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남아 있는 마지막 재일 징용 조선인촌 '우토로' 마을이 일단 강제철거 위기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토지매입 협상의 발판이 마련됐으니 이제는 한국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우토로 소유권 분쟁 신일본식산 승소. 강제철거 위기 일단 넘겨**
우토로 국제대책회의에 따르면 교토 지방재판소는 9일 우토로 지역에 대해 서일본식산(西日本殖産) 주식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일본식산은 이노우에 마사미(52, 재일 한국인 3세)라는 개인과 우토로 지역에 대한 토지 소유권 분쟁을 벌여오던 부동산업체다.
특히 이노우에 마사미 씨는 우토로 지역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재판소에 강제철거 신청을 했었고, 신일본식산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신일본식산의 승소로 우토로 지역에 대한 강제철거는 한동안 유보되게 됐다.
이에 따라 이제 본격적으로 우토로 마을을 돕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지구촌동포청년연대(KIN) 배덕호 집행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그동안 토지 소유권자가 확정되지 않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토지 소유권자가 확정됐고 당장의 강제철거 위기는 넘겼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토지매입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일본식산은 강제철거에는 유보적이었지만, 역시 주민들에게 퇴거를 종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토로 마을을 지키기 위한 토지 매입비는 5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3분의 1 정도는 우토로 주민들이 모은 돈과 우토로 국제대책회의에서 모금한 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자금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 정부에 우토로 징용인촌에 대한 역사적 책임 물어야"**
또한 일본 정부와 지자체에 우토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토로 마을은 1941년 전쟁 중이던 일본이 교토 군비행장 건설에 조선인들을 강제징용하며 생긴 마을이다. 당초 우물 하나 없는 황무지이던 우토로 마을을 60여 년에 걸쳐 '사람이 살 수 있게' 개척한 것은 재일 조선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물론 재판소도 끝내 이들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유엔 인권위원회 두두 디엔(52. 세네갈) 조사관은 지난 7월 우토로 지역을 현지 조사하며 "2차대전에 동원된 사람들이 그대로 방치된 우토로의 차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경제대국 일본에 이런 빈곤과 배척이 있었다니 매우 충격적이고 관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디엔 조사관은 최근 유엔총회 인권위원회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일본의 외국인 차별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런 국제사회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 정부의 대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은 한달 치 월급을 개인적으로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에 기부할 뜻을 밝혔으나, 외교부에서는 한일 관계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만류해 기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사참배엔 적극 대응하면서 일본의 전후 책임의 상징인 재일조선인은 외면?"**
우토로 대책위 관계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는 온갖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정작 일본의 전후 책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고 재외 동포의 삶이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 이유'로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우토로 마을에는 65가구 200여 명의 재일 조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달 27,28일에는 우토로 주민회 엄명부 부회장 등이 고국을 방문해 "우토로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일본 사회에 올바른 역사 인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이라며 "일본 제국주의가 승리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우토로 마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우토로 주민들은 지난 89년 서일본식산이 강제퇴거 소송을 제기한 이후 15년 넘게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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