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지훈련 기간으로 요청한 6주는 짧은 기간이다. 도와달라."(딕 아드보카트) "대표팀이 살아야 프로축구도 산다. 대표팀을 돕겠다."(K리그 감독들)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드보카트 감독이 15일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K리그 감독들과 만나 오찬을 하며 전지훈련에 관한 대화를 가졌다. K리그 감독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차출에 대한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FIFA 규정대로) 대표팀이 5월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사정상 힘들다. 대표팀이 강팀들과 경기를 펼쳐 선수들이 경험을 얻으면 소속 프로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프로팀의 전지훈련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오찬회동에 참석한 8명의 K리그 감독들은 "대표팀에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내년은 독일 월드컵이 펼쳐지는 해이니만큼 (선수차출에)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K리그 감독들은 지금까지 대표팀의 선수차출이 다소 즉흥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향후에는 축구협회와 구단 간의 충분한 사전협의를 비롯한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프로축구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대표팀의 일방적인 선수차출 과정은 개선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지훈련과 관련된 아드보카트 감독과 K리그 구단 간의 대립양상은 지난달 21일 본격화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당시 "내년 1~2월에 전지훈련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구단이 선수차출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프로 구단들이 전지훈련에 반대한다면 이기적인 처사다.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는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프로 구단에 압박을 가했다.
월드컵이 있을 때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했던 프로 구단 감독들은 아드보카트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칫 대표팀 전지훈련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축구계에서 터져 나왔다.
K리그 감독들과의 오찬회동을 제의한 아드보카트 감독도 이런 점을 인식한 듯 "전지훈련에 오지 않는 선수는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말의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며 오해를 풀려고 했고, 결국 K리그 감독들로부터 선수차출에 대한 협조 약속을 이끌어냈다.
히딩크호의 4강 신화는 200일이 넘는 충분한 합숙훈련을 통한 체력과 조직력 연마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호가 강한 압박축구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강호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열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히딩크 감독이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1~2월 전지훈련 기간은 대표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귀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프랑스 대표팀 선수였던 빅상테 리자라쥐는 최근 "한국은 매우 빠르고 뛰어난 팀이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 월드컵 때처럼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충분한 준비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낼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유럽 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한국 대표팀의 엄청난 훈련기간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돌풍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도 들린다.
아드보카트 감독에겐 대표팀의 조직력을 키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1~2월로 예정된 6주 간의 전지훈련은 독일 월드컵 성적과 직결된다. 비록 전지훈련에 국내파 선수들밖에 참가할 수 없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전지훈련을 통해 대표팀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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