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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고건…대권 시계 '재깍재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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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중동' 고건…대권 시계 '재깍재깍'

[동행취재] "일 하는데 나이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 것"

차기 대선후보 1순위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와 6일 하루를 동행했다. 그가 새벽에 매일 들르는 '동네 목욕탕'에서부터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특별한' 일정까지 함께 소화하며 그를 '관찰'해봤다.

'싸이질(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 관리를 지칭하는 은어)'을 하고, 대학생들과 격의 없는 '호프 미팅'을 즐기는 그이지만, 기자 눈에는 역시 '아날로그'인 듯 했다. 단, 그의 '아날로그'에서는 '디지털'에 버금가는 정확하고 노련한 계산이 엿보였다.

***오전 6시 : '명륜탕'에 간 고건, '정확한 아날로그' **

"목욕탕 벽을 보면 둥그런 시계가 있을 거요. 그 시계 기준으로 1시간 10분 후에 나오는 걸로 합시다."

매일 아침 6시면 걸어서 20분 거리의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다는 고건 전 총리를 좇아 새벽 목욕에 나선 길, 남탕과 여탕의 갈림길에서 '고건식 약속법'은 지극히 아날로그였다. 적어도 위성에서 맞춰주는 시계를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나와서 전화하자'는 핸드폰 의존적인 약속법이 디지털이라 생각하는 기자에게는 아날로그였다.

그러나 허술하지는 않았다. 새벽부터 미아가 될 수도 있는 기자에게 "혹시 시간을 못 맞추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 성균관대 정문 앞 벤치에 앉아 있으면 된다"는 미더운 약속을 남기고 그는 지하 남탕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정확히 1시간 8분 후에 나타난 그는 스스로 '디지털 세대이자 신식'이라고 자부하는 기자의 '선입견'에 적극적인 '항변'으로 맞섰다. "오늘도 '싸이질'을 하고 왔고, 대학로에서 대학생들과 호프미팅을 해도 격의가 없는데 내가 왜 아날로그고 구식이냐"는 반론이다.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상암신도시의 디지털 미디어 센터 계획, 부패추방 온라인 오픈 시스템 등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나야말로 비잉 디지털(Being Digital)"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둥그런 시계' 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시계는 다를 수 있으니 같은 위치에 있는 시계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진짜 디지털"이라는 역공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핸드폰 시계는 모두가 일치한다는 명제를 "누가 목욕탕 갈 때 핸드폰을 갖고 가냐"고 무질러버린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였다.

그러고 보니 '바람'과 '이벤트'에 질색하며 한 사람 한 사람 주변부터 만나 나가면 결국 4000만 유권자를 다 만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그만의 대권행보도 재깍재깍 재게 움직이던 목욕탕 벽시계를 닮은 듯 했다.

<박스시작>

*** 목욕탕 사람들 "국무총리를 많이 닮았네요" **

고 전총리는 '동네 목욕탕' 애호가다. 한달 짜리 정기권을 떼어내며 목욕탕 수부에 눈을 맞추면 여주인장이 평범한 미소로 응답하는 아침 인사가 별다르지 않다.

오히려 수부에서는 뒤에 따라온 기자가 '딸내미'인가 싶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고 전총리도 이를 느낀 듯 "신문사 기자"라고 대신 소개를 하고 "수건을 넉넉히 드리라"며 서비스를 당부했다. 이날 기자는 '전 국무총리 빽'이 아니라 '단골손님 빽'으로 두 장밖에 안 준다는 수건을 넉 장이나 안아들고 여탕으로 향했다.

단골들이 대부분인 평일 아침엔 '저마다 자리'가 있을 정도로 서로에게 익숙하지만 가끔씩 낯선 얼굴들을 탕에서 맞닥뜨리면 대부분이 긴가민가 하며 고 전총리를 쳐다본다고 한다. 이에 가벼운 목례를 건네면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들은 "국무총리를 많이 닮았네요"하고 웃는다고 한다.

여러번 '국무총리를 닮은 사람'이 돼 버린 고 전총리는 "오히려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 나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그래서 더 유쾌하고 반갑다"고 말했다.

