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민주당의원과 만났다. 민주당이 당면한 절대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려 하는가가 궁금해서다.
김 의원은 개혁적 재야세력의 간판주자이자, 6.13지방선거 패배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당내에서 노무현 후보 교체불가론을 펼쳐 당내분란을 조기에 수습하려 애쓴 인물이다. 노무현 후보 또한 이같은 김 의원의 지원에 크게 고마와하며 앞으로 김 의원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의 당내 갈등과 관련, "후보교체론은 과도한 요구"라고 비주류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렇다고 DJ와의 차별화를 명분으로 '노무현당'을 만들려 해서도 안된다"고 쇄신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았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선거를 통해 3김시대는 끝났다"며 "따라서 1인 보스의 리더십이 아니라 집단리더십,동반자적 리더십 같은 형태의 열린 리더십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부시 전 대통령은 90년대초 클린턴과 고어의 동반자적인 리더십에 패했다"고 구체적 사례를 들며 "3김 정치행태의 계승자인 이회창 후보와 싸우려면 그런 전략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와의 연대가 대등한 동반자적 관계를 전제로 할 때만 성사될 수 있는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또 그동안의 노무현 후보에 대해 "비행기 타고 올라가면 귀가 멍멍하듯 노후보가 조금 귀가 멍멍해져 포지션 조정이 잘 안됐던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그러나 지자제 선거가 끝나고 재신임을 받는 과정에서 침묵하고 근신하는 태도에서 자기 자신도 내면을 들여다봤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또한 앞으로 노무현 후보가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반도재단에서 이뤄졌다. 이날 오후 여의도 다른 한쪽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하는 중도개혁포럼이 모여 당 지도부의 노 후보 재신임에 반발하며 후보교체를 주장하는 당내반발이 터져나왔다. 민주당내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과연 김근태 의원의 제언대로,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를 계속해 대통령후보로 밀면서 '동반자적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다음은 김근태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김근태 의원 일문일답**
프레시안 :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분석하는가?
김근태 :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대통령,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고 참담한 좌절과 패배였다.
프레시안 : 참패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지?
김근태 :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나 대통령과 형식적으로 더 이상 관계가 없다"고 말했으나 국민들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민주당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했으나 국민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답한 것이다. 김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에 대한 가혹한 자기변화 요구다. 국민의 정부가 IMF 극복과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 월드컵 8강까지도 했지만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부패까지 청산해서 믿을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바랬는데 이게 뭐냐?"는 거다.
프레시안 : 그럼 앞으로의 개혁 방향은?
김근태 :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한국을 이야기하며 "한국사회에는 신뢰라는 간접자본이 없다"고 했다. 부끄러웠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특권층이 지배하면서 기득권을 차지하고 경쟁을 말하면서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퍼져있고, 법 만드는 쪽이 법 위나 법 뒤에서 부패를 저지른다. 이 부패를 청산하고 몰아내지 못한 채 대통령 아들들이 연루되면서 국민들이 참을 수 없는 배반감을 느꼈다, 분노했다.
부패문제는 청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자금이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형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프레시안 :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문제 해법은 ?
김근태 : 특별한 길은 없고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명재 검찰총장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대중의 정서를 수렴하되 폭발하는 분노에 수사가 휘둘려서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
***"후보교체론은 과도한 요구,그렇다고 '노무현당'을 만들어서도 안돼"**
프레시안 : 당 내부 일각에서 일고 있는 후보교체론에 대한 생각은?
김근태 : 과도한 것이다.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명심할 것은 이번 지자제선거는 참담한 패배이고, 어떤 형태로도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요구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선거 전후에 나온 여론조사에서 이회창후보와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대선에서)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지지자와 국민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는 것도 준엄한 사실이다. '민주당의 후보가 됐으니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렇게 생각해선 안된다. 후보자리를 "나가라" 할 수는 없지만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상황이 심각해질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 김대중대통령과 당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는지?
김근태 : 당과 김대통령과의 공식적인 관계는 이미 끊긴 상태이다. 하지만 앞으론 당이 (정권의) 부패, 비리 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고 본다. 일부에서 DJ당이 아니라는 것을 차별화하기 위해 '노무현당'을 만들자고 하는데......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프레시안 : 노후보가 주장한 8.8보선후 재경선에 대한 김의원의 입장은?
