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법무 "부당한 사퇴요구에 굴복 못해"

"정치적 파장 예측했지만 눈감을 수 없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7일 한나라당과 검찰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 "부당한 요구에는 굴복할 수가 없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확인했다.

***"야당, 색깔론 일환으로 사퇴문제 제기**

천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했던 세력들이 나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색깔론으로 조치를 취하고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려고 사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언제든지 책임질 만한 일이 있을 때는 책임질 각오가 돼 있지만 이번 일은 검찰의 지휘 책임자로서 법에 규정된 정당한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의 한 검사가 천 장관의 용퇴를 촉구한 이메일 건과 관련해서도 천 장관은 "젊은 검사의 충정을 이해한다. 어찌보면 용기도 가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검찰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 보복적 인사 등 고려 안해"**

천 장관은 이어 "이번 사태의 파문이 번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 내부의 토론, 논의는 충분히 있어야 되겠지만 이것이 무슨 큰 혼란으로 이어진다든가 갈등으로 이어질 이유는 없다"고 사태확산을 경계했다.

천 장관은 그러나 "이번 사태로 우리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에 대한 국민적, 민주적 통제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설득할 필요를 새롭게 느낀 것은 사실"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후속적인 검찰개혁 조치를 예고했다.

천 장관은 다만 "그렇다고 해서 검찰 내 조직을 뒤흔드는 보복적 계획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 후속 인사와 관련해서도 그는 "검찰총장 인사가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속인사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인사를 할 필요는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어 '검찰이 당초 구속안과 함께 불구속 안도 함께 올렸고, 논란 끝에 김종빈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먼저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선 "제게 보고한 자료상으로 이런저런 측면들이 두루 고려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부의 논의과정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천 장관은 또 앞으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은 국민적 통제, 민주적 통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국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통제를 수용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지휘권이 사실 이런 국민적, 민주적 통제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사지휘권을 늘 꺼내 검찰을 지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장관으로서 피할 수 없었다"**

천 장관은 한편 이번 지휘권 발동에 정치적 맥락이 개입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내가 정치인 출신이지만 법무부장관은 누구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다만 "정치적 파장은 어느 정도 예측했다"며 "하지만 이 사건을 나로서는 피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부당한 구속이 이뤄지는 것을 눈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참모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무책임한 일이고 비겁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