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의 대북경협 사업과 관련된 북한측 핵심 관계자가 "현대가 최용묵 사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현정은 회장의 쇼에 불과하다"며 "윤만준 사장, 임태빈 상무, 최용묵 사장 등 3인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개성은 물론 금강산, 평양 등 북한의 그 어디에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윤만준 체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만준 체제 존속하는 한 현대와의 대화는 없다"**
국회 남북교류협력 의원모임 대표 자격으로 1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2일 통일부를 상대로 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2006년도 예산안 질의에서 북측 핵심 관계자와 나눈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최 의원은 북측 핵심 관계자의 신분에 대해 "중앙특구 개발지도총국 책임참사와 민경련 책임참사를 겸한 인물"이라고 직책만 공개했다. 현재 민경련 책임참사는 지난 8.15 대축전 때 방한했던 라운석 참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그 핵심 관계자는 "책임 있게 말하건대, 윤만준 체제가 존속하는 한 현대와의 대화는 있을 수 없다"며 "이는 북측의 공식 입장으로 언론에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북측의 입장을 아태 평화위원회를 통해 현 회장측에 전달했다"며 "핵심은 윤만준 사장 체제의 문제점을 적시한 것이며 그와는 함께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 회장 측은 최근까지도 윤만준 체제를 수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또 11월 현 회장과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의 회동을 위한 방북시 윤만준 사장의 방북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나,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윤만준 체제에 대한 불만의 이유로 그는 "자기들의 집안문제를 끌어들여 언론에 유출하고 급기야는 우리측에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신의를 저버린 야심가들"이라며 "특히 남북관계의 진전을 원하지 않는 미국과 남측의 야당세력과 결탁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는 남북경협 사업에 있어서 윤활유와 같은 존재"라며 "하지만 지금처럼 윤만준 체제를 지속하면 7대 사업은 커녕 그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 북측은 신뢰를 저버린 자들과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윤규 복귀는 더이상 거론 어렵다…심재원 부사장 신뢰 받는 인물"**
북측 관계자는 다만 "지금이라도 현대아산이 신의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야심가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는다면 현대측의 7대 독점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는 윤만규 체제의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현대측에 대한 대북사업 독점권을 인정해 주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김윤규 부회장의 복귀 문제는 더이상 거론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까지 김 부회장의 복귀를 현대측에 요구했었다.
그는 이어 "굳이 대안이 있다면 정주영-정몽헌-김윤규로 이어지는 현대의 전통을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맡으면 될 것"아라며 "심재원 부사장과 같은 인사는 정몽헌 전 회장의 생전에는 김윤규 전 부회장보다 더 신뢰를 받았던 인물로서 현 회장도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심 부사장은 김윤규 전 부회장의 대학후배로서 그동안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총괄해온 '김윤규 사람'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현 회장이 북측의 이런 요구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북측 핵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누가 되든지 현대 대북사업의 전통을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맡게 되면, 김윤규씨가 전면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남북경협 현안을 푸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대북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롯데관광이나 관광공사와의 접촉은 김윤규 씨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측이 신의를 완전히 저버린 상황에서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협의 차원에서 만난 것이지, 남북 관광사업의 다양화는 현재까지 결코 결정된 것이 없다"며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현대아산과 금강산, 개성, 백두산 등 7대 경협사업을 신뢰를 가지고 추진한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의원이 공개한 북측 핵심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윤만준 사장은 '블랙리스트'에 포함"**
최성 의원: 최용묵 사장의 사표 수리로 현대와의 갈등은 이제 마무리되는 것 아닌가? 하루빨리 현대아산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 남북교류가 진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북측 핵심관계자: 최용묵 사장의 사표 수리는 현정은 회장의 쇼에 불과하다. 우리는 윤만준 사장 체제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윤만준 사장, 임태빈 상무, 최용묵 사장 등 3인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어 개성은 물론 금강산, 평양 그 어디에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 오늘 준공식에도 북측이 참석을 허락하지 않아 대독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종일관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써가며, 북한 땅 어디에도 발을 내딛을 수 없음을 강조.) 남측 언론에서는 윤만준 사장에 대해서 북측당국이 방북을 허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윤만준 사장도 그렇게 언론에 홍보하고 다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책임 있게 말하건대, 윤만준 체제가 존속하는 한 현대와의 대화는 있을 수 없다. 북측의 공식입장으로 언론에 공개해도 좋다.