김근태 : 이같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선언은 좀 존중해 줬으면 한다. "재경선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후보로 선출된 기득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요구하고 당이 결정하면 법적인 지위를 주장하고 버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민심을 다시 우리가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결의로 이야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3김시대 끝난 만큼 집단리더십 체제 구축해야"**
프레시안 : 8.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한 묘안이 있다면?
김근태 : 8.8 재보선은 규모는 지자제보다 작으나 상징성은 지자제 못지않다. 정치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투명성을 제도화하고 의식의 변화를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보여서 '앞으로 부패를 극복해 나가겠구나! 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더 나가서 돈 안드는 정치 및 선거를 위해 지구당을 폐지하고 중앙당의 기능을 정책기능 중심으로 축소하는 원내정당화를 밀고 나가야 한다. 그게 이번 보선부터 민주당의 깃발이 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뭘 가지고 우리가 국민을 설득할 것인가?
프레시안 : 앞으로 노무현후보와 연대를 한다면 어떤 조건하에서 할 것인지?
김근태 :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후보는 민주당 후보이기도하고 김근태와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노후보를 통해 정권을 획득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덧붙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분명히 보인 것은 "3김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1인 보스의 리더십이 아니라 집단리더십 같은 형태의 열린 리더십으로 가야 할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90년대초 클린턴과 고어의 동반자적인 리더십에 패했다. 3김 정치행태의 계승자인 이회창 후보와 싸우려면 그런 전략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때 멍멍했던 노후보, 자기 자신의 내면 들여다봤을 것"**
프레시안 : 6.13 지방선거 후 노후보의 변화된 모습이 있는가?
김근태 : 노후보를 포함해서 (특정계보에 소속이 안된) 민주당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봤다. 일부가 국민의 정부에서 장관 등은 좀 하긴 했지만, 리더십을 평가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총리, 부총리 등을 한다든지 해서 정치가들이 리더십으로 평가를 받았어야 했다.
이회창후보는 (지난 정권에서) 그럴 기회가 다 마련됐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장관도 못해봤고 동교동과 사이가 나빠서 주류도 되지 못했다. 동교동의 권력사유화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노후보가 국민들에게 리더십 등을 인정받을 준비가 안된 한 원인이다. 그러니까 심리적인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말하자면 비행기 타고 올라가면 귀가 멍멍하듯, 노후보가 귀가 좀 멍멍했던 것 같다.
노후보 본인도 스스로 후보가 된다고 생각 못했고 이회창후보를 단숨에 큰 격차로 때려눕힌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아마 본인이 포지션 조정이 잘 안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제 선거가 끝나고 재신임을 받는 과정에서 침묵을 하고 근신하는 태도에서 자기 자신도 내면을 들여다봤을 것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 대선에서의 김 의원의 역할은?
김근태 : 사람들은 김근태와 노무현을 합하고 반으로 나누면 좋겠다고 한다. 노후보는 장점이 저돌성, 사람들에게 감각적으로 구어체로 다가가는 것, 그리고 지역주의와 싸우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평가를 받았다. 난 스스로 말하긴 쑥쓰럽지만 신뢰할 만하고, 비전과 정책에도 고심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들 한다. 앞으로 민주당의 대선후보경선 경쟁자들이 통합하여 노후보를 중심으로 정권획득에 매진해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3김시대'와는 다른 집단지도체제로 다양한 의견이 민주적으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노후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자금 양심선언 후 검찰 출두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근태 : 지난 17,18일날 출두 요구가 있었으나 지자제 선거후 너무 복잡해서 좀 미룬 상태다.
프레시안 : 그럼 앞으로 정치자금의 해결 방안은?
김근태 :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하자"는 주장에 국민이 동의했다.
부패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근원이 되는 정치자금 투명성까지는 오지 않았다. 양식있고 책임있는 국민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나도 가끔 후회한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 앞서 갔다고 할 때도 있다. 부패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는 냉소와 불신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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