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경주 보문단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을 시간, 경주역 앞에서 "부시방한 반대, 한미정상회담 규탄 결의대회"에 참석한 문정현 신부를 만났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인 만큼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기 위해 경주를 찾았다"고 밝혔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로 활동 중인 문 신부는 평택 주민들과 더 가까이하기 위해 지난 2월 군산에서 평택으로 이사했다. 평택공대위는 지난 7월에 이어 12월 11일 제2차 평화대행진을 계획하고 있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둘러싸고 또 한번 정부와 충돌이 예상된다.
문 신부는 "부시는 악의 축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켰지만 그는 거짓말쟁이다. 한반도에서 부시가 일으키려는 모든 전쟁 계획을 반대한다"며 부시 미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어 그는 "이번 APEC 회의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침략을 지지해주는 도구이며 한미정상회담 또한 부시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만 하면 또 쫓아내…이번에 쫓겨나면 세 번째**
프레시안: 최근에 평택으로 이사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문정현: 지난 2월 24일 평택 주민들과 함께 하고자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로 이사를 왔다. 1900명의 농민들이 349만 평의 땅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다. 349만 평은 지평선이 보이는 땅이다. 한 눈에 볼 수도 없는 엄청난 땅을 빼앗길 수는 없다. 날마다 초조함과 긴장 속에 평택 주민들이 살고 있다. 덕분에 나도 하루하루가 매우 긴장된다.
프레시안: 평택 주민들과 같이 살면서 보니 평택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문정현: 찬성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고 우리의 활동을 통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택 주민들이 이번에 미군기지 확장으로 쫓겨나게 되면 세 번째 이 땅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첫 번째는 1939년 일본군이 그 곳에 군수 기지를 만들면서 한번 외곽으로 쫓겨났고, 해방 후 그 땅을 미군이 차지하고 있다가 52년 한국전쟁 중 이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쫓겨났다. 이번에 쫓겨나게 되면 세 번째 대를 물려가면서 쫓겨나는 것이다. 옮겨가서 살만하면 또 쫓아내고 또 살만해지면 쫓아내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프레시안: 현재 부지는 어느 정도 매입된 상태인가?
문정현: 국방부 발표로는 이미 60%정도 매수했다고 하는데, 그 안에는 원래 국유지였던 하천과 같은 땅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나머지 40%는 확실히 반대하는 주민들이 안 넘기고 있는 것이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한국감정원 같은 곳에서 땅값을 감정한다고 들어와 조사할 때마다 주민들이 동요한다. 공동체가 산산조각 나고 있는 것이다. 한 평도 줄 수 없다고 버티는 사람들과 땅을 정부에 넘기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이 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네 분위기가 살벌하다.
***정부에서 주는 보상금으로 전세방도 못 얻어**
프레시안: 땅을 수용하는 것 외에 정부 측의 보상안은 없는가?
문정현: 국방부와 시공무원들이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고 다니면서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에 땅을 판 사람들은 팔자 고쳤다" "보상금이 아주 후하다더라"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보상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돈으로 다른 곳에서 농사 지을 땅을 살 수 있는 만큼의 수준이 아니고, 더구나 땅이 없는 소작인들은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으로 전세방도 얻을 수가 없다. 그 주변 땅값만 치솟고 있고,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만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부지 매입에 주민들이 계속 반대할 경우 정부의 계획은 무엇인가?
문정현: 국방부가 6단계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인데 마지막 절차가 강제수용으로 되어 있다. 11월 23일 건설교통부 산하의 토지수용 체결을 위한 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 토지 수용을 결정하면 국방부가 강제로 땅을 빼앗을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을 살고 있는 땅에서 강제로 쫓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관리위원회 회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문정현: 100%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회의에서 강제수용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이미 평택 대추리 초등학교에서 443일째 도두2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저녁 7시 촛불집회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같은 시간 평택역 앞에서 평택 시민의 참여 하에 19일째 촛불집회와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12월,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대규모 집회**
프레시안: 관리위원회 회의 결과 강제수용 결정이 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아닌가?
문정현: 2008년까지 싸울 수 있다. 정부 계획은 올해 토지문제를 해결하고, 2006년 착공하여 2008년에 기지를 완성하며, 그 이후 미8군 제2사단을 그쪽으로 이동하여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사가 완료되는 2008년까지 싸울 것이다. 우선 12월 11일 지난 7월 10일에 이어 두 번째 평화대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프레시안: 오늘 집회 이후 부산으로 내려갈 예정인가?
문정현: 부산까지 함께 가고 싶지만 다시 평택으로 바로 올라가봐야 한다. 평택역 앞에 쳐놓은 천막을 경찰이 언제든 철거할지 모르는 긴장된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평택을 오래 비워둘 수가 없다. 평택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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