최성 의원: 개성공단의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윤만준 사장의 방북은 이미 허가되었는데, 본인의 사정으로 방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국내 언론보도 역시 최용묵 사장의 사표수리로 11월 현 회장과 아태 리종혁 부위원장 간의 회동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데...
북측 핵심관계자: 그런 잘못된 왜곡정보 때문에 북측의 입장을 분명하고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북측 입장을 아태 평화위원회를 통해서 현 회장측에 전달했다. 핵심은 윤만준 사장 체제의 문제점을 적시한 것이며, 그와는 함께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8월경부터 윤만준, 임태빈, 최용묵 등 3인은 북한 땅에 발을 내딛을 수 없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현 회장이 이런 북측 당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하고 측근들에 의해 왜곡된 정보를 보고받는 것 같다. 현 회장측은 최근까지도 윤만준 체제를 수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또 11월 현회장과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과의 회동을 위한 방북시 윤만준 사장의 방북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나,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최성 의원: 남쪽의 일부에서는 김윤규 씨 사건의 본질을 북측이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와의 독점사업보다는 남북관광사업의 다각화를 위한 포석으로 이해하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 볼 때 개성관광은 물론 백두산, 평양관광 등을 현대아산만이 아닌 롯데관광이나 한국관광공사 등과 하고 싶은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다.
북측 핵심관계자: 그런 오해는 북측의 체제적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이 정주영-정몽헌-김윤규로 이어지는 현대가(家)에게 7대 독점사업을 약속한 바 있다. 만약 그런 뜻이 있었다면 현정은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무엇 때문에 개성관광과 백두산 관광사업을 계속 현대아산측에 주겠다고 약속했겠는가? 지금이라도 현대아산이 신의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야심가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는다면 7대 독점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점은 이미 아태 성명을 통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성 의원: 분명하게 확인하겠다. 현대아산과의 7대 독점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인가?
북측 핵심관계자: 그렇다. 우리는 신의를 중요시한다. 현대는 남북경협 사업에 있어서 윤활유와 같은 존재이다. 매우 어려운 시기에 통일사업에 뛰어든 선각자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윤만준 체제를 지속하면 7대 경협사업은커녕 그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 북측은 신뢰를 저버린 자들과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
최성 의원: 북측이 지나칠 정도로 윤만준 체제를 불신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북측 핵심관계자: 이들은 자기들의 집안문제를 끌어들여 언론에 유출하고 급기야는 우리측에 비자금 전달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신의를 저버린 야심가들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진전을 원하지 않는 미국과 남측의 야당세력과 결탁한 의혹이 있다.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미국의 개입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현 회장과 야당의원 간의 친인척 관계, 그리고 전직 통일부 장관이 현정은 회장 체제에 간여하면서 현대 아산이 올바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추가적 비판으로 이어졌다.)
최성 의원: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관광사업의 주체가 아태평화위에서 민경련으로 옮겨지고, 관광사업도 한국관광공사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전망은 사실무근이라는 말인가?
북측 핵심관계자: 민경련으로의 창구이전 문제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그리고 롯데관광이나 관광공사와의 접촉은 김윤규 씨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측이 신의를 완전히 저버린 상황에서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협의 차원에서 만난 것이지, 남북관광사업의 다양화는 현재까지 결코 결정된 것이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현대아산과 금강산, 개성, 백두산 등 7대 경협사업을 신뢰를 가지고 추진할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최성 의원: 현회장이 최용묵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윤만준 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 북측이 생각하는 해법과 대안은 무엇인가? 김윤규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인가?
북측 핵심 관계자: 김윤규 부회장의 복귀 문제는, 초기에는 그러한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고 현 회장측에 전달했지만 그러한 내용이 공개되고 큰 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더 이상 거론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또 회사 내부의 문제로서 우리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 굳이 대안이 있다면, 정주영-정몽헌-김윤규로 이어지는 현대의 전통을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맡으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러한 인물이 누구냐는 추가 질문에 대해) 심재원 부사장과 같은 인사는 정몽헌 전 회장의 생전에는 김윤규 전 부회장보다 신뢰를 받았던 인물로서, 현 회장도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되든지 현대의 대북사업의 전통을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맡게 되면, 김윤규씨가 전면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남북경협 현안을 푸는 데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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