<박스 끝>

***정오 : 지지자들 속의 고건, '조용한 중재자'**

방문자 10만을 훌쩍 넘긴 고 전총리의 미니홈피, 본인 스스로 '싸이질'에 능통하다고 하지만 혼자서는 관리하기가 버거워 자원봉사 모니터단을 모집했다. 이날 점심식사는 1차 모임으로, 6명의 모니터가 고 전총리와 대학로의 어느 한정식집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벤처기업 사장, 가정주부,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의견들도 제각각이다. '손바닥'만한 싸이홈피를 가꾸는 일에 '공사 다망하신' 성인 남녀가 모여 귀까지 붉혀가며 의견을 개진하는 열성이 가상했다.

이날 주요 의제는 '정도를 넘어선 비방글'을 어떻게 관리할까 하는 것. "바로 삭제하자"는 의견부터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 반박하자"까지 저마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신의 홈페이지 관리를 두고 이토록 뜨거운 토론이 진행되는 중에도 정작 고 전총리는 고기를 뒤집고, 음료수를 따라주며 자못 무심하게 듣는 듯 했다.

참석자가 하나하나 의견 개진을 마쳤다 싶을 때 쯤에야 "팩트가 틀린 비방이 아니라면 비판글이라고 다 삭제하거나 같이 공격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겠나"며 한 마디 거들었다.

"우민 선생(고 전총리의 호)의 홈페이지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이큐가 높은 홈페이지로 만들고 싶다"는 한 모니터 지원자의 열심에는, "나는 가장 똑똑한 홈페이지보다는 가장 품위가 있는 '품큐'가 높은 홈페이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토론을 선도하기 보다는 관전자에 가까웠다'는 기자의 평에 그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면 그것이 지혜"라고 답했다.

***낮 1시 30분 : 공항가는 길, '나라 걱정하는 백수'**

이날 고 전 총리의 일정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일정이 있었다. 지지자들과의 만남 직후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의 40분은 기자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물론 작심하고 던진 많은 '정치적' 질문을 그는 노련하게 피해갔다.

뭇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그의 정치 행보를 물으면 "지금은 정치인이 아니다"고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그의 억양엔 '지금은'에 아무래도 강조점이 있는 듯 들렸다. 재확인 물음에 "시간이 지나면야…"라고 확실히 여지를 남겼다.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정치인으로 복귀를 한다면 역시 대권 도전일 터. 그러나 그는 "언론이 좀 빨리 나간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되묻는 것으로 연말 연초께 공식적인 대권 도전 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에둘러 부인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절반이 남았다. 벌써부터 차기 대권 얘기가 나오는 것은 나라에 도움이 안된다"는 '모범 답안'도 곁들였다.

하지만 하릴 없이 세월만 낚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나라를 걱정하는 백수, 나라를 걱정하는 민간인"이라고 규정한 그는 최근 최장집, 이정우, 박세일 교수가 나선 양극화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사회적 화두인 "양극화 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 있느냐"는 게 참석 이유. 그는 "박세일 교수와 이정우 교수가 서로 대비되는 주장을 했지만, 대비되는 양쪽이 어느 선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관전평을 하기도 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서울시장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일단 호평을 했다. 그러나 "각자 스타일이 있는데 평가하고 말고 할 게 없다"고 '다름'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얼핏 '경쟁심'이 엿보였다.

서울의 구경거리가 된 청계천에 대해서도 "사무실이 근처라 지나가다 보긴 했지만 아래로 지나가 보지는 않았다"고 짐짓 무심해 했다.

다른 '잠룡'들에 비해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어떤 일을 하기에 나이가 많고 적고를 따지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적극적인 반론을 펴기도 했다.

***오후 7시 30분 :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수줍은 VIP'**

고 전총리는 어딜 가나 VIP다. 부산 가는 길에도 '모시려는 손'들이 줄을 이었지만 오히려 고 전총리는 손사래를 치며 '민간인 대접'을 편해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청량리에서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는 천막 학교까지 걸어서 등하교를 함께 했다"는 '배꼽친구' 김동호 위원장(경기고 동문)이 세 번이나 초청을 해 왔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엄두를 못 내다 이제야 발길을 떼는 길이라고 했다.

