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 회의 기간에 부산은 두 개의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하나는 아펙 회의 유치를 자랑스러워하고 환영하는 부산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펙으로 인한 불편함에 분개하거나 아펙에 반대하는 부산이었다.
12일부터 시작한 아펙 회의가 8일만인 19일 끝난다. '아펙반대 부시반대 부산시민행동'의 공동대표를 맡아 반아펙 운동의 한 축을 이뤄 온 김석준 부산대학교 교수를 만나 그동안 느낀 점과 이번 아펙 회의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진정한 세계화는 아직 멀었다"**
프레시안: 왜 아펙을 반대하나?
김석준: 아펙은 빈곤과 전쟁을 확산시키는 도구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이다.
프레시안: 이번에 부산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석준: 16~17일 이틀간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부산 국제민중포럼의 폐막 만찬 때 건배사를 하라고 했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활동가들에게 배운 말이 있다. "다운 다운 부시(Down down Bush!)"다. 이 말을 건배사로 했다. 부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한 마디뿐이다.
프레시안: 반아펙 국민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타지에서 부산으로 오는 사람들을 경찰이 톨게이트에서부터 막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김석준: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합법적 집회를 그렇게 막은 것은 행정편의주의다.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해서 막아보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발언도 허용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윈윈'이고 '진정한 세계화' 아닌가. 진정한 세계화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 높아진 부산시민들이 가질 허탈감 걱정"**
프레시안: 이번 아펙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면에서 부산 시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김석준: 아펙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부산이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들 얘기했지만,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사람들을 만나 보니 아펙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을 조금씩 털어놓곤 하더라. 노점상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는 생업을 중단해야 했으니 오죽 답답했겠는가.
프레시안: 이번 아펙 회의가 부산과 부산시민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었나?
김석준: 차량 2부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때도 비슷한 불편을 겪어야 했지만, 그때는 이번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아시안게임이나 월드컵은 시민들이 그나마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그런데 아펙은 그렇지가 않았다. 벡스코 주변을 비롯해 해운대 근방에 경찰병력이 쫙 깔렸고 일반 시민은 그런 곳에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잔치였다. 이게 무슨 부산 시민을 위한 것인가.
그러나 이런 것들은 직접적으로 느껴진 작은 불편들에 불과하다. 이 거대한 잔치 이후가 더 큰 문제다. 그동안 정부에서 부풀려 놓아, 부산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아펙이 부산의 경제를 살려주리라는 기대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아펙이 끝나도 부산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은 없다. 기대했던 만큼 허탈감이 클 것이다.
프레시안: 그래도 뭔가 부산이 얻은 게 있지 않은가?
김석준 : 아펙 기간에 단기적 불편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봐도 이번 아펙의 결과물이 부산 시민들에게 좋을 것이 없다. 아펙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구조적으로 시민들의 삶을 옥죄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점차 개방 압력이 높아질 텐데 제조업이 취약한 부산은 다른 나라에게 점점 더 밀릴 것이다. 결국 그들만의 잔치에 부산 시민들이 들러리 선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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