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축구감독'인 리누스 미헬스는 조국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축구감독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 사망한 미헬스가 존경받는 이유는 세계축구계의 흐름을 바꾼 '토털풋볼'의 창시자라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하지만 그 어떤 감독보다 심리적 측면에서 선수들 간의 조직력을 잘 이끌어낸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미헬스 감독은 저서 <팀 빌딩,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도 지휘자 레오너드 번스타인을 인용해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도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위해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지적했다. 진정한 '토털풋볼'은 단순한 축구전술에 있는 게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웅변해 주는 대목이다.
***팀 단합을 위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대표팀 개혁**
미헬스 감독 휘하에서 코치 수업을 받은 '토털풋볼의 계승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일대 개혁을 감행했다. 선수들이 훈련장에 자가용을 타고 오지 못하게 했고 모든 미팅과 훈련 시간에 늦을 경우 1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이외에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단체행동시 선수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시켰고 선수들의 숙소 배정도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직접 정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이 같은 '군기잡기'는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와 팀 단합 차원에서 내려진 것. '어떤 1명의 선수도 팀보다는 중요할 수 없다'는 자신의 스승 미헬스 감독의 가르침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미헬스 감독은 "언론은 항상 혼란을 좋아한다. 언론이 팀 단합에 대한 고려없이 개별 선수들에게 집중적 관심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라며 언론 보도에 의해 팀 결속력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11일 전례가 없던 선수 전체(22명)와 기자단 간 만남의 장을 주선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취임일성으로 전방위적 압박축구를 강조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공격수들도 수비에 신경써야 한다"며 공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플레이 스타일에서 탈피할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공을 상대방에게 뺏기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다시 공을 되찾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던 2002년 월드컵에서의 태극전사의 모습으로 회귀하라는 의미다.
***아드보카트호, 전술적 측면서도 '토털풋볼'위력 보여줄까?**
축구실력만 보면 세계 최정상급인 네덜란드는 과거 선수들의 극심한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큰 대회에서 생각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78년 월드컵 이전에 팀내 불화로 주축 선수 몇 명이 대회에 불참한 사실이나 아드보카트가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던 1994년 월드컵을 앞두고 주축선수 루드 훌리트가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에 불만을 품고 대표팀을 떠난 것은 좋은 예다.
네덜란드 축구의 또 한가지 문제는 '이기는 축구'보다 '아름다운 축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네덜란드 인에게 정교한 패스, 창조적인 움직임 등이 종합된 '아름다운 축구'는 승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토털풋볼 사령관인 요한 크루이프가 "1974년 월드컵 결승에서 비록 네덜란드가 스코어에선 서독에게 졌지만 경기 내용은 네덜란드의 승리였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의 개인주의를 극복한 뒤 '아름다운 축구'를 펼치면서도 미헬스 감독이 198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를 우승으로 이끈 게 더욱 빛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미헬스의 장점을 체득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의 단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관행을 깨는 파격적 조치를 단행해 호평을 받고 있다. 심리적 측면의 '토털풋볼'을 대표팀에 주입시킨 셈이다.
이제 축구팬들은 태극전사들이 전술적 측면에서 '토털풋볼'의 위력을 경기장에서 보여 주길 바라고 있다. 12일 펼쳐지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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