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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건재'냐, 홍사덕 '부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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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건재'냐, 홍사덕 '부활'이냐

[경기광주 재선거] 쟁점 부재…박근혜-송일국 대리전

어쩌면 경기 광주 재선거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가장 크게 걸려 있는 승부처일 수 있다. 공천 잡음과 후보 분열로 인한 패배는 그 어떤 형태의 패배보다도 깊은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선거전 최대 고비인 '일요일(23일) 승부처'를 무소속 홍사덕 후보와 박빙의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광주로 잡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정진섭뿐"**

본래 유동 인구가 많은 경안동 상가지역에 이날 장까지 섰다. 박 대표의 유세가 예정된 시각인 오후 1시가 되기 전부터 한나라당 유세차량에는 김덕룡 선대본부장을 비롯해 전여옥 대변인, 심재철 나경원 의원 등이 정진섭 후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정 후보는 연설 초반부터 "한나라당이 나갈 때 함부로 나가고 들어올 때 함부로 들어오는 당이냐"고 홍사덕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말미에도 "당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복당은 절대 없다"고 자신이 한나라당 유일 후보임을 강조한 뒤 "내가 부족하다면 한나라당을 보고, 박근혜 대표를 보고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때마침 박 대표가 등장했다. 지지자들 외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주민들이 "박근혜 대표가 오셨습니다"는 소개가 있자마자 까치발에 고개를 치켜들고 유세차량 옆쪽으로 돌아들어오는 박 대표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삼삼오오 숙덕이는 등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고, 일부에선 '박근혜! 박근혜!' 환호에 동참하기도 했다.

<사진1>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 대표는 "우리 한나라당 후보는 정진섭 후보다. 한나라당에 두 명의 후보가 있을 수 없다. 투표일에 헷갈리지 말고 표를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사덕 후보의 복당에 관해선 일체 언급이 없어 '홍사덕 복당론에 쐐기를 박으려 온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은 비껴갔다.

그 대신 박 대표는 지원유세 대부분을 '정권 심판론'에 할애했다. 그는 우선 "이 정권 들어 간첩을 민주인사로 둔갑시키는 기가 막힌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급기야 6.25 때 적화통일이 됐어야 하는데 미국 때문에 안 됐다고 한 교수의 인권을 보호한다고 정권이 총동원됐다"고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또한 "가뜩이나 살림살이 어려운데 세금폭탄까지 퍼붓겠다고 한다. 자기들 잘못해서 국고가 구멍난 것을 왜 국민들에게 책임 떠넘기냐. 반드시 세금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단호한 어조를 이어갔다.

좌중의 호응이 적지 않았지만 박 대표의 인기는 연단을 내려섰을 때 더욱 컸다.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박 대표에게 수십 명의 취재진 카메라와 학생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쉬지않고 따라붙었다. 박 대표는 2곳의 지역을 더 옮겨다니며 이런 '세리모니'를 이어갔고, 이것도 모자랐는지 남경필 의원과 유세차량을 타고 오후 늦게까지 거리를 누비며 자신의 방문 사실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사진2>

***홍사덕 "김을동-송일국과 광주의 꿈 이루겠다"**

인기몰이에선 홍사덕 후보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빨간색 무개차에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탤런트 김을동씨와 나란히 타고 "광주를 살리려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리려면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이 사람을 뽑아달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 그는 "나는 평생 일만 한 사람이다. 본래 강남이 지역구였는데 일 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강남처럼 광주도 발전할 수 있다"고 '타지인' 핸디캡에 오히려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홍 후보는 "의로운 편에 선 김을동, 송일국(탤런트, 김을동씨 아들) 씨와 함께 광주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이들의 유명세를 톡톡히 활용하기도 했다. 김을동씨도 연신 "내 아들입니다 여러분"이라고 유세차 아래에 있는 송일국씨를 소개하며 "내 아들이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아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선대로부터 민족을 위해 살아온 업적이 복을 준 것"이라고 적극 호응했다. 그 즈음 스피커에선 일제시대에 독립군들이 불렀다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진3>

적어도 관심을 끄는 데 만큼은 '송일국 효과'가 박근혜 대표를 능가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송씨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가 오히려 홍 후보에 대한 호응도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캠프 관계자는 "20대, 특히 군대에 가 있는 유권자들이 부재자 투표에서 송일국 씨에 대한 지지가 대단히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송씨의 표정은 다소 어색하게 굳어 있었다. 선거지원 행위 자체가 낯선 듯 사람들 접촉이 피동적이었고 홍사덕, 김을동 씨와 항상 10미터 가량의 간격을 유지하며 한 화면에 담길만한 앵글을 좀처럼 주지 않았다. 그의 매니저들은 "사진 찍지 마세요. 촬영금지입니다"라고 취재진은 물론 일반인들의 사진촬영에도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매니저는 기자에게 "다 좋은 일 하고 있는 것인데, 자꾸 언론에서 이상하게 보도가 돼서 그러니 양해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사진4>

어쨌든 후보 개인 인지도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홍 후보는 김을동-송일국 씨를 내세운 인기몰이를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측의 '당대당' 대결구도 전략에 맞서 인물구도로 몰고가려는 내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정진섭 후보의 강한 비난에도 '당선 후 한나라당 복당론'을 접지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주민들은 홍 후보가 지금은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알지만, 여전히 '한나라당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우리당 이종상 후보측도 배기선 사무총장, 유시민 상임중앙위원 등 지도부의 지원사격 아래 막판 표결집을 시도했으나 정진섭-홍사덕 진영의 대대적 인기몰이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정권 심판론'이냐 '인물론'이냐**

광주는 도농복합 지역이다. 토박이들이 대부분인 농업 인구와 서울 강남쪽에 직장을 둔 외래주민 비율이 1 대 2 정도. 하기에 고령층이 많고 이미 표심이 대체로 정해진 농촌지역보다는 경안동, 송정동, 광남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 모든 후보진영이 막판 화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베드타운족들이 '지각'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 후보 진영의 관계자는 "사실 '아줌마' 표심을 노리는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각 후보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경안동 번화가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시끌시끌하고 선거 분위기가 나니까 투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면서도 "원래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인데 홍사덕 후보가 나와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마지막 판단을 유보했다.

아파트 지역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탄핵을 홍사덕 씨 혼자 했느냐"며 "한나라당이 지금 와서 홍사덕씨를 욕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40대 남성은 '홍 OOO'라고 거칠게 홍 후보를 폄하하면서 "그 정도 했으면 정계은퇴를 해야지 지역구 옮겨서 나온 속셈이 곱게 받아들여지겠느냐"고 노골적인 반감을 표했다. 택시기사인 50대 남성은 본인의 호불호는 감춘 채 "한나라당 후보와 홍 후보가 갈라져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덕을 볼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정진섭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대한 정당지지도가 50%가 넘고 막판 사표방지 심리를 감안하며 현재의 넉넉한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노무현 정부 심판론으로 쟁점이 부각됐기 때문에 인물구도는 맥을 쓸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시지역 주민들은 아무래도 경제상황을 많이 따지니까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고, 농촌지역도 보수적 성향상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반해 홍사덕 후보 진영에선 "여론조사상 현재 딱 붙어있는 상태다. 백중우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전 초중반 박근혜 대표의 영향으로 잠시 우리 지지층이 입장유보층으로 빠져나가긴 했지만 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추세이기 때문에 승리는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후보측은 또 "여성 유권자와 상업 종사자들에게서 유리한 반면 50대 중반 이상이 다소 취약하다"고 자체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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