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언론이 독일 월드컵 조 추첨 결과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탈리아 TV 방송 〈채널 스카이 이탈리아〉는 지난 10일 독일 라이프치히에 열린 조 추첨에 참가한 독일 축구 영웅 로타르 마테우스가 고의적으로 이탈리아가 속한 E조에 미국을 뽑았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은 "마테우스가 팀을 고를 때 항아리 안에는 차가운 공과 뜨거운 공이 있었다. 마테우스는 이탈리아가 속한 E조 제4그룹의 추첨 도중 공 하나를 집었다가 급히 다른 공으로 바꿨다. 이는 온도 차이를 통해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8위 팀인 미국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마테우스는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미친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이탈리아의 이 같은 의혹 제기는 이탈리아가 강호 체코(FIFA 랭킹 2위), 미국 및 미카엘 에시앙 등 유럽파가 다수 수속된 아프리카의 가나와 같은 E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E조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코트디브아르가 속한 C조와 함께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죽음의 조'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유로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 때도 8강 진출에 실패하자 '바이킹 담합설'을 주장했다. 예선 경기에서 스웨덴과 덴마크가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이탈리아가 8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프랑코 카라로 회장은 "무승부를 목표로 했다는 점은 덴마크와 스웨덴의 경기를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탈리아는 심판 매수와 승부 조작 등 축구 스캔들이 자주 발생하기로 악명이 높은 국가다. 지난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파올로 롯시도 승부 조작과 관련된 스캔들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롯시는 1982년 월드컵이 시작되기 두 달 전에 2년 간 출장정지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롯시는 이탈리아의 엔조 베아르조 대표팀 감독과 자신의 소속팀인 유벤투스의 구명활동으로 월드컵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롯시는 월드컵 무대에서 6골을 작렬시키며 '아주리 군단'의 영웅이 됐다.
몇몇 유명 클럽들이 심판 배정에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도 이탈리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탈리아 TV 방송에서도 자주 심판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교묘하게 잡아내 승부 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런 전력 때문에 유럽 축구계에서는 이탈리아의 조 추첨 음모설 주장이 어려운 팀들과 같은 조를 이룬 일종의 푸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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