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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과 맞바꾼 유시민 의원의 '충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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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과 맞바꾼 유시민 의원의 '충성심'

[기자의 눈]"파병 반대 잘못했다"고 하면 그만인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 혼선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거 파병 반대론에 동참했던 행위에 대해 '깨끗하게(?)' "회개"한 것.

유 의원은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 잘못을 회개했다"며 조만간 국회 처리 예정인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한 찬성 의사를 시사했다.

그는 이미 지난 14일 서울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이라크전은 석유 때문에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이라면서도 파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선 "비겁했고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의 회개 선언이 처음은 아니다. 또한 이미 파병에 관한 그의 입장은 그동안 수 차례 뒤바뀌기도 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 그의 중요한 발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회 입성 전인 2003년 3월 18일, 당시 개혁당 대표이던 유 의원은 '이라크 다음은 북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 글에서 유 의원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명분 없는 침략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리 국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에 파병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도록 확실한 명분을 쥐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이 당시 '반전 번개', '평화 번개'를 제안하면서까지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던 중요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시와 맞서라고 총대를 쥐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대미관계를 고려해 파병을 반대할 수 없는 노 대통령의 처지를 해결해 주기 위해선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2003년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의회 내 파병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었고 2004년 2월 13일 1차 파병 동의안 표결에서도 당당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2004년 6월 23일에는 당시 화제가 됐던 '페스트-콜레라론'을 내세우며 파병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당시 그는 "추가 파병을 취소해 미국 네오콘에 찍히는 상황을 페스트, 파병을 해서 이라크전에 말려들어가는 것을 콜레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차악의 선택은 페스트는 무조건 피하고 콜레라는 '가볍게' 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오콘의 '보복'을 피해가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추가 파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처럼 그럴 듯 한 논리를 앞세워 입장의 변화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은 이후 2004년 12월 31일 추가파병 동의안 표결 시에는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파병 반대행동에 그다지 동참하지 않았음에도 본회의 표결에선 '반대표'를 던진 것.

그리고 이번에 다시 당시 반대표에 대한 '회개'를 한 것이다. 결국 유 의원이 이라크 파병 문제에 접근한 태도만 따지면 '반대→찬성→반대→찬성'으로 오락가락한 셈이다.

***번복된 '소신', 일관된 '충성'**

단일 사안에 대해 이처럼 '흔치 않은' 갈지자 행보는 의원들에게 일반적으로 들이대는 '소신'의 잣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소신의 변화라면 한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때 그때의 발언을 노 대통령이 처한 상황 등 정치 정세에 대입해보면 대단히 '적합'했다는 점이 발견된다. 유 의원이 파병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일관됐다는 것이다.

개혁당 대표 시절 글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병 반대 여론에 직면해 첫 번째 곤욕을 겪고 있을 때 나온 것. 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지지와 반대론이 양분돼 극심한 혼선을 겪고 있을 때 유 의원의 글은 노 대통령에겐 부담을 덜고, 친노 세력에겐 파병 반대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의미한 논리였다.

이는 유 의원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그 때는 자신이 출마하는 2003년 4.24 재보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으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개혁성'을 배반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가 하면 '페스트-콜레라'론도 노 대통령의 위기 상황에서 나온 발언. 당시는 김선일 씨의 죽음이 확인된 날로 대대적인 반전여론이 재형성되던 때였다. "누가 김선일 씨를 죽였느냐"는 분노는 정확하게 노 대통령을 향하고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테러세력에 대한 굴복 불가론'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하기에 웬만해선 파병 당위론을 주장하기 어려울 때 나온 유 의원의 논리는 '노무현 구하기'가 최우선의 목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유 의원의 이런 과거를 들춰보면 이번에 나온 "회개" 발언도 무언가 정치적 상황에 대한 판단이 전제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과거에 잘못했는데 이제 반성했다"는 식의 공세적인 태도에는 어차피 이번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해선 과거 같은 반전 여론이 일지 않을 것이라는 발 빠른 여론 탐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또한 당 내부적으로는 너나없이 노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창 들끓고 있는 시점이어서 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충성 노선'은 유 의원의 선택이기에 뭐라 할 일은 못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 정치인의 행태에 대해 이렇게 총체적인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킨 데에는 분명 유 의원 자신의 책임이 크다. 특히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자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소임으로 부여받은 국회의원이 국가적 중대사까지 자의적인 정치논리로 해석했다면 그 충성심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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