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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당청관계 쇄신" 요구 또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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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당청관계 쇄신" 요구 또 '흐지부지'

"자주 만나자" 외에 성과 無…의원들도 "지켜보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 만찬에서 관심을 모았던 '새로운 당청관계'의 단초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당 비상집행위가 요청해 이뤄진 첫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이렇다 할 변화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고, 당은 당대로 당청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의 긴장도가 떨어진 분위기다.

***완고한 盧 대통령, 대책 없는 여당**

결론적으로 만찬에서 당이 얻은 성과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을 상대로 당쪽 책임자를 정해 소통과 시스템 차원의 개선 문제에 대해 협의해서 건의를 하면 대통령이 수용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노 대통령으로부터 "충분히 참작하겠다"는 답을 얻은 것뿐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통령을 언제든 만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당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서 대통령이 당적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실상 당에 어떤 권한이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과거의 수직적인 당청관계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기존의 당청 분리의 원칙을 강조했다. 긴밀한 당청관계, 정확하게는 청와대의 독주에 대한 제어의 기제를 원했던 당측의 요구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언론을 통해 만찬 소식을 접한 일부 의원들로부터는 노 대통령의 완강한 모습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민주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라"며 사실상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을 두고 "지시"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주승용 의원은 15일 "당-청 분리라지만 지금까지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고 우리당은 따라갔던 모습과 똑같지 않을까 싶다"며 "민주세력 통합론 등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몰아가버렸는데 앞으로도 뻔하지 않겠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재선거 끝나고 청와대가 당정청 쇄신을 얘기하며 당이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해놓고서는 당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당청관계는 차근차근 풀어갈 문제"**

그러나 이런 반응은 문제의식의 출발이 당청관계에 대한 고민에서라기보다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찬물을 끼얹은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측면이 다분해 당내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의원들은 대개 "만찬 한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겠느냐. 당청 관계는 향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만찬에 참석했던 한 집행위원들은 "대변인이 발표한 것 외에 더 할 말은 없다", "집행위에서의 논의를 지켜봐 달라"는 등으로 당청 관계나 만찬에서 나온 구체적인 발언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청와대와의 실무적 만남은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소소한 문제 보다는 당청간의 관계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박명광 의원은 "당청관계의 핵심은 대통령의 당에 대한 지배권 행사가 없도록 하는 것이며 정치를 이끌어가는 것은 당의 몫이 돼야 한다"며 "어제 대통령의 발언도 옳고 그름을 떠나 중요한 문제는 이를 당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만난다고 유기적인 당청 관계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당은 당대로,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자기 영역에 충실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선거 패배 직후 '당청 쇄신론' 어디 갔나**

이런 '점진적 해결론'은 집행위에서 당청관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만찬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특정 발언에 매달려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차단의 의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과 20여일 전인 10.26 재선거 패배 후 너나없이 "대통령이 독단으로 결정하고, 당은 그것을 쫓아가기에 바쁜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청관계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던 상황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만찬 전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서 우리당의 위기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청와대의 일방통행이 여러 차례 지적된 만큼 비상집행위가 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집행위의 첫 대면에서 당 지도부는 "자주 만나자"는 것 외에 뾰족한 출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돌아온 셈이 됐다.

한 당직자는 이에 대해 "세상이 변한 만큼 당청 분리 원칙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를 조율하기에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문제를 알면서도 답을 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무마했다.

비상집행위는 12월께 당내 문제와 함께 '새로이 정립해 갈 당청 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런 상태에선 또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식의 '구호' 내지는 실무선에서의 당청 간 '창구'를 몇 개 개설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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