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홍보수석이 11일 오후 예정에 없이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와 노무현 대통령과 차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연정 공식 폐기'를 선언한 10일 노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표명한 독일에서는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간의 대연정이 성사됐다.
이를 바라보는 노 대통령의 평가를 밝히면서 "우리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상생.협력의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여전하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조 수석은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노대통령 "선진국가의 공통점은 정치구조가 아니라 성숙된 정치문화"**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차를 함께 마시면서 "한마디로 프랑스의 좌우동거 정부나 독일의 대연정이나 유럽정치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며 "물론 독일 대연정이 나아갈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적어도 대연정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인정해줘야 한다"며 독일의 대연정 성사를 바라보는 소회를 밝혔다고 조기숙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체 상태에 있던 독일경제의 현안을 풀어갈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동거정부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던 정부형태가 여야 정당의 협상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점만은 높아 사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어느 정도 수준의 제도가 갖춰지고 난 다음에 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성숙한 정치구조와 문화"라고 강조했다. '대연정'을 공식 폐기한 노 대통령이 제시할 다음 과제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기숙 "상생.협력 정치 향한 노 대통령 의지 꺾이지 않을 것"**
조기숙 수석은 "선진국마다 헌법구조가 다 다르다. 어떤 헌법구조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선진정치와 경제를 가진 국가들의 특징을 보니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정치의 구조와 문화를 선진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아직 대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이 화두를 접기는 했지만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향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어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말씀하셨듯이 대통령이 더 이상 대연정을 제기하는 일은 없다"며 "한나라당이 하자고 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연정을 다시 제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대연정을 제안한 것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한 것도 있지만 대연정 자체가 목적인 부분도 있었다"며 "지역구도가 결국 적대, 비타협, 불신의 문화를 재생산해 왔다. 대연정은 이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위한 고민을 계속 해나가겠다"며 "대안이 대연정을 아니더라도 다양한 구도로 정치문화를 혁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