 사학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사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왜곡되고, 그로 인해 건전 사학들은 그 사회적 영향력과 입지가 점점 좁혀져 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또한 해방 후 교육정책은 특히 장기간의 군부정권 시절을 지나면서 사학이 가져야 하는 일정한 교육프로그램 상의 자율성을 박탈해 왔다. 그 결과 건전사학들이 공립과 구분되는 교육의 다양성을 꽃피울 여지는 없어져버렸다.

한마디로 해방 이후의 사학정책은 교육정책이라기보다는 국가의 교육재정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경제정책에 가까웠다. 이러한 정책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 교육에 많은 상처를 남겼고, 그 재정적 부담 역시 결국엔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중, 고등 사립학교의 재정적 부담은 그 대부분이 이미 국가의 부담으로 넘어온 상태이고,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부담 역시 앞으로 커져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실사학들이 한계점에 도달한 지금이야말로 그간의 왜곡된 사학정책을 바로잡아 사학의 건전화를 유도하고, 건강한 사학들이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이루어진 사립학교법 개정은 이러한 작업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학에 대한 정책이 사립학교법 개정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것이다.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여 사립학교 경영이 최소한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을 사학의 비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학에 떠넘겨온 공교육비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국가의 재정이 사립학교에 점점 많이 투여될 수밖에 없다. 중, 고등 사립학교는 이미 그렇게 되어 있고, 대학도 점차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이렇게 국가의 재정을 투여하여 사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 최소 선에서라도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 부분이 있다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되 그 구체적 사항은 시행령과 사립학교 정관에 위임하도록 한 부분이다. 개방형 이사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종교와 관련된 특수한 건학이념에 따라 세워진 종교사학의 경우는 해당 종교와 무관하거나 대립적인 이사들이 개방형 이사로 들어와 건학이념을 해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구체적 사항을 시행령과 사립학교 정관에 위임하여 종교사학의 경우 해당 종교와 관련된 개방형 이사가 설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들 중 종교사학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학들인 만큼 이 조항은 비리사학을 막는다는 방어적 차원을 넘어선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아쉬운 점은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에 사립학교 교육 프로그램 운영의 일정한 자율성, 평준화 같은 국가의 기본정책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학생 선발의 일정 비율 자율성 같은 적극적 개념들이 반영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그런 구체적 사항을 법안에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면 선언적으로라도 반영을 했다면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이 훨씬 적극적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부족한 점은 앞으로의 사학 육성책에 적극 반영해가면 되리라 본다.

***모처럼의 기회를 난데없는 색깔논쟁으로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의 사립학교법 개정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정부 쪽에서나 사학 쪽에서나 또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살려나가야 할 모처럼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사학다운 사학이 다양한 꽃을 피우고, 그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우리 교육을 좀더 아름답게 가꾸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버드대, 예일대, 콜롬비아대, 와세다대 같은 외국의 대학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개방형 이사제를 채택하고 있고, 연세대, 이화여대 같은 유수 사립대들이 이사를 외부에 개방하고 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둥 하는 논쟁을 이 자리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정략적 의도에서 모처럼 맞이한 우리 교육의 기회를 때 아닌 색깔논쟁으로 망쳐놓으려는 시도들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겠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특정 교원단체의 교사들이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사립학교를 장악하고 좌경교육을 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물론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이다.

우선 사립학교 재단의 이사회는 학교 경영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단위이지 교육 내용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결정하는 단위가 아니다. 이사회가 교육내용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신문사의 경영진이 기자에게 이런 저런 기사를 쓰라고 지시하는 것과 같아서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도 없고, 재단과 학교가 일정하게 분리되어 있는 구조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형 이사제와 학교교육의 내용을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비약이다.

이사회가 학교교육 내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는 발상은 군부독재정권 아래서나 가능했던 매우 봉건적인 발상으로 사립학교에 종사하는 모든 교직원과 사립학교 재단 자체에 대한 모독이다.

정말 이사회가 학교의 교육내용에 함부로 간섭할 만큼 우리나라의 사학재단이 아무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봉건집단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극한적인 비리와 갈등으로 점철된 문제사학이라 하더라도 이제까지 이사회가 교육내용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한 적은 없다. 또 사학에 근무하는 교사와 교수들이 이사회에서 이렇게 저렇게 가르치라고 지시하면 지시하는 대로 따라할 만큼 아무 판단능력도 주관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점에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 특정 교원집단이 사립학교 재단의 이사회를 장악하여 좌경교육을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은 참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위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비한다면 사립학교 교원 중 특정 교원단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남짓이어서 현재의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나 개방형 이사 제도에서 자기 성향의 이사를 낼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들은 사족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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