개막식은 저녁 7시 30분이었으나 VIP들은 7시에 티타임이 예정돼 있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국회 문광위원 전원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정관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7시께 개막식이 열리는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도착한 고 전총리는 의전 차 나온 부산시 공무원들과 가벼운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현직 의원들과 지사가 함께 하는 티타임은 민간인인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는 고 전총리와 "그래도 가셔야 한다"는 공무원들 간의 밀고 당기기는 고 전총리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역시나 정치색 짙은 자리는 극구 사양해 온 그다운 태도였다.

고 전총리는 개막식 입장에서도 한번 더 머뭇거려야 했다. 배우들과 감독이 입장하는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쏟아지는 조명과 플래시 세례를 구경하며 다른 문을 찾던 고 전총리는 자신도 레드카펫을 밟아야 한다는 소식에 '허허허'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와'하는 환호성을 들으며 카펫에 올라섰다. 고 전총리는 핸드폰을 꺼내든 시민들에게 가벼운 목례와 손짓을 하며 비교적 자연스럽게 '입장식'을 치렀다. 그러나 '고건이다, 고건'하는 속삭임이 못내 부담스러운 듯, 걸음은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빨라져 긴 카펫을 짧게 통과했다.

'정치인이 너무 노출을 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고 전총리는 "나는 현직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며 일정기간 공식적인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원칙을 세웠으니 자연인으로, 민간인으로 사는 것이 도리"라며 특유의 '허허허'하는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이날 135분짜리 개막작 '쓰리타임즈'를 다 보고 나온 몇 안되는 VIP인 고 전총리는 이후 리셉션은 가볍게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피난 시절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송도에서 수영을 배웠다는 고 전총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자갈치시장 구경 후 놀래미탕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조용히 부산 일정을 마쳤다.

<박스 시작>

이날 하루 고 전 총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요약 재구성했다.

***"'지금은' 민간인, 시간이 지나면…"**

프레시안: 최근 언론에서 이제 장내로 들어올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언제까지 장외 선수로 머물러 있을 건가.
고건: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 끝났고 아직도 절반이 남았다. 벌써 특정 개인이 정치적인 의지를 선언하고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프레시안: 시기의 문제라면 적당한 시기를 검토 중이란 얘긴가. 언제쯤이면 적당하다고 보나.
고건: (허허허) 알게 되면 내게도 귀띔을 해 달라. 언론이 좀 빨리나간다는 생각은 안하나. 벌써부터 차기 대권 얘기가 나오는 것은 나라에도 도움이 안된다.

프레시안: 여전히 '휴가 중인 민간인' 신분인가.
고건: 그렇다. 다만, 나라를 걱정하는 백수, 나라를 걱정하는 민간인이다.

프레시안: 얼마 전 양극화 토론에 참석해 화제가 됐다. 평소 관심있는 분야였나.
고건: 양극화 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나. 관심있는 모임에는 조용히 듣고만 오는 편이다. 수선을 떠는 것이 영 달갑지 않다. 주제 발표만 듣고 왔는데 박세일 교수와 이정우 교수가 서로 대비되는 주장을 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주장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 구경만 하고 왔다.

프레시안: 양 쪽 중 더 공감이 가는 편이 있었나.
고건: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것을 볼 것이 아니다. 언론은 양 쪽의 대비된 의견에만 무게를 두고 보도했던데 대비되는 양쪽이 어느 선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레시안: 참여정부가 좌파냐, 우파냐 하는 논쟁도 포함돼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나.
고건: 어려운 질문이다. 예전에 해리티지재단 이사장이 같은 질문을 해 와서 노무현 정부의 노선을 굳이 따지자면 영국의 노동당보다는 조금 오른 편에 있다고 대답해 줬다.

프레시안: 공식적 별명은 '행정의 달인'이다. 달인이 되기까지 행정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은 무엇인가.
고건: 그 시점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다. 다만, 관 편의주의로 해 오던 것을 시민 편의주의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프레시안: 난지도 골프장을 두고 다시 말이 많아졌다.
고건: 서울시와 문화위원회가 갈등을 벌이는 것 같은데 시민을 생각해서라도 요금을 둘러싼 의견 차는 빨리 해소하고 합의를 봐야 한다. 충분히 절충을 볼 수 있는 문제다.

