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 FIFA(국제축구연맹)회장이 한국과 일본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지난 대회의 영광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블라터 회장은 16일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한국과 일본은 지난 월드컵에서 이룬 (좋은)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두 국가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4강 신화를 이룩했고, 일본은 16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블라터 회장의 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독일 월드컵에서도 돌풍을 일으켜 줄 것을 기대하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 발언은 원정 경기의 부담감을 갖고 독일 월드컵에 나서는 두 국가가 지난 대회와 같은 수준의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세계 축구계의 의구심을 깨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15일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05 KFA(대한축구협회) 지도자 보수교육에 특별 강연자로 나서 "한국이 독일 월드컵에서 성공하려면 해외 경기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내년 월드컵이 외국에서 열린다는 것은 아주 큰 차이다. 수 많은 외국 관중 앞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누렸던 홈 그라운드의 이점은 이제 잊어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의 우승 경쟁과 함께 나머지 대륙 간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그 핵심은 독일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이 아프리카 팀 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느냐에 있다.
아프리카 축구의 '흑색 돌풍'은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카메룬이 8강에 오르면서 세계 축구계의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 뒤 아프리카 축구의 돌풍은 나이지리아(94,98년 월드컵 16강)와 세네갈(2002년 월드컵 8강)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지만 아프리카 팀은 1990년대부터 꾸준한 성적을 낸 셈이다.
반면 아시아는 한국과 일본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각각 4강, 16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 북한(66년 월드컵 8강)과 사우디아라비아(94년 월드컵 16강)를 제외하면 단 한 팀도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던 아시아로서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과연 원정경기를 치러야 하는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일본 등이 또 좋은 성적을 낼지는 미지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아시아의 '황색 돌풍'과 아프리카 '흑색 돌풍' 중 어느 쪽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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