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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삼성생명 봐주기'로 금산법 당론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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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삼성생명 봐주기'로 금산법 당론 채택

청와대 의견 수용…정세균 "당 명령을 어긴 정치인 성공 못해" 엄포

열린우리당이 끝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에 대한 5% 이상 초과지분을 봐주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초 제시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의 '분리대응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삼성생명 초과지분은 의결권만 제한**

우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25.64%) 중 5% 초과분은 일정 유예기간 내에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 중 5% 초과분은 의결권만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산법 개정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했다.

금산법 24조가 신설된 지난 1997년 3월에 재벌의 금융계열사가 소유한 비금융 계열사의 5% 초과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 소유한 초과지분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5년 안에 처분하도록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당의 이런 입장은 1997년 3월의 금산법 24조 신설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지 않고 5% 초과지분에 대해서는 전량 처분하도록 한 당초 박영선 의원 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자 청와대가 지난달 제시한 '분리대응안'을 따른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입법이 이뤄질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5% 초과지분은 의결권만 제한받게 되고 매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일괄 해소토록 한다고 국민들이 잘 한다고 하겠나"**

이날 의총은 예상대로 '분리대응안'과 '박영선 의원안'에 대해 찬반의견이 나뉘어 2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나 다수 의원들이 분리대응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혁규 의원은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불필요한 규제나 강제조건이 부당하게 만들어지는 결과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며 "이 점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분리대응안을 지지했다.

홍재형 의원도 "금산법 24조가 재개정되기 이전의 과거행위에 대해서까지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더 나아가 자발적 해소 또는 매각 명령까지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런 방향으로 당의 의견을 모으면 시장에 불안한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우리 당이 기업에 대해 불합리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당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은영 의원도 "정부가 현재 내놓은 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금산법 개정안을 만드는 시점에서 위헌시비가 다양하게 제기됐던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1안(박영선 의원안)은 위헌이나 법리적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정책의 불안정성과 법리적 논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 2안(분리대응안)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인영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이미 당 밖에서는 당의 정체성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그리고 금산법의 입법 및 개정 취지에 비춰볼 때 원칙에 입각해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애초 5% 초과분에 대해서는 구분 없이 매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원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상정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1안이나 2안은 많이 후퇴한 안"이라며 "특히 2안은 금산법 재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많이 들어 가급적 1안으로 당론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목희 의원은 "1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너무 과다하고 생각할 것이고, 2안에 대해서는 너무 후퇴하고 약한 것이라고 평가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여러 의원들 의견을 들어봤을 때 2안을 두고 수정 보완하는 방향에서 당의 의견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 끝에 정세균 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기본원칙과 함께 입법 가능성도 높이고 현실적으로 그런 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자세"라며 "우리당 의원들의 의견을 100% 모을 수 없고 100%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토대로 볼 때 분리대응안으로 당론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의총 브리핑에서 "정 당의장의 (마무리) 발언이 끝나 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박수로써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의원들 개개인의 입장과 소신도 고려해서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괄 해소안으로 갈 경우 진정으로 국민들이 잘 한다고 하겠느냐는 의견이 많이 제시돼 분리대응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의총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당론 결정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총회 시작 당시 출석의원 수는 87명에 불과했으며,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의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도 했다.

***공은 재경위로…'난항' 예상**

우여곡절 끝에 열린우리당이 당론을 결정함에 따라 이 문제는 소관 상임위인 국회 재정경제위로 넘어가 여야간 협의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내려지게 됐다.

구속력이 떨어지는 '권고적 당론'이기는 하지만 이미 청와대가 지난달 초 '분리대응안'을 제시했고 정세균 의장이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힘에 따라 재경위 심의 과정에서 우리당 소속 위원들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장은 이날 "당의 명령을 어기고 나 홀로 가는 정치인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당론이 만들어지면 이를 존중하고 따르는 게 당원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삼성카드는 의결권만 제한하고 삼성생명은 논외로 하자는 정부안을 지지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 재경위 의원들 상당수가 정부안을 찬성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금산법 자체에 대한 불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금산법 개정의 핵심이 바로 삼성생명의 문제인데, 여당은 불법적 문제를 오히려 합법화하는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며 "이제 여당에게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재벌개혁에 대해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재경위 내에서도 열린우리당이 수개월 간 겪어온 지난한 과정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야간의 현격한 입장차이를 감안할 때 금산법 개정안의 연내 입법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우리당이 신속한 입법화를 주장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우리당이 표결 처리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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