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상 때문에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던 손민한(롯데)과 오승환(삼성)이 31일 각각 2005 프로야구 MVP와 신인왕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손민한은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05 프로야구 MVP 투표에서 유효투표 88표 가운데 55표를 획득했다. 손민한은 MVP가 확정된 뒤 "사실 오늘 재투표까지 갈 줄 알았다. 아직도 상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다승 1위, 방어율 1위를 차지하며 '전국구 에이스'로 발돋움한 손민한은 "팀 성적이 4위 안에 들지 못했는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 손민한은 지난 1986년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이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에서 나온 최초의 MVP 수상자다.
손민한은 "올 시즌 시작 전 목표는 4강진출이 아니라 우승이라고 했는데 팀이 4강에 못들어 아쉽다. 내년에는 꼭 우승반지를 껴보고 싶다. MVP 트로피와 우승반지를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민한은 이어 "올 시즌 홈 개막전이 가장 어려웠다. 내게 너무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프로에 들어와 부상으로 3년 정도 재활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힘든 시기를 넘겨 이 자리까지 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위기관리 능력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손민한은 "절대 타자를 피하지 않고 초구부터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승부한 게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의 '지키는 야구'에 핵으로 자리 잡은 특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85표의 몰표를 받으며 신인왕에 등극했다. MVP 투표에서도 손민한에 이어 20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오승환은 "앞으로 10~15년 이상 흐트러짐 없는 투수로 거듭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1차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동열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배려와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아 힘든 일 없이 한 시즌을 잘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입단 뒤 어깨수술을 받아 3년간 재활을 해야 했던 손민한 처럼 오승환도 한때 부상 때문에 야구를 포기하려 했던 선수다. 오승환은 한서고 시절 허리부상 때문에 경기고로 전학가 타자로 전향했다. 단국대에 진학해서도 팔꿈치 부상으로 2년간 뼈를 깎는 재활훈련을 하는 등 순탄치 않은 선수생활을 걸었다.
부상의 시련을 이겨내며 올 시즌 프로야구 무대에서 최고 선발과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한 두 선수는 서로의 장점을 치켜세웠다.
손민한은 "오승환 선수는 어떤 위기 상황에도 표정변화가 없이 흔들리지 않았던 점이 매력이다. 기술적으로도 볼 끝이 좋아 타자들이 자주 헛스윙했고 파울 타구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손민한 선배는 다양한 볼 구질이 갖고 있다. 이는 내가 배우고 싶은 점이다. 여기에다 경기 운영능력과 경험 면에서 국내 최고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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