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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장교, 언론.정치권의 서해교전 왜곡에 공개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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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장교, 언론.정치권의 서해교전 왜곡에 공개반론

국방일보에 칼럼 게재, 정치권의 군사기밀 유출 행위도 비난

국방부에 재직중인 현직 중령이 11일자 국방일보에 기고한 기명 칼럼에서 "6.29 서해교전과 같은 전투의 공과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며 비전문가인 일부 언론 및 정치권의 과도한 논란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왕옥 중령은 또한 이 기고문에서 "군사작전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가 군사기밀을 누출할 수 있다"며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와 국익을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중령의 이번 기고는 서해교전후 일부 언론 및 정치권이 정파적 시각에서 이번 사건에 접근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는 데 대한 군의 공식적 불만 표명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군은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군사기밀을 '비공개'로 설명 들은 뒤 약속을 여기고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군사기밀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박 중령이 기고한 '군 작전과 언론보도'라는 제목의 기명 기고문 전문이다. 편집자

***軍 작전과 언론보도**

지난달 29일 월드컵 폐막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 침범, 우리측 경비정에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우리 해군 장병들은 북한군의 기습 사격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전투의지와 신속한 대응으로 적 경비정을 패퇴시켰다.

이번 교전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전투초기 상황보고 과정에서 ‘사망자 5명’이 ‘사상자 5명’으로 잘못 전달돼 작전지휘관이 사격중지 지시를 내린 것은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는가 하는 문제 제기 등을 하고 있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으로 정장이 전사하고 조타실내 통신체계가 마비된 상태에서 전투상황이 적시에 보고되지 않았고, 전투 간 혼전상황에서 사망자 5명이 사상자 5명으로 잘못 보고돼 상황 판단에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상황 종료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당시 현장지휘관은 현장상황, 적의 동태 그리고 아군의 안전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결심한 것이다. 쌍방 간에 치열한 교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지휘관의 판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공과(功過)에 대해서는 엄격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전투의 종합적인 시비 판단은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 군사전문가들이나 전사가(戰史家)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 시점에서 비전문가들이 부분적 사실만을 부각시켜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사 상에는 지휘관의 판단과 결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하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태평양전쟁 개전 초기 당시 일본군의 기습 공격으로 진주만의 미 태평양 함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나구모(南雲) 기동함대사령관은 2차에 걸친 출격으로 임무를 이미 완수했다고 판단, 추가적인 공습을 주장하는 편대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일본 해군연합함대는 진주만의 항만시설 ·석유저장소 등에 결정적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이로써 미군의 재정비와 반격이 예상 이상으로 앞당겨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은 해전 사상 유례가 드문 완벽한 전술적인 승리였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불충분한 승리가 아니었는가 하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전후(戰後) 군사전문가들에 의한 것으로, 당시 일본군 대본영이나 야마모토(山本) 연합함대사령관은 나구모 기동함대사령관이 임무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한창 진행중인 전투상황 하에서 섣불리 군의 작전을 운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쟁상황이 사실상 안방에 실황중계되는 오늘날 군사작전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경쟁은 군사기밀 누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걸프전·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와 국익을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가는 모습에서 우리 국민과 언론은 많은 시사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박왕옥 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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