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흥미거리는 선수 시절 무명이었지만 스스로 자라나 명장으로 우뚝 솟은 '잡초형 감독'과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화초형 감독' 간의 대결구도다.
***'잡초형 감독' 브라질의 파레이라**
'잡초형 감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는 브라질의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 감독(62). '축구 황제' 펠레로부터 "두 팀으로 나눠도 우승이 가능하다"는 극찬을 받은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이끄는 파레이라는 프로 선수로 뛴 경험이 전혀 없는 잡초 중의 잡초.
파레이라 감독은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인도하며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올랐다. 파레이라 감독은 화려한 개인기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브라질 축구의 단점을 수비와 조직력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레이라 감독은 각기 다른 4개국을 이끌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진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쿠웨이트(1982년), 아랍에미레이트연합(1990년), 브라질(1994년), 사우디아라비아(1998년)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 놓았다.
2003년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게 된 파레이라 감독은 독일을 브라질의 최대 난적으로 꼽았다. 파레이라 감독은 "독일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도 뛰어난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전통을 통해 결승에 올랐다. 2006년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은 브라질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아르헨티나의 호세 페케르만 감독(56)도 '잡초형 감독'이다. 선수 시절 철저한 무명이던 페케르만은 아르헨티나 청소년 대표팀을 세계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밖에도 태극호 선장 딕 아드보카트(58), 호주의 후스 히딩크 감독(58)이나 포르투갈의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57)도 모두 전형적인 '잡초형 감독'으로 꼽힌다.
***'화초형 감독' 독일의 클린스만**
그런가 하면 '화초형 감독' 중의 대표주자는 독일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41). 프리츠 발터, 우베 젤러, 게르트 뮐러, 칼 하인츠 루메니게의 뒤를 잇는 독일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였던 클린스만은 1990년 월드컵에서 독일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해에 동서독 통일을 이룬 독일인들에게 안겨준 '영광의 꽃다발'이었다.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유로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독일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뒤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유로 2004에서 철저한 역습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실용주의 축구'로 그리스를 우승시킨 독일 출신의 오토 레하겔 감독이 독일 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독일 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을 선택했다. 독일 축구협회가 레하겔 감독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지만 레하겔 감독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좋은 출발을 했지만 최근 6경기에서 2승밖에 거두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축구팬들은 지난 1998년 월드컵이 끝난 뒤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던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높혔다. '독일과 미국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대표팀을 불성실하게 지휘하는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내 지휘방식에는 문제가 없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훈련의 질이 중요하다"며 팬들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인 마르코 반 바스텐(41)도 '화초형 감독'. 반 바스텐은 자신이 선수로 뛴 지난 198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를 우승시켰다. 특히 소련과의 결승전에서 터뜨린 반 바스텐의 강력한 발리 슛은 역대 A매치 사상 최고의 골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네덜란드 감독으로 부임한 뒤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하는 용인술로 독일 월드컵을 향해 쾌속항진 중이다.
일본 대표팀을 이끄는 브라질 출신의 지코 감독(52)도 빼놓을 수 없는 '화초형'이다. 현역시절 '하얀 펠레'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지코는 의사 출신의 '축구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함께 1980년대 브라질 축구를 이끌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를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올려 놓으며 '그라운드의 오렌지 혁명'을 성공시킨 올레그 블로킨 감독(53)과 아르헨티나 대표로 활약했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45) 역시 '화초형'의 반열에 포함된다.
선수 시절엔 무명이었지만 감독으로는 성공가도를 달린 '잡초형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화초형 감독' 간의 대결이 어떻게 결론날지 독일 월드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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