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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전 롯데 우승 이끈 한국계 대투수 가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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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전 롯데 우승 이끈 한국계 대투수 가네다

[프레시안 스포츠]일본으로 귀화해 국내선 대접 못받아

롯데 마린스가 31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향해 쾌속 항진 중이다. 일본시리즈 1,2차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이승엽도 타격감이 절정에 올라 고시엔 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3,4,5차전)에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롯데는 재일교포 사업가 신격호(현 롯데그룹 회장)가 1969년 도쿄 오리온즈를 인수한 뒤부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3000안타를 달성한 장훈도 이 기록을 롯데 오리온스에서 세웠고 롯데가 처음으로 일본 프로야구 정상에 오를 때도 지휘봉을 한국계인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金正一·62)가 잡고 있었다.

가네다 마사이치는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로 손꼽힌다. 가네다는 일본 프로야구 최다승(400승) 투수이며 무려 449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가네다는 1951년부터 14시즌 동안 연속 20승이란 불멸의 대기록도 세웠다.

186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빠른 볼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를 주무기로 삼았던 좌완 가네다는 '요미우리 킬러'이기도 했다. 가네다가 입단한 고쿠데쓰 스왈로스는 '치면 병살, 지키면 실책, 달리면 아웃'이란 구호가 붙었을 정도로 최약체였지만 가네다와 요미우리의 맞대결은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가네다는 1958년 개막전에서 훗날 일본 야구의 영웅이 되는 나가시마 시게오를 4타석 연속삼진으로 돌려세워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시범경기에서 상대팀 에이스를 KO 시켰던 나가시마 신드롬을 가네다가 제압한 셈이다.

미국 야구계는 오 사다하루(王貞治)의 홈런 세계 신기록(868개)을 비하하면서도 가네다의 탈삼진 세계 신기록은 높게 평가했다. 가네다의 기념구와 글러브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전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철인 28호>에 나오는 주인공 가네다 쇼타로의 이름도 대투수 가네다로부터 따올 정도로 일본 내에서 가네다의 인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가네다는 한국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떳떳한 한국인' 장훈과는 달리 가네다가 일본으로 귀화했기 때문이다.

1년 전 도쿄돔에 위치한 일본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 학예사에게 질문을 했더니 곧장 "한국 사람입니까?"라고 되물으며 대뜸 가네다의 유니폼이 전시된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학예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명예의 전당을 찾는 한국인들은 모두 장훈에만 관심을 가질 뿐 가네다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는 것.

1973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해 팀의 유니폼까지 디자인했고 이듬해엔 우승을 일궈낸 한국계 대투수 가네다에 이어 31년 만에 이승엽이 롯데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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