프레시안: 2만평이나 되는 부지를 소수를 위한 골프장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반발도 있다.
고건: 옆에 하늘공원이 있는데 두 언덕을 굳이 똑같이 공원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뚝섬을 숲으로 바꾸면서 퍼블릭 코스가 사라졌다. 서울시에 퍼블릭 코스가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 골프장이 얼마나 많냐. 그럴수록 퍼블릭 코스가 필요하다. 택시 운전기사도 지나가다 1만5000원 내고 골프채 한 번 휘둘러 보고, 골프도 별 것 아니네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골프가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나.
고건: 나는 골프를 안 친다. 내가 안 치니깐 퍼블릭 코스 만들자는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골프는 잘 모른다.

프레시안: 서울시장 시절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건: 서울을 교통지옥에서 어느 정도 구제한 것 아닌가 싶다. 내부순환도로를 만들었고 지하철 2기를 완성했다. 시 안에서는 복마전을 없앤 것, 클린 행정을 한 것도 보람있게 생각한다.

프레시안: 청계천은 가보셨나.
고건: 사무실이 그 근처니 지나가다 보긴 했지만 아래로 지나가 보진 않았다.

프레시안: 후배 시장으로서의 이명박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고건: (허허허) 잘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각자 스타일이 있는데 평가하고 말고 할 게 없다.

프레시안: 혈액형이 B형인데, 얼마 전 B형 남자에 대한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오해가 많은 혈액형이다. 독불장군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성격을 평가하자면.
고건: 독불장군은 아니다. B형이 외유내강형 아닌가. 사교적이고, 고집이 있지만 독불장군이라고까지 하는 건 진짜 B형 남자에 대한 오해다. (허허허)

프레시안: (공항에서 CNN 일기예보를 주시하던 중) 요새도 빗소리를 들으면 놀라나. (고 전 총리는 자신의 미니 홈피에 장마철이면 비가 올 때마다 놀란다고 했다.)
고건: 빗소리에 깰 때가 있다. 뉴올리언즈 사태 같은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시절 내가 서울시 재난 방지센터를 만들어서 우리나라는, 특히 서울은 재난에 대응 속도가 아주 빨라졌다. 강화도에 CCTV를 설치해 놨는데 거기서 눈발을 보면 3시간 후에 서울에 얼마나 눈이 올지 예상할 수가 있다.

프레시안: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는 줄었지만 아직도 상주사고 같은 인재가 잦다.
고건: 상주사고는 정말 원시적인 사고다. 안전규칙의 ABC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은 6만5000명이 동시에 쏟아져 나올 것을 예상하고 모든 태세를 갖췄다.

프레시안: 오늘 하루 동행해 보니 굉장히 건강하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하기에 나이가 좀 많지 않냐는 의문은 건강에 대한 걱정만은 아니다. 주류 세대들과 세대차가 나고, 공감해 나가기엔 많은 나이임에 분명하다.
고건: 내가 대학로에 사는데 그곳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데에 큰 거리를 느끼지 않는다. 나중에 호프 미팅을 할 때 초대하겠다. 직접 와서 느껴보라. 어떤 일을 하기에 나이가 많고 적고를 따지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늘 일일신(日日新)의 자세로 사는 사람이다.

프레시안: 언론이나 대외 노출에 너무 소극적이다. 적극적으로 시동을 걸 때가 됐는데 답답해 하는 분위기도 있다.
고건: 지금은 정치인이 아니다. 공직에서 물러나 일정기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프레시안: 시간이 지나면 그 원칙이 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건: 시간이 지나면야…. 아직은 아니다.

프레시안: 향후 일정에도 당분간 인터뷰 일정은 없나.
고건: 그렇다. 외부 강연이 몇 가지 예정돼 있다. 12월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고, 다음달 1일에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남동유럽 수상회의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기로 했다. 불가리아는 내가 서울시장 때 마련한 부패추방 온라인 오픈 시스템을 공식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소피아 대학에선 명예박사 학위를 준다고도 하는데 거기서도 강연을 하게 될 것 같다.

프레시안: 선거구제 얘기가 한창 쟁점일 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는 얘기가 들렸다.
고건: 내가 국회의원일 때 선거구제 개선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었다. 중대선거구제가 실패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해본 중대선거구제는 1구2인제로 중대선거구제의 일부이긴 하지만 완벽한 중대선거구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에도 여러 가지 단점이 있으니 권역별 비례대표가 낫지 않겠나 하는 소릴 한 적은 있다. 현역 의원들이 양보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내가 